"교육청·서울대·거점국립대 3자 대화 추진..대입 개편 고민"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 입시를 개선해야 합니다. 초·중·고에서 교육을 혁신하고 싶어도 학생들은 결국 대학입시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문제를 풀어보기 위해 조만간 서울대학교수회, 지방 거점 국립대학, 타 시도교육청 등과 함께 우리나라 입시, 교육문제를 논의하는 3자 대화를 추진할 것입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새 정부에서 가장 시급하게 다뤄야 할 교육 현안 중 하나로 대학 입시 구조 개선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대학 입시가 바뀌어야 초·중·고 12년간의 교육도 의미있게 변화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궤를 같이 한다. 글로벌 연구 역량이 뛰어난 대학들이 비수도권에서 육성되면 지역 균형발전과 동시에 7세 고시(예비 초등학생 영어학원 레벨테스트) 등 사교육 과열 경쟁도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은 특히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전국에서 가장 높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학생 4명 중 1명은 월 100만원 이상을 사교육에 쓰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도 대학입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서울시교육청은 그동안 혁신학교, 농촌유학 등을 통해 전인적 교육과 비수도권 지역과의 상생을 꾀해왔지만 대학 입시라는 큰 벽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 교육감은 "학생들이 자연 친화적 환경 속에서 자라야 우울증, 스트레스가 적어지고 창의력도 왕성해진다"며 "교육은 미래의 주인이 될 학생들이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역량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초학력을 키우고 대학 구조와 대학 입시를 개선해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거점 국립대학의 키워 지역간 균형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조만간 서울대학교수회, 지방 거점 국립대학, 시도교육청 등이 모여 3자 대화를 추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초·중·고에서 창의교육, 자기주도적 학습을 강조해도 대입과 연결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교육현장이 변화하기 어렵다. 학생들의 미래 역량이 대입에 소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대학입시 개혁은 대학만의 몫이 아니다. 실제로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만나 대화한다면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사교육비가 매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사교육 시작 연령도 낮아지고 있습니다.
▶사교육 문제는 교육을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과 맞닿아 있는 복합적인 과제다. 공교육은 기초학력 보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더 높은 수준의 학습을 요구하며 공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가정의 경제력에 따라 학습 기회가 갈리는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교육 격차를 심화시킨다.
교육청도 사교육 경감을 중요 과제로 설정하고, 공교육 내에서 사교육 수요를 흡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늘봄(돌봄·방과후)으로 어느정도 사교육 수요가 흡수되고 있다. 이런 서비스들을 양적, 질적으로 늘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으로 사교육 시장으로 넘어가 있는 시간과 공간을 공교육화 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일시적인 학원 단속이나 점검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사회적인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
-지난해 취임 1호 안건으로 결제한 서울학습진단성장센터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서울학습진단성장센터는 난독, 경계선지능 뿐만 아니라 심리·정서 등 복합적인 이유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특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다. 느린 학습자들에게 보편적인 교육과정만 제시하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맞춤형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학습 능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현재 강동송파, 중부, 남부, 성북강북 4개 권역에서 운영 중이며 3000명의 학생이 진단과 지원을 받고 있다. 여름방학 프로그램과 하반기 신청을 포함하면 총 8000명 이상의 학생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내년으로 계획했던 센터 전면 설치도 1년 앞당겨 올해 하반기에는 11개 모든 교육지원청에 서울학습진단성장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학생들이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배우는 차원을 넘어 오늘을 이해하고 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전수조사 결과 늘봄 프로그램에서 정치적 발언은 없었지만, 리박스쿨 관계 단체에서 늘봄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데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일고 있다. 자격증을 부여하는 시스템을 표준화하고 교육청이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을 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늘봄을 어떻게 재정비할 지도 숙제다.
더불어 7월부터 역사교육활성화위원회를 운영해 역사교육의 방향성과 정책에 대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체계화할 예정이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역사교육자료센터'도 12월까지 구축한다.
-교권보호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핵심은 교사들이 고생하고 헌신하고 있다는 점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것다. 모든 교권문제는 불신에서부터 시작된다. 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교육 관계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교육청은 위기상태에 있는 교사나 학생들을 긴급하게 도울 수 있는, 이른바 부르미 제도를 만들려고 한다. 교육지원청 별로 4~5명을 한팀으로 구성한 응급 구호·지원체계다. 오는 22일 토론회를 통해 가닥을 잡고 하반기에 체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법적으로도 '아동복지법' 제 17조의 정서적 학대조항과 '아동학대처벌법' 제24조의 반드시 검찰에 송치해야 하는 부분이 수정돼야 한다. 아동학대로 신고되면 경찰이 종결할 수 없어 무고성 신고에도 교사들은 1년 가까이 시달리게 된다. 최근 시교육청도 '100인 변호인단'을 운영해 법적분쟁을 지원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교사들이 소신을 갖고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우울증 등 학생들의 마음건강도 화두입니다.
▶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조기 발굴 및 맞춤형 지원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그동안 학교에서 정서행동특성 검사, 마음EASY검사를 하더라도 보호자의 동의가 없으면 병·의원이나 전문기관으로 연계해줄 수 없었다. 올해부터는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되면서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경우 학생이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맞춰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실질적 개입과 지원을 시행할 것이다.
학교 내 전문 인력도 확충해야 한다. 전문 상담 교사 또는 전문 상담사, 지역사회교육전문가 등이 항상 학생을 돌볼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 담임·일반 교사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교육청은 전문상담교사 증원을 요청하지만, 교사 정원 감축 기조에 따라 정원 확보가 어렵다. 기간제교사를 활용해 2028년까지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인력이 상주하도록 할 계획이다. 동시에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한 학교 전문상담교사 배치 의무화, 전문상담교사 정원 확대를 교육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할 것이다.
-서울도 이주배경학생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공교육이 어떻게 지원해야 할까요.
▶ 지난해 4월 기준 서울에는 2만1000명 이상의 이주배경학생이 있다. 지난 10년간 2배 넘게 증가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학생들보다 중도입국한 학생들이 더 많다. 이들은 한국어가 서툴러 학교생활 적응이 더욱 어렵다. 올해 한국어 예비학교를 열고 기초부터 가르치고 있지만 한반에 이주배경학생이 70%를 넘으면 한국 학생들이 빠져나가 한국형 공교육이 깨질 우려가 있다. 지역적 특성에 따라 교육지원청에 다문화교육팀을 신설할 수도 있다.
-내년 지방선거가 1년 남았습니다. 재선 출마 의사가 있으실까요.
▶ 교육감이 된 지 이제 9개월 됐고, 민감한 문제라 말하기 어렵다. 교육감이 된 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인문계 뿐 아니라 과학고 등 이공계, 학교 밖, 대안학교까지 다루다보니 우리나라 교육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아이들이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대담=임동욱 정책사회부장 dwlim@mt.co.kr 정리=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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