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수통-라이터… 6·25 무명용사의 마지막 순간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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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대전 유성구 국가유산청 산하 국립문화유산연구원.
70여 년 전 6·25전쟁에서 죽은 한 무명용사가 마지막까지 떨리는 손으로 쥐고 있었을 총이었다.
문화유산연구원은 흔히 '옛것'만 다룬다는 인식이 있다.
이 연구사와 윤혜성 학예연구원(42)은 이처럼 6·25전쟁 무명용사의 마지막 순간을 밝혀내는 일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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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된 유품 X선-CT촬영 조사뒤, 현미경으로 작은 표식-흔적 찾아내
“6·25 전사자의 이름-얼굴 알고서 보존처리 작업할땐 더 마음 아파”

작업대 위에 놓인 기관총은 검붉은 녹이 남아 지금도 피에 젖어 있는 건 아닌지 착각이 들었다. 오래된 쇠에서 나는 비린내도 살짝 풍겨 왔다. 70여 년 전 6·25전쟁에서 죽은 한 무명용사가 마지막까지 떨리는 손으로 쥐고 있었을 총이었다.
“연구원으로 가져와 X선 검사로 탄창을 살펴 보니 한두 발 분량만 비어 있었어요. 탄창을 꽂은 뒤 제대로 쏴보기도 전에 즉사했다는 뜻이지요.”(이재성 학예연구사·52)
이 총은 당시 국군이 썼던 최신 영국제 기관총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습했다고 한다. 처음엔 총을 열어 내부를 볼 수도 없을 만큼 심하게 녹슨 상태였지만, 보존 처리를 통해 추가 부식을 막았다. 다행히 원형도 일부 복원했다.
문화유산연구원은 흔히 ‘옛것’만 다룬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현대사의 아픔이 깊게 배인 문화유산도 당연히 다룬다. 이 연구사와 윤혜성 학예연구원(42)은 이처럼 6·25전쟁 무명용사의 마지막 순간을 밝혀내는 일도 맡고 있다.
사실 이들은 국보 ‘창경궁 자격루’와 통일신라시대 불상 등을 복원한 금속 유물 전문가다. 2020년부터 국방부와 손잡고 화살머리고지, 백마고지 등 DMZ 격전지에서 수습된 전사자 유품을 조사하는 업무를 겸하고 있다. 다른 팀원 5명과 함께 보존 처리까지 마친 유품은 1360여 점에 이른다.
격전지에서 출토된 유품은 고인이 누구인지 밝히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X선,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방사선 비파괴 조사를 거친 뒤 수술용 칼, 면봉으로 이물질을 제거하면서 현미경으로 꼼꼼히 살피는 이유다.



윤 연구원은 현재 원삼국시대의 소형 철검도 보존 처리 중이다. 이 철검에서도 전쟁의 흔적이 느껴진다고 했다.
“전쟁 관련 유물은 어느 시대에나 있어요. 하지만 6·25전쟁은 전사자의 이름, 얼굴까지 알고서 작업할 때가 있어 마음이 더 아픕니다. 올해 보존 처리를 마친 화기 중에는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쓰이는 것이 있어요. 세상은 전쟁이 끝나질 않는구나…, 안타깝죠.”
보존 처리가 끝난 유품은 대부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유해발굴감식단 수장고에 보관된다. 박물관 전시, 안보 교육 등에 활용되기도 한다. 두 사람은 “나라를 위해 순직한 영웅을 후대에 알린다는 책임감과 뿌듯함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대전=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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