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한 올까지 보이는 10㎝ 앞 차은우가 말하네 “사랑해요”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는 순간 차은우와 나, 둘만의 세상으로 들어간다. 가수 겸 배우 차은우와 로맨스를 만들어가는 영화 ‘차은우 VR 콘서트: 메모리즈’가 18일 CGV에서 단독 개봉했다. 기존에도 에스파·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의 VR 콘서트가 극장에서 개봉했지만, 이번에는 관객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는 인터랙티브(상호작용) 형식으로 진화했다.

지난 23일 용산 CGV 상영관에 들어가니 극장 좌석마다 VR 헤드셋이 비치돼 있었다. 기기를 머리에 쓰면 눈의 초점을 맞추면서 영상이 시작됐다. 기기는 이용자의 손 동작도 인식해 손을 마우스처럼 움직여 다음 장면을 선택할 수 있었다. 평일 오후에 관객은 열 명 남짓. 각자 앉은 자리에서 VR 기기를 쓰고 손을 휘저으며 차은우가 눈앞에서 춤추는 걸 보고 있으니 SF 드라마 ‘블랙 미러’의 주인공이 된 듯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Z세대 대표 꽃미남 스타, 차은우의 얼굴을 바로 10㎝ 앞에서 마주하는 듯한 몰입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실물과 거의 흡사한 수준으로 구현돼 진일보한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팬들 사이에선 “차은우 실물 체험 영화”라 불릴 정도. 초고화질 12K 실사 촬영, 가상의 무대를 실제처럼 구현하는 시각특수효과 등 최첨단 기술이 동원됐다.
제작을 맡은 VR 콘텐츠 기업 어메이즈의 이승준 대표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예산과 제작 기간을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 VR 카메라의 움직임을 디지털 공간에 그대로 재현하는 트래킹 기술부터, 그린 스크린에서 가수를 분리하는 작업까지 다양한 공정에서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카메라가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차은우를 비추는데, 평생 볼 일 없을 듯한 차은우의 정수리까지 훤히 보였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까지 셀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느껴졌다. 무대 장면에서는 실제 눈을 마주치고 노래를 불러주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춤을 추다 복근을 드러낼 때는 왠지 모를 수치심에 눈을 돌리려 했으나 VR 속에서 도망칠 곳은 없었다. 관객의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VR 기술이 어디까지 허용될지, 우려도 머릿속을 스쳤다.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선물이겠으나, 팬이 아닌 관객에게는 유사 연애 콘셉트의 스토리가 당혹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도입부부터 차은우의 목소리로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이 영화의 장르는 로맨스 판타지. 로맨스의 주인공은 저와 당신이 될 거예요.” 극 중 ‘나’와 이별한 차은우는 눈물을 글썽이며 괴로워하고, 술에 취해 메시지를 보내며 나에게 매달린다. 카메라를 보고 “예쁘다”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등 달콤한 대사가 이어진다.

스토리를 기대하고 이 영화를 선택하진 않겠지만, 각본은 지나치게 밋밋했다. 몇몇 장면에선 카메라를 보고 저 대사를 읊조렸을 현실 속 차은우가 자꾸 떠올라, 아이돌도 극한직업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관객이 직접 스토리를 선택하는 인터랙티브 요소는 총 세 차례 나오는데, 선택에 따라 배경이나 사물이 조금씩 달라질 뿐 전개가 달라지는 수준은 아니었다.
상영 시간 58분, 티켓값은 일반 영화 티켓의 두 배가 넘는 3만3000원. 그럼에도 보고 나온 팬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미국에서 왔다는 한 40대 팬은 “드라마를 보고 차은우 팬이 됐다. 여행 중 너무나 즐거운 경험이었다”며 엄지를 들어 올렸다. 8년째 차은우 팬이라는 관객 최모(33)씨는 “TV에서만 볼 수 있었던 얼굴을 눈앞에서 봐서 좋았다”고 했다. 아쉬운 점은 없었냐 묻자 “길이가 짧다는 게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라고 했다. 영화는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멕시코·대만·중국·베트남 등에서 순차 개봉한다.
콘서트 영화가 아닌 극 영화도 VR로 관람하는 시대가 올까. 이승준 어메이즈 대표는 “마블 영화처럼 대부분 컴퓨터 그래픽(CG)으로 구성된 작품의 경우, 지금도 충분히 일부 장면을 VR로 변환할 수 있다”고 했다. “‘어벤저스’의 히어로가 모인 공간에 함께 들어가거나, ‘아바타’의 환상적인 세계를 VR로 체험하는 것은 일반 스크린에서 제공할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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