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김애란·강화길… 도서전 기간 쏟아진 ‘텐트 폴’ 작품들

황지윤 기자 2025. 7. 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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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 맞춰 출판 성수기가 된 6월

“소설이 쏟아지는데 뭐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겠어!” 지난달 중순부터 문학 독자들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매년 6월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의 인기가 갈수록 뜨거워지면서 각 출판사가 도서전 기간(올해는 6월 18~22일)에 맞춰 굵직한 주력 작품을 줄줄이 펴내면서 벌어진 일이다. 극장가에서 성수기 대작을 일명 ‘텐트 폴(tent pole) 영화’라 부르는데, 이젠 ‘텐트 폴 소설’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텍스트힙' 열풍에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6월이 '출판계 성수기'가 됐다. 사진은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도서전 현장. 닷새간 총 15만명이 찾았다. /연합뉴스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문학동네), 강화길의 ‘치유의 빛’(은행나무) 등이 올해 도서전을 노리고 나온 신작이다. ‘안녕이라 그랬어’는 작가의 동인문학상 수상작 ‘바깥은 여름’(2017) 이후 8년 만에 나온 소설집. ‘김애란 파워’로 20일 출간과 함께 종합 베스트셀러 2위(교보문고 기준)에 오르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치유의 빛’을 낸 은행나무 출판사는 책 출간에 맞춰 도서전에서 강화길 소설가 사인회를 여는 등 발 빠른 홍보에 나섰다. 민음사는 올 초부터 역주행하며 20만부 넘게 팔린 정대건의 장편소설 ‘급류’ 20만부 리커버(표지 갈이) 판을 내며 관심을 끌었다.

6월 도서전을 맞아 각 출판사에서 펴낸 주력 소설 작품. /문학동네·은행나무·민음사

책을 온·오프라인 서점보다 도서전에서 먼저 팔기도 한다. 문학 소비층으로 자리매김한 2030 독자들이 도서전을 찾는 주 연령층인데, ‘오픈 런’ 문화에 익숙한 이들을 노린 마케팅인 셈. 616쪽에 달하는 ‘김혜순 죽음 트릴로지’(문학과지성사)가 그 경우다. 번호를 매긴 초판 250부는 도서전에서 완판됐다. ‘죽음의 자서전’(2016) ‘날개환상통’(2019)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2022) 등 시집 세 권을 한데 묶고, 미공개 산문(‘죽음의 엄마’)을 실었다. 책은 이르면 2일부터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도서전에서 먼저 선보인 '김혜순 죽음 트릴로지'. /문학과지성사

작은 출판사들도 각자 ‘비장의 무기’를 마련했다. 정용준의 장편소설 ‘너에게 묻는다’(안온북스), 최진영의 산문집 ‘내 주머니는 맑고 강풍’(핀드) 등이 6월 출간작. 스위밍꿀 출판사는 올해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정기현의 첫 소설집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을 대표작으로 밀었다. 팬층이 두꺼운 작가들이다.

6월이 ‘출판계 성수기’로 굳어지면서 출판사의 상반기 업무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독자들이 도서전을 기대하는 것처럼 저자들도 ‘6월에 책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며 “그 결과 모든 업무가 6월에 몰려서 편집자들은 상반기에 죽어나간다”며 농반진반 말했다.

왼쪽부터 정용준의 장편소설 '너에게 묻는다', 최진영 산문집 '내 주머니는 맑고 강풍', 정기현 소설집 '슬픔 마음 있는 사람'. /안온북스·핀드·스위밍꿀

☞텐트 폴

한국 영화라는 ‘텐트’를 떠받치는 기둥이라는 의미로 영화계에서 굳어진 표현. 극장가 성수기를 겨냥한 대작을 가리킨다. 6월이 출판계 성수기로 자리매김하면서 이 시기에 펴내는 각 출판사의 주력 작품을 ‘텐트 폴’에 빗대는 것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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