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희의 환경칼럼] ‘기후에너지부’가 걱정스럽다
충돌하는 모순 관계
조직을 분리해 놓고
견제와 균형 추구해야
하나로 합쳐 놓으면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환경부 기후 기능과 산업부 에너지 기능을 합쳐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거나, 환경부에 산업부 에너지 기능을 흡수시켜 기후에너지환경부 비슷한 방식으로 확대 개편한다고 한다. ‘기후’와 ‘에너지’ 기능을 결합한 부처를 발족시킨다는 것인데, 여기엔 문제가 있다.
에너지를 다리가 네 개 달린 의자로 비유해 볼 수 있다. 그 의자 위에 국가 경제가 앉게 된다. 에너지의 네 다리란 공급 안정성, 경제성, 환경성, 수용성을 말한다. 네 다리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부실하면 의자는 균형을 잃고 국가 경제는 흔들린다. 문제는 석탄·석유, 천연가스, 태양광·풍력, 원자력 등 중추 에너지 가운데 네 다리를 다 갖춘 에너지는 없다는 점이다. 경제성에서 떨어지거나(태양광·풍력), 수용성이 부족하거나(원자력), 환경 측면의 약점이 있거나(석탄·석유), 공급 안정성에서 불리하다(천연가스). 결국 튼튼한 에너지 의자를 확보하려면 적절한 에너지 조합으로 각각의 에너지가 가진 취약성을 다른 에너지로 보강해야 한다.
에너지의 네 다리 가운데 공급 안정성과 경제성은 산업부가, 대기오염과 기후변화 등 환경성은 환경부가 책임져 온 기능이다. 수용성은 두 부처 모두의 과제일 것이다. 그런데 산업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는 충돌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를 싸게 공급한다는 산업부 목표는 배출권 거래제로 가격을 높여 에너지 소비를 억제한다는 환경부 정책 기조와 충돌한다. 태양광·풍력은 환경부 정책 목표에 부응하는 청정 에너지이지만, 24시간 안정적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산업부 기능과는 배치될 수 있다.
정부 정책은 산업과 환경의 대립 가치 사이에서 예민한 균형을 잡아가야 한다.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기울면 에너지 의자는 국가 경제의 하중을 지탱할 수 없게 된다. 이제까지 산업 기능과 환경 기능을 두 부처로 분리해 온 것은 에너지 의자의 균형 확보를 위한 제도적 해법이었다. 산업부와 환경부는 장관급 부처로서 동등한 지위를 가지면서 경쟁, 타협, 조율의관계를 유지해 왔다. 산업부와 환경부 공무원들은 각기 자기 조직의 가치를 내재화하고 소속 부처의 목표 실현을 위해 노력해 왔다. 에너지 의자를 떠받치는 네 경합 가치는 그런 견제와 균형의 조직 운용 원리 아래서 무시되거나 과잉 대표되지 않고 조화를 추구하게 된다.
환경부 기후 기능과 산업부 에너지 기능을 하나로 결합해 놓으면 통합 부처의 장관은 기후변화 억제와 에너지 안정 공급이라는 대립적 가치를 동시에 구현해야 하는 모순적 위치에 놓인다. 장관이 두 방향의 경합 가치를 모두 중시하는 다각도적 시각을 갖는 사람이라면 기술 중립적 판단으로 정책 균형을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기후와 에너지는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가치가 격렬히 충돌하는 영역이다. 극단 견해가 부딪히는 문화 전쟁의 환경에서 각 진영의 입장을 아우르는 통합적 관점을 견지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통합 부처 내 하부 기후 조직과 에너지 조직이 토론과 타협으로 정책 균형을 찾아가지 않겠냐는 희망적 예측을 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공무원 조직은 관료적 명령 계통 아래 움직인다. 장관이 어떤 신념을 갖고 있거나 그 나름의 판단을 내리고 난 후에 거기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일은 심각한 각오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정부 에너지 정책은 한쪽으로 기울 공산이 크다.
‘기후에너지부’ 발족은 기후를 국정 중심축에 놓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 기후가 두뇌 자리를 차지해 에너지 몸통을 통제하도록 하는 조직 개편이라고 해석된다. 에너지를 저렴한 가격으로 풍족하게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산업적 목표는 보조적 중요성을 갖는 가치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 명분에 눌려 산업 부문은 무거운 짐을 지게 되는 것이다. 에너지 의자의 균형도 깨지게 된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것은 기후를 중시하겠다는 이재명 정부가 기후 문제 해결에 가장 효율적일 원자력 에너지는 배척하겠다는 태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산업 경쟁력 보호와 기후 가치 실현의 충돌하는 정책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에너지가 원자력이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은 더 이상 없을 것처럼 밝히고 있다. 기후 가치를 무엇보다 우선시할 것처럼 말은 하면서도, 산업 가치의 희생 없이도 기후 가치를 실현할 유력한 정책 수단은 배제하려 하는 것이다. 태양광 왕국이면서도 원전 굴기를 추구하는 중국의 실용적 전략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기후 중시와 원자력 배제는 말 두 마리를 반대로 묶어놓고 마차를 몰겠다고 하는 것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적 입장이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가 기후 문제를 중시하겠다고 하는 것이 과연 진심인가 하는 의문도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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