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588] 자유의 여신상

1886년 10월 28일 미국 뉴욕항 끝자락 리버티섬에서 ‘자유의 여신상’ 제막식이 열렸다. 프랑스 조각가 프레데리크 바르톨디(Frédéric Bartholdi·1834~1904)가 디자인한 이 거대한 조각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프랑스 시민들의 자발적 기부로 제작됐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에도 제국과 왕정을 오가며 완전한 공화정에 이르지 못했던 프랑스인들은 미국의 독립을 기리면서, 동시에 자유에 대한 갈망과 공화주의의 염원을 표현하고자 했다. 말하자면 이 조각은 미국을 위한 선물이자, 프랑스를 향해 자유와 국민 주권을 외치는 강력한 선언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보다 느렸다. 조각은 자금난과 정치적 상황에 부딪혀 독립 100주년보다 10년 늦은 1885년에야 완성됐다. 그나마도 받침대가 마련되지 않아 제막은 또다시 미뤄졌다. 이때 언론인 조셉 퓰리처는 신문을 통해 ‘1센트라도 기부하면 신문에 이름을 실어준다’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 결과 약 12만 명의 소액 기부가 모여 마침내 기단이 완공됐다.
제막식 날 미국 대통령과 프랑스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거대한 여신상의 베일이 벗겨지자 뉴욕 하늘은 함성과 함포 포성으로 뒤덮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자리에 여성은 없었다. 초청 명단에 여성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행사장으로 가는 공식 선박에는 여성 탑승 자체가 허용되지 않았다. 결국 그날의 ‘자유’는 남성들만의 것이었고, 여성을 위한 자리는 리버티섬에 우뚝 선 그 여신상 하나뿐이었다. 미국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건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1920년. 자유를 외치던 이들의 눈에 바로 옆의 빈자리는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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