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밥상 지킴이] (4) ‘로컬푸드’ 지속가능하려면
로컬푸드 직매장이 경남 곳곳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역 농민에게는 안정적 판로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식재료를 공급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확대 일변도의 정책 속에서 실효성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매장별로 수수료 체계는 들쭉날쭉이고, 일부 매장의 가공식품 비중은 신선 농산물을 위협할 정도로 높아져 본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경남신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지자체 운영 경남지역 로컬푸드 직매장 최근 5개년 현황(2020~2024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도내 로컬푸드 직매장은 총 17곳이다. 이곳들의 운영 실태를 짚고 전문가의 제언을 들어본다.
매장 상당수 가공식품 비중 높아
지자체 위탁매장 4곳 평균 33.3%
함양군 직영 상림매장은 53.8%
운영주체 따라 수수료 4배차
직영 최저 5%, 위탁 최고 20% 달해
동일 제품 출하해도 수익구조 차이
지역 총괄 공적조직 필요
매장 간 품목 교류·물류 조정 역할
학교급식 등 연계 활성화 유도를

◇신선 농산물 중심?…가공품 비중 절반 넘는 곳도= 주말인 지난달 29일 오전 10시께 찾은 남해고속도로 함안휴게소(순천방향)에 위치한 함안군 로컬푸드 행복장터 직매장. 함안군이 직접 운영하는 이 직매장은 2억5000만원을 투입해 78.55㎡ 규모로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이날 찾은 직매장은 ‘지역에서 생산한 신선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로컬푸드의 정신을 찾기 어려웠다. 매장 매대 곳곳에는 가공식품이 주를 이뤘고, 채소나 과일류 등 신선 농산물은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한쪽에 소량 진열돼 있었다. 게다가 입구에서도 한눈에 보이는 매대에는 ‘로컬푸드’와 전혀 무관한 공예품과 생필품이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 모자와 스카프, 화장품, 찻잔, 도마, 접시, 수저받침대, 가방 등이 놓인 매대는 ‘기념품 숍’에 가까운 풍경이었다. 문제는 이 같은 운영 방식이 이 매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본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지자체가 직영하거나 위탁 운영하는 직매장 17곳 중 상당수에서 가공식품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지자체가 위탁 운영 중인 로컬푸드 직매장은 총 5곳이다. 이 가운데 출하 농가가 단 18명에 불과한 양산시 위탁 매장은 가공식품 취급 비율이 0%로, 통계적 대표성이 낮아 분석에서 제외했다. 이를 제외한 4곳(밀양시·함안군·거창군·합천군)의 위탁 매장을 보면, 가공식품 비중은 평균 33.3%로 나타났다. 밀양시는 출하 농가 67명에 가공식품 비중 36.9%, 함안군은 52명에 35.7%, 거창군은 187명에 35.7%, 합천군은 141명에 24.9%를 기록했다.
직영 매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함양군 직영 상림매장은 가공식품 비율이 53.8%로 절반을 넘겼고, 산청군 직영 상·하행 직매장도 47.7%에 달했다. 중소농이 주를 이루는 경남 농가가 직접 가공식품을 생산·출하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구조는 ‘로컬푸드’라는 근본 취지를 담은 용어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반면, 창원시 직매장(10.2%), 양산시 직매장(10.5%) 등 일부 매장은 가공식품 비율을 10~20% 수준으로 억제하며 신선 농산물 중심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도내 로컬푸드 직매장 담당 공무원은 “농산물 생산지를 직매장 소재 지역에만 한정해 판매하려니 매대를 채우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 수수료도 제각각…최대 4배 차이= 로컬푸드 직매장의 장점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다. 농민이 직접 가격을 정할 수 있고, 유통단계를 최소화해 이윤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운영 주체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비교적 지자체가 직영하는 직매장의 수수료가 낮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함양군 직영 매장 5곳은 농산물·가공품 모두 판매 금액의 5%로 수수료가 가장 낮았다. 산청군이 직영하는 2곳은 6%, 함안군이 직영하는 2곳은 7%로 낮은 편이었다.
위탁 운영 중인 직매장 중에선 합천군이 위탁 맡긴 직매장이 10%, 밀양시가 위탁 맡긴 직매장이 11%로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양산시의 경우 직영하는 직매장은 10%, 위탁 한 직매장은 13%를 부과했다. 함안군도 직영(7%)과 달리 위탁 직매장은 15~20%를 부과했다. 부분 위탁 형태로 운영 중인 김해시는 수매 차량 이용 여부에 따라 10%~13%로 차등 적용하고 있다. 품목별 수수료 차이도 있었다. 거창군이 위탁하는 직매장은 농산물·축산물·수산물은 10%, 가공품은 15%를 부과했고, 창원시는 농산물은 10%, 나머지 품목은 15%로 구분했다. 농가 입장에선 동일한 제품을 출하하더라도 매장에 따라 수익 구조가 달라지는 셈이다.
◇전문가 “공공성 강화·품목 다양화가 지속 가능성 좌우”= 전문가들은 로컬푸드 정책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운영 방식의 공공성 강화와 품목의 다양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송원규 농정전환네트워크 정책실장은 “행정구역 단위로 직매장을 제한하면 품목 다양성에 제약이 생기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생산자 조직화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이미 여러 지역에서 행정구역을 넘나들며 품목 교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농촌 지역은 소비 인구 자체가 적기 때문에 매장 하나만으로 활성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중요한 건 사업 주체”라고 강조했다. 매장 하나하나를 독립적인 주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 전체를 총괄하는 재단법인이나 센터 같은 공적인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예를 들어 전북의 경우 5개 시군에 재단법인 센터가 있다”며 “이 센터들은 단순히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생산자 조직을 만들고, 지역 내 급식, 장터, 직거래 등을 아우르며 소비와 생산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생산지와 직매장 간 물리적 거리에 얽매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창기에는 ‘반경 몇 ㎞ 이내’라는 거리 개념이 있었지만, 지금은 의미가 많이 확장됐다”며 “로컬푸드는 단지 물리적인 거리보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 신뢰와 투명한 유통의 의미가 중요하다. 지역 내 소비를 우선하되 구매력이 부족한 농촌 지역 생산물은 인근 도시나 수도권 등으로도 공급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도 농민들의 입장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생산 여력이 있음에도 타지역 농산물이 먼저 들어오면 향후 생산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지역 먹거리 통합지원센터 같은 기관에서 품목 교류와 물류 조정을 맡아야 한다. 특히 급식 영역은 정해진 품목에 대해 연중 공급량이 명확하기 때문에 타 지역과의 품목 교류가 자연스럽고 실효성도 높다”고 말했다.
윤병선 건국대학교 명예교수는 “로컬푸드 직매장의 성장이 정체된 이유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학교 급식이나 공공급식과 연계한다면 품목에 대한 한계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기후 여건이나 재배 조건이 한계가 있다 보니 지역에서 생산하기 어려운 품목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제휴의 관점에서 직매장 간에 교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다만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윤 교수는 “경남지역에 먹거리통합지원센터가 많이 설치돼 있다. 서로 연결고리를 강화하면 로컬푸드 직매장 활성화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태형 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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