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궤도의 '그대에게' 추억의 MBC 대학가요제 13년 만에 부활

윤유경 기자 2025. 6. 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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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개최 목표로 부활..."전 세대가 같이 즐길 수 있는 축제라고 여겨주길"
부산MBC·본사 협업 진행 "지역사도 살고, 본사도 잘할 수 있는 기회"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 2025 MBC 대학가요제. 사진=MBC 홈페이지 갈무리.

1977년부터 36년 간 한국 대중음악사의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해온 'MBC 대학가요제'가 13년 만에 다시 문을 연다. 담당 PD는 미디어오늘에 “K팝 시장과는 다른, 대학생들의 청춘만이 노래할 수 있는 것들이 따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전 세대가 다같이 즐길 수 있는 축제라고 여겨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MBC는 '청춘을 켜다'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되는 올해 가요제를 시작으로 매년 대학가요제를 이어갈 계획이다.

화려했던 과거와 폐지…13년 만의 부활

MBC 대학가요제는 1977년 9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수많은 스타를 배출해왔다. 1회 때 서울대 밴드 '샌드 페블즈'가 '나 어떡해'로 대상을 받으면서 화려하게 등장한 대학가요제는 36년 동안 국민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으며 많은 스타들의 등용문이 됐다. 기성 가요제의 저변이 넓지 않았던 시절, 신선한 노래와 얼굴을 배출하며 한 시대 대중음악의 아이콘이 됐다. 독재정권 시절 억눌려있던 청춘문화와 정서를 끌어내는 장의 역할도 했다.

김학래·임철우의 '내가'(1979), 이범용·한명훈의 '꿈의 대화'(1980), 높은음자리의 '바다에 누워'(1985), 유열의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1986), 무한궤도의 '그대에게'(1988) 등은 대학가요제가 배출한 명곡으로 평가받았다. 이외에도 노사연·배철수·심수봉·이정석·조하문 등 많은 가수들이 대학가요제를 통해 스타로 입문했다. 1990년대 들어 전람회, 김경호 등이 주목을 받았지만 2000년대엔 '잘 부탁드립니다'를 부른 그룹 '익스'(2005) 외에 눈에 띄게 이름을 알린 가수가 없었다.

▲ 1977년 1회 MBC 대학가요제 때 대상을 받은 서울대 밴드 '샌드 페블즈'의 '나 어떡해'. 사진=엠플리 MBC Playlist 유튜브 갈무리.

2000년대 들어 대학가요제는 빠르게 위축됐다. 가요제 참가자들이 주로 선보이는 록, 포크, 발라드가 아닌 아이돌 그룹과 댄스 음악이 주류음악으로 자리 잡았고, 가수 지망생들의 데뷔 시기는 점점 빨라졌다. 대형 연예 기획사를 통한 신인 육성 시스템과 오디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며 가요제가 지위를 잃게된 탓도 있다. 그렇게 대학가요제는 2012년 36회를 마지막으로 폐지 수순을 밟았다. 당시 MBC는 “지난 수년간 새로운 스타와 히트곡 탄생 부재,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 등장 등으로 존속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비용 대비 저조한 시청률”도 폐지 이유 중 하나였다. 이후 2019년 MBC플러스에서 대학가요제를 기획했지만 특집성 방송으로 끝났다.

그러던 대학가요제가 올해는 다시 매년 개최를 목표로 부활했다. '2025 MBC 대학가요제' 연출을 담당한 김문기 PD는 30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K팝 시장과는 또 다른, 대학생들의 청춘만이 노래할 수 있는 것들은 따로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학가요제 폐지 이후로도 대학생들의 밴드·음악 동아리 활동은 계속됐다”며 “한 번 해볼 만하지 않을까, 다시 부활시키면 그들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대학가요제는 지역사와의 협업을 염두에 둔 기획이기도 하다. 본래 대학가요제는 각 지역MBC가 지역 단위 예선을 진행하는 등 본사와 지역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올해 대학가요제는 모든 지역사와의 협업은 아니지만, 부산MBC와 서울MBC의 협업으로 진행된다.

김 PD는 “OTT의 거대한 물결 속 방송사들 사정이 예전 같지 않다. 본사에서도 지역사들과 함께할 방법을 찾던 중 MBC가 IP(지식재산권)를 갖고 있는 대학가요제를 부활시키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부산MBC와 서울MBC의 협업으로 진행해 지역사도 살 수 있고, 본사도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원조 대학가요제를 부활시켜보자는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PD는 “모든 지역사와 예선을 진행하기엔 상황상 힘든 측면이 있었다”며 “전 세계 어디서든 본인들의 음악을 영상으로 찍어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마다 예선을 하지 않더라도 온라인으로 접수 받아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고 말했다.

“전 세대가 다같이 즐길 수 있는 축제라고 여겨주길”

시대의 변화 등으로 폐지를 겪었던 프로그램을 1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제작진의 우려는 없을까. 김 PD는 “각 지역 예선이 다 있을 때보다 제작비는 조금 절약할 수 있게끔 온라인으로 지원을 받고, 오랜만에 열리는 대학가요제에 대해 다행히도 기업들의 관심이 조금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PD는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효율적으로 잘 운영해 이번 기회를 잘 진행해보려 한다”며 “지금으로선 올해의 부활로 매년 대학가요제가 다시 예전처럼, 기존의 K팝 시스템과는 다른 스타들이 나올 수 있는 등용문이 되는 게 우리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MBC '복면가왕', '쇼!음악중심', '2023 가요대제전' 등을 연출한 김 PD는 대학가요제만의 차별점을 '세대를 아우르는 축제'라고 설명했다. 김 PD는 “복면가왕을 연출할 때 보면, 히트곡 안에서는 세대를 뛰어넘어 나이 차를 극복하고 하나가 될 수 있다. K팝과는 또 다른 장르의 역할”이라며 “대학가요제에선 사람들이 들으면 누구나 알 노래들이 많이 나왔다. 세대를 뛰어넘을 수 있는 곡이 한 곡 나와준다면 연출하면서 큰 보람이자 기쁨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시작하는 대학가요제는 국적·나이 제한 없이 국내외 대학(원)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한국 소재 대학의 외국인 학생, 해외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 모두 참가할 수 있다. 한편으로 '왜 대학생만을 위한 가요제여야 하느냐'는 오래된 질문도 여전하다. 김 PD는 “우리도 진지하게 한참 고민한 부분”이라면서 “대학가요제의 전통이자 정체성이기도 하고, 특색을 지켜보는 게 어떨까 생각했다. 대학생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서 이번엔 유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25 MBC 대학가요제는 오는 8월10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고 8월 중순 서울에서 1차 예선을 진행, 부산에서 본선을 개최할 예정이며 정확한 방송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지원자는 자기소개와 본인이 만든 미발표 창작곡 가창 영상 1개, 기성곡 가창 영상 1개를 첨부하면 된다. 김 PD는 “K팝을 좋아하는 10대부터 노래 '그대에게'의 추억이 있는 40대~50대 이상 분들 모두, 전 세대가 대학가요제를 '다같이 즐길 수 있는 축제'라고 여길 수 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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