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2조원 ‘짝퉁시장’ 경종 울릴까
지재권 침해 땐 3 → 5배 한도 강화
‘고의성 입증’ 어려워 실효성 의문
피해자가 직접 적발·증거 수집해야

상표법·디자인보호법 침해 피해의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가 2조원을 넘나드는 짝퉁 시장 근절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함께 제기된다.
관련 수사와 소송이 늘면서 침해 행위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있는 반면 적발 체계 등 전반적 제도 개선 없이 실효성이 낮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고의로 상표권과 디자인권 등 지식재산권을 침해할 경우 손해로 인정되는 금액의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가 3배에서 5배로 늘어나는 내용의 상표법·디자인보호법 개정이 오는 22일부터 적용된다.
징벌 배상이 강화된 주된 이유는 국내 짝퉁 시장이 팽창되고, 지식재산권 침해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에서 2023년까지 5년 동안 관세청에 적발된 지식재산권 침해 수입품 규모는 2조902억원이다. 세관 당국에 적발되는 수입품 대부분은 명품 브랜드의 상표 등을 허위 표시한 짝퉁 상품이며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짝퉁 시장 대응력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기존 3배 상한의 손배 기준의 경우 자사 브랜드의 모조품이 발견돼도 각종 소송비용과 손해 입증 어려움 등으로 제대로 된 피해보상이 어려웠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민·형사 소송 과정에서 합의 종결되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수사기관의 수사와 판결 기준도 달라질 전망이다.
반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상표법·디자인법 침해 사건의 손배 제기에 가장 중요한 건 ‘고의성 입증’이다. 상표가 있다는 걸 알고도 고의로 유사하게 사용했다는 사전 인지 여부와 정품처럼 보이게 하려는 혼동시도 등이 입증돼야 하는데, 현재 증거 수집 제도상 어렵다고 법조계는 설명한다.
또한 신고 중심의 적발 체계도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지식재산권 침해 사건의 80% 정도는 피해 기업의 신고로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적발과 피해 입증, 증거 수집 등을 대부분 피해 당사자가 해야 하는 셈인데,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손배 기준이 강화돼도 소송 자체를 시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이번 개정이 시행되면서 상표·디자인 침해행위에 대한 보호 수준이 한층 더 올라갈 것”이라면서도 “고의성 입증과 증거 수집 등 전반적 제도개선도 함께 추진돼야 징벌적 손해배상이 더 제대로 이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건 기자 gogosi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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