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값 대출 규제 초강수, 중장기 로드맵도 고민해야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대출 규제’ 초강수 카드를 꺼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소득과 집값에 상관없이 최대 6억원으로 일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담대 최장 만기도 5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했다. 주담대를 받으면 6개월 내 실거주 의무화로 ‘갭투자’가 사실상 막혔다.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주담대도 전면 금지됐다. 덩달아 대출 의존도가 높은 실수요자들의 아파트 진입 장벽도 높아졌다.
아파트 시장이 과열된 것은 공급 부족 우려로 인한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커진 탓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넷째 주(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주 대비 0.43%로, 6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강벨트 집값 상승은 서울 외곽지역과 경기·인천까지 번지는 양상이었다. 경기도와 인천시 전체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달 27일 기준 각각 5억8천525만원, 4억5천667만원이다. 다만 과천시 평균 20억1천499만원, 성남시 11억9천332만원, 하남시 9억5천708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하남시는 최근 10년간 매매가 상승률이 무려 174.7%에 달한다. 과천시 163.9%, 성남시 115.7%, 화성시 104.7% 순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제는 부동산 수요 억제로 과열된 시장을 빠르게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당장 현금부자들만 집 사라는 얘기냐는 반발에 부딪혔다. 여기에 외국인들이 ‘주택 쇼핑’의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역차별 우려도 나왔다. 무주택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현금이 부족한 청년과 신혼부부들은 내집 마련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할 판이다. 정책대출은 지역과 상관없이 한도가 일부 제한됐다. 일반 디딤돌 대출의 경우 2억5천만원에서 2억원, 생애 최초 디딤돌은 3억원에서 2억4천만원으로 줄었다. 신혼부부 디딤돌 대출은 4억원에서 3억2천만원, 신생아특례 역시 5억원에서 4억원으로 축소됐다. 결국 고가주택 지역에서 외곽으로 이탈하는 풍선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심상치 않은 아파트값 폭등에 정부의 대출 규제 긴급조치는 불가피했다. 그럼에도 ‘대출 규제’는 ‘빚투’ ‘영끌’에 브레이크를 걸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 단기 방어책일 뿐이다. 집값 안정을 위한 실현 가능하고 촘촘한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 주거사다리만 흔들면 선량한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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