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배출, 하고 싶은데 버릴 데가 없어요”

김지현·신지은 인턴기자 2025. 6. 3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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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프로젝트>
청년 거주지, 수거장 부족
기준 혼선 등에 실천 어려워
제도 바깥에 놓인 일상
시설 의무화 등 개선 필요
아파트 인근에 무더기로 쌓인 쓰레기 봉투. 겉으로는 재활용과 일반쓰레기가 구분되지 않아 분리배출 여부를 알기 어렵다.
한 원룸촌 수거장 앞에 일반 쓰레기, 재활용품, 박스류가 뒤섞여 있다.


6월2일부터 4주간 진행된 ‘광주매일신문 청년 인턴기자단 환경 프로젝트’는 청년의 시선에서 바라본 쓰레기 문제를 다뤄보기 위해 기획됐다. 단순한 비판이나 계도에서 벗어나 청년이 자주 머무는 공간과 그곳의 관리 체계가 충돌하는 지점, 개인의 실천이 마주한 제도적 한계를 조명하는 것이 이번 보도 방향의 핵심이다.

A팀은 도심 속 피크닉 공간에서 나타나는 쓰레기 풍경을 비교하며, 공간의 성격과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쓰레기 문제를 보도했다. 반면 B팀은 일상 공간에서 분리배출을 실천하려는 청년 개인들의 목소리에 주목했다.

청년의 문화와 생활에서 시작된 두 편의 기사를 통해 현대사회의 쓰레기 문제를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분리배출 실천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 1인 가구는 개인의 의지보다 제도와 환경을 더 크게 체감하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복잡한 기준, 부족한 수거 시설, 애매한 안내 체계 탓에 실천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6월17일 오후 광주 북구 한 원룸촌. 각종 쓰레기가 들어있는 봉지를 든 신모(27)씨가 분리수거장 앞에 멈춰 서 있다가 아무렇지 않게 한쪽에 쌓여 있는 일반 쓰레기통 안에 넣었다. 그는 “어차피 다 태우는 거 아니냐”며 발길을 돌렸다.

얼마 전 취업 후 자취를 시작했다는 신씨는 “귤껍질, 계란껍질이 음식물인지도 헷갈리고, 플라스틱은 뚜껑을 떼야 하는 건지, 빨대는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 몰라 결국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귀찮은 걸 떠나서 내가 열심히 하면 손해 보는 기분이다”며 “학교에는 음식물 쓰레기장이 몇 군데 없어 일부 학생들은 아예 변기에 버리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집주인에게서 식당 쓰레기통에 몰래 버리라고 안내하더라”는 사례도 들었다고 했다.

오랜 자취 생활로 분리배출에 익숙하다는 이모(29)씨 역시 실천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씨는 “햇반 용기나 일회용 컵처럼 재질이 섞인 제품은 검색해서 따로 확인해야 한다”며 “‘OTHER’ 표시가 된 플라스틱이 재활용 안 된다는 것도 최근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나서 손 씻을 곳이 없거나, 비누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게 되는데, 분리배출을 하려다 일회용품 사용이 더 늘어난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청년 1인 가구는 이처럼 불명확한 분리배출 기준, 미흡한 편의 시설, 제한된 안내 정보로 반복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자체의 대부분 안내는 아파트 기준으로 작성돼 있다. 반면, 청년 1인 가구가 밀집한 원룸이나 빌라 지역은 공용 수거장이 부족하거나 아예 방치돼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학교 근처에서 쓰레기를 수거해 분리하고 있지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양이 많다”며 “청년들이 올바르게 버리고 싶어도, 실천할 공간과 방법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주변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는 시민단체 관계자.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만 분리수거 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청년들이 밀집한 주거지는 법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어 수거장이 없거나 있어도 사실상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업국장은 “청년 밀집 지역에 행정 차원의 비용 지원과 분리배출 시설 설치 의무화 등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며 “단순 캠페인보다는 실질적인 구조 개선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청년들의 분리배출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기준은 더 명확하고 절차는 더 간편해져야 한다”며 “어떻게 쉽게 실천할 수 있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현·신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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