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독립 인사기관’ 독립성-효율성 균형 찾아야 [왜냐면]

한겨레 2025. 6. 3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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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 연합뉴스

김호균 |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이재명 정부의 출범과 함께 독립 인사기관 재설립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요구로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5월 행정자치부 인사국이 독립해 독립 인사기관인 중앙인사위원회가 발족했다. 엽관주의의 폐해를 막고, 인사행정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독립 합의형으로 출범했던 것이다. 중앙인사위는 행정부 공무원의 인사행정에 관한 기본정책 수립 및 인사행정 분야 개혁에 대한 사무 등 인사 전반에 대해 광범위한 권한을 가졌으나, 출범 9년만인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의 ‘대부처주의’ 논리로 폐지돼 행정안전부로 업무가 이관됐다.

우리 인사 현실에 맞는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해 선진 외국의 인사기관 사례를 분석해 보자. 미국 모델은 인사정책 수립 및 집행기능은 인사관리처(OPM)로, 실적주의 원칙 보호 및 개별 공무원의 부당한 인사조치에 대한 항소 심리 및 판결은 실적제보호위원회(MSPB)로 역할을 명확히 분리하고 있다. 인사관리처는 행정부 내 독립기관, 실적제보호위원회는 준사법 독립기관으로 대통령의 직접적 통제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가진다. 이는 모든 인사 기능을 하나의 독립기관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전문화된 독립기관들이 상호 감시·견제하며 역할을 수행하는 분산형 모델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영국은 1995년 공직사회의 체질 개선 일환으로 공공인사감독관청(OCPA)을 설치해 투명하고 능력주의에 입각한 공공기관 임원 임명 시스템 모델을 마련했다. 공공인사감독관청은 공공기관 임원 선발의 모든 과정을 감독하고 규제한다. 공공인사감독관청 수장은 국왕이 임명하며 정부와 관료 조직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다. 이는 공공인사감독관청이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제3의 눈’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공공인사감독관청이 공공기관 임원 인사에 대한 강력한 견제장치라는 점은, 법 위반 행사를 사후 감사하는 데 그치는 우리 감사원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독일의 자율성 존중형 감독 모델은 각 부처의 자율 채용을 존중하되, 독립적 인사기구인 연방인사위원회는 채용의 공정성과 원칙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역을 한다. 이는 부처 자율성의 남용을 방지하고 통일된 인사원칙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우리의 경우 현 인사혁신처가 중앙 공채를 담당하지만 공공기관이나 특정 직위의 채용은 각 부처나 기관에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 독일 모델은 분권화된 채용과정에서 정실 인사를 방지하고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앙 차원의 독립적인 심의·감독기구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일본 모델은 인사기관인 인사원이 인사정책 수립부터 시험 주관, 징계 심사까지 포괄적 권한을 갖는 독립 합의제 기관으로, 강력한 신분 보장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 장치를 가진 모델이다. 이 모델은 새로운 독립 인사기관이 단순히 정책 수립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공무원 시험 주관, 징계 및 고충 처리 등 현재의 인사혁신처와 소청심사위원회가 분담하고 있는 기능을 통합하여 포괄적인 권한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재명 정부의 독립 인사기관 모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들 선진 외국의 장점을 전략적으로 결합한 절충형 형태가 돼야 한다. 예컨대 고위직 임명에 대해서는 영국의 사전적 감시 기제를 도입하고, 일반공무원의 채용 및 관리는 일본 인사원과 유사한 포괄적 독립 합의제 기관이 담당하며, 동시에 미국처럼 인사 불복 심사기능은 독립적인 준사법기관이 맡는 방안이 그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새로운 독립 인사기관은 행정부로부터 완전한 독립성을 확보하되,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권한을 설정해야 한다. 특히 주요 공직자 임명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과 독립 인사기관의 견제권 간 최적의 균형점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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