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첩사 흑역사 지우려면 ‘대국가전복’ 업무 배제해야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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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사태는 정치적으론 친위 쿠데타, 법률적으로는 내란, 군사적으론 국가전복 시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조직 탄생의 뿌리가 국가전복 방지에 닿아 있는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수도방위사령부·특수전사령부가 오히려 12·3 사태에 앞장섰다는 사실은 기존의 대국가전복 체계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방증이기에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제 국군방첩사령부령에 명시된 대국가전복 정보 수집 업무를 해제하고, 본연의 군사 방첩 기능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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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석주 | 전 국방부 정책실장
12·3 사태는 정치적으론 친위 쿠데타, 법률적으로는 내란, 군사적으론 국가전복 시도로 평가된다. 김영삼 대통령이 군부 사조직 ‘하나회’를 해체한 이후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의 군사 쿠데타는 없을 것이란 통념이 있었지만, 12·3 사태로 그 믿음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제 유사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국가전복 역량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그러나 조직 탄생의 뿌리가 국가전복 방지에 닿아 있는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수도방위사령부·특수전사령부가 오히려 12·3 사태에 앞장섰다는 사실은 기존의 대국가전복 체계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방증이기에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방첩사는 지난 80년간 세차례 친위쿠데타(부산 정치파동, 유신 개헌, 12·3 사태)와 세차례 군사 쿠데타(5·16, 12·12, 5·17)에 빠짐없이 동원됐고 심지어 반란의 주범이었기에 무작정 신뢰하기가 어렵다. 여러 명칭과 형태를 가졌던 군사 방첩기관이 하나로 통합된 건 1977년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육·해·공군의 방첩부대가 합쳐진 국군보안부대(보안사)가 창설됐다. 표면적 이유는 군사방첩 기능을 통합해 방첩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었지만, 실은 영구 집권을 위해 군사 쿠데타 방지가 주된 목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사 쿠데타 방지를 위해 창설된 보안사가 2년 만인 1979년 12·12 군사반란의 주범으로 등장한 것은 역설과 모순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후 정치적 고비마다 기무사로, 안보지원사로, 방첩사로 이름만 바꿨을 뿐 통수권 수호를 빌미로 정권 핵심부에 접근하는 행태는 근절되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는 앞선 민주 정부들이 그랬듯이, 군사 쿠데타를 막으려면 방첩사의 대군 감시가 불가피하다는 논리에 귀를 기울이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군사 방첩기관을 이용하여 군사 쿠데타를 감시하거나 방지할 수 있다는 건 착각일 뿐이다. 지난 6차례 쿠데타에서 군사 방첩기관이 쿠데타 방지에 제 역할을 한 사례는 한번도 없고 오히려 쿠데타에 앞장섰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대국가전복 정보 수집을 빌미로, 방첩 기관이 야전 부대에 끼치는 악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제 국군방첩사령부령에 명시된 대국가전복 정보 수집 업무를 해제하고, 본연의 군사 방첩 기능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대국가전복 정보 수집은 법적으로 내란 관련 임무가 부여된 국가정보원에 맡겨 더 전문적이고 고도화된 방법으로 수행하는 게 옳다. 실제로 영국은 보안국(MI-5)에 대국가전복 정보 수집 임무를 부여하고 있고, 미국에선 연방수사국(FBI)이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의 지원을 받아 관련 임무를 수행한다. 우리도 국가정보원법 제4조의 내란 관련 정보 수집 임무를 정상 복원하고, 앞으로 내란 범죄를 담당할 수사기관에 대국가전복 범죄정보 수집 기능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재발 방지 체계를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게 비정상적인 업무를 덜어냄으로써, 방첩사가 통수권 수호 같은 전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 본래의 군사 방첩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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