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엘리베이터에 남긴 이름, 오티스

송성수 부산대 교양교육원 교수·융합학부 과학기술혁신전공 겸직 2025. 6. 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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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수 부산대 교양교육원 교수·융합학부 과학기술혁신전공 겸직

엘리베이터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필자는 지난달에 이런 일을 실제로 경험했다. 아파트에서 3주 동안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를 한 것이다. 졸지에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새삼스럽게 엘리베이터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필자보다 높은 층에 사는 어르신들은 어떡하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엘리베이터(elevator)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전에는 리프트(lift)가 주로 사용됐다. 두 영어 단어는 모두 ‘승강기’로 번역된다. 승강기를 구현하려는 시도는 오래 전부터 시작됐지만, 해결돼야 할 핵심적인 문제가 있었다. 바로 안전성이었다. 승강기의 줄이 끊어져 아찔한 사고가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19세기 초만 해도 승강기의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승강기는 화물을 이동하는 데 사용됐다. 안전성의 문제를 해결해 승객용 승강기의 세계를 연 사람은 엘리샤 오티스(Elisha G. Otis)이다.

오티스는 1851년에 뉴욕의 침대틀 제작 회사에 수석기계공으로 영입됐다. 당시 회사는 밧줄이 끊어져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은 채 침대틀을 최상층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오티스는 1년 동안의 연구를 바탕으로 밧줄이 장력을 이기지 못할 때 두 개의 톱니바퀴가 제어 역할을 담당하는 낙하방지장치를 고안할 수 있었다.

오티스는 이러한 장치의 상업적 의미를 간파했다. 그는 1853년에 직장을 그만두고 승강기 제조회사를 설립한 후 안전 승강기를 개발하는 데 몰두했다. 승강기의 위험성을 염려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대책도 강구됐다. 1854년에는 뉴욕의 크리스털 궁전에서 세계박람회가 열렸다. 거기서 오티스는 승강기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공개 퍼포먼스를 벌였다.

오티스는 승강기에 탑승해 무거운 짐이 실린 상자 위에 앉은 후 서서히 위로 올라갔다. 얼마 뒤 그의 조수는 승강기에 연결된 케이블을 도끼로 끊어 버렸다. 관람객들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승강기를 바라봤다. 그들은 승강기 안에 멀쩡히 서 있는 오티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오티스는 모자를 흔들면서 “절대 안전합니다, 신사 여러분, 절대 안전합니다(All safe, gentlemen, all safe)”라고 소리쳤다.

오티스의 퍼포먼스는 뉴욕박람회의 하이라이트로 각인됐고, 이에 대한 소식은 입소문을 타고 널리 번져나갔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857년에는 오티스의 승강기가 실제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브로드웨이에 있는 5층짜리 건물 하우워트 백화점에 오티스의 승강기가 설치된 것이다. 오티스는 1861년에 4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그의 사업은 두 아들에게 계승됐다. 오티스의 승강기 덕분에 고층 건물이 가능해졌으며, 1931년에는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건립되면서 ‘마천루(摩天樓)의 시대’가 열렸다.

엘리베이터는 원래 오티스 사의 상표명이었다. 오티스 사의 승강기를 뜻하는 고유명사 엘리베이터가 승강기 전반을 의미하는 보통명사로 바뀐 셈이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제록스와 프림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할로이드 사가 출시한 복사기의 상표명이었던 제록스는 ‘복사’ 혹은 ‘복사하다’의 의미로 사전에 등재돼 있다. 또한 프림은 동서식품이 출시한 프리마에서 비롯되어 커피용 크림을 뜻하는 보통명사로 종종 사용되고 있다.


이제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고층 건물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대인들은 엘리베이터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항상 곁에 있을 것 같은 엘리베이터가 공사에 들어가면 멈출 수밖에 없다. 필자로서는 잠시나마 엘리베이터와 이별한 것이 유익한 경험이었다. 계단을 사용하니 허리의 경미한 통증도 없어지고 몸도 제법 가벼워졌다. 앞으로도 종종 계단을 오르내려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평소에는 지나친 다음과 같은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한 계단 오르면 수명이 4초 늘어납니다.” “칼로리는 태우고 전기는 아끼자!” 인생만사가 새옹지마이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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