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버투어리즘’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억눌렸던 이동 욕구가 폭발하면서 전국의 명소들이 다시 북적이고 있다. 특히 아름다운 우리의 도서지역은 고립된 자연의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의 매력을 앞세워 새로운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인천 앞바다의 자월도와 굴업도가 대표 사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들 섬은 지금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의 그늘에 갇혀 있다. 무분별하게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해 섬의 자연 생태계는 물론, 지역 주민의 삶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자월도를 경유하는 여객선 이용객, 즉 관광객이 늘어난 만큼 남기고 간 것도 많아졌다. 자월도의 쓰레기장은 이미 어른 키 높이만큼 쌓인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굴업도 곳곳에서도 물티슈를 비롯한 각종 쓰레기가 방치된 채 발견되고 있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바다패스' 같은 교통 인프라 확충이 오히려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우려한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섬 주민들의 삶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는 점이다. 자월도와 굴업도의 주민들은 관광객들이 무단으로 고사리나 바지락을 채취해 생업을 위협당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호미까지 들고 와서 캐 간다"는 말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생존을 둘러싼 절박한 외침이다. 선착장에는 "불법 해루질은 생계를 위협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주민들은 직접 밭을 지키기 위해 교대로 망을 보고 있다. 여객선 표를 구하지 못할까봐 섬 주민들이 장을 보러 나가기도 어려운 현실은 관광 진흥이란 명분 뒤에 가려진 그늘이다. 오버투어리즘은 더 이상 해외 유명 관광지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몇 년 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인천의 자월도와 굴업도는 그 일면을 보여주는 생생한 경고다. 관광객은 늘었지만 이를 관리하고 수용할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며, 주민과 자연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도 미비한 실정이다. 이제는 "많이 오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낡은 성장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관광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다.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관광 수요를 분산시키고, 방문객 수에 제한을 두거나 사전 예약제를 도입하는 등 정책적 조율이 필요하다. '관광객이 아니라 손님을 맞이하자'는 태도도 중요하다. 관광객에게는 섬의 생태와 문화를 존중하는 법을 알리고, 주민들에게는 보호받고 존중받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관광지로 지정된 도서 지역에 대해 '지속가능한 관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환경관리 인력 확충, 쓰레기 수거 시스템 개선, 교통 인프라와 지역 주민의 우선권 보장 등을 통합한 종합적 대응이 요구된다. 바람직한 사례로는 제주도의 관광총량제나 지리산국립공원의 탐방예약제가 있다. 인천도서 지역에도 유사한 접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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