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잠깐은 괜찮겠지?"…소방시설 주변 주차 대형 참사 부른다

박건우 2025. 6. 3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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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전 인근 불법주정차 ‘빼곡’
긴급차량 진입·대응 늦어져
적발 건수 2019→작년 10배↑
"단순 위반 아닌 생명 위협"
30일 광주 동구 서석동에 위치한 소방시설 주정차금지구역에 차량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박건우 기자

"소방시설 불법주정차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할 것 같아요."

30일 오전 광주 광산구 유촌동 상가 밀집 골목. 한 승용차가 좁은 골목을 돌며 주차 공간을 찾더니 이내 '소방시설 주정차금지'라는 문구가 쓰인 붉은 노면 표시 위에 차를 세웠다. 소방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차선 규제봉도 무용지물이었다. 운전자는 소화전을 힐끗 쳐다보곤 아무렇지 않게 인근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광주 동구 서석동 식당가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소화전 인근 인도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빼곡했다. 일부 차량은 소화전을 반쯤 가린 채 주차돼 있었고, 좁아진 도로는 차량 통행은 물론 긴급차량 진입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소방용수시설 앞 불법 주정차는 단순한 교통 위반이 아니다. 화재 발생 시 '골든타임'을 놓치게 하는 심각한 안전 위협이다. 소방차는 현장 도착 직후 소화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지만, 이를 차량이 막고 있으면 물 공급에 큰 차질이 생긴다. 차량을 우회하거나 호스를 더 길게 연결해야 해 초기 진압이 지연되고, 이는 곧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광주소방본부 관계자는 "실제 화재 현장이나 훈련 시에도 소화전 앞에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소화전 확보에 애를 먹는다"며 "신속한 소방 활동이 어렵다면 인명 피해는 눈앞의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지난 2019년 8월 개정돼 소방시설 또는 비상소화장치로부터 5m 이내에 주정차를 금지하고 있다. 적색 안전표지가 있을 경우 승용차는 8만 원, 승합차는 9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표지가 없는 경우도 각각 4만 원, 5만 원이 부과된다.

그러나 강화된 법망에도 불구하고 불법 주정차는 줄지 않고 있다. 광주 소방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로 적발 건수는 ▲2019년 1천118건 ▲2020년 3천207건 ▲2021년 6천312건 ▲2022년 1만2천559건 ▲2023년 1만6천491건 ▲지난해 2만841건 올해는 현재까지 8천 건 이상이 적발됐다.

시민들의 안전 의식 부재도 문제다. 시민 한모(38)씨는 "'잠깐은 괜찮겠지' 싶어 아무 생각 없이 소화전 앞에 차를 댔다가 과태료를 여러 번 물었다. 그제야 내 행동이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주차 공간 부족을 이유로 생명을 담보로 하는 선택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광주에는 총 4천733곳의 공설 소화전(지상 3천792곳, 지하 846곳, 저수조 67곳, 급수탑 28곳)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중 1천272곳에만 주정차 금지를 알리는 안내판이나 붉은 띠가 설치돼 있어 대다수 시민들은 관련 규정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화재는 몇 분의 대응 지연이 큰 인명·재산 피해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단속 강화뿐 아니라 시민들의 인식 전환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광주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방시설 주변 주정차는 단순한 위반이 아닌 생명 위협 행위라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