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그대로"… 전주시외버스터미널 현대화 사업 수년째 지지부진
토지주들과 보상안 등 합의 못 해
전북도·전주시 대응책 없이 '뒷짐'
대선 공약 반영되면서 다시 관심
"정치권·지자체·민간 함께 풀어야"

"수년째 터미널 이전한다, 새로 짓는다 말만 하던데, 이러다가 올해도 물 건너 갈 것 같아요."
30일 오전 전북 전주시 금암동 전주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서 2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70대)씨는 '전주시외버스터미널 이전·현대화 사업' 이야기를 꺼내자 고개를 내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6·3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의 전북 공약 중 하나로 포함되면서 주요 현안으로 급부상했는데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에서다. 이씨는 "정치인들이 선거철만 되면 표를 얻기 위해 꺼내는 '단골 공약'"이라며 "민간이 소유한 건물인 데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정부나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풀기 힘든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주시외버스터미널 신축 필요성은 수년 전부터 언급돼왔다. 운영자인 전북고속도 이에 공감해 2016년 380억 원을 들여 지하1층·지상7층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을 갖춘 터미널로 새로 지을 계획을 제시했다. 하지만 신축 사업은 결국 무산됐다. 터미널 부지 전체가 전북고속 소유가 아니어서 다른 토지주·건물주와 보상 방법과 가격 등에 대해 수차례 머리를 맞댔으나 서로 의견이 엇갈려서다.

시외버스터미널은 다가동에 있던 남부 배차장과 노송동에 있던 북부 배차장을 합쳐 1973년 6월 30일 현재 금암동에 자리잡았다. 이듬해 전북고속(당시 전북여객)이 터미널을 인수하면서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전북고속은 2007년 대합실 구조를 타원형으로 확장한 뒤에는 건물 전체를 개·보수 한 적은 없다. 외형만 보면 50년 전 모습 그대로다. "'전주의 관문'이라고 불리기에는 낡아도 너무 낡았다" "바로 옆에 있는 전주고속터미널(2016년 재건축)과 비교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터미널 건축 연면적은 지상 3층, 5,206㎡규모로, 군산과 익산터미널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전북고속을 비롯해 15개 업체가 140여개 노선을 운영하다가, 지난달에는 50개 노선을 감축했다. 터미널 내부에는 매점 2곳이, 건물 양쪽에는 편의점과 음식점, 약국 등 10여개가 줄지어 있을 뿐 이용객을 위한 쉼터나 문화공간은 전무하다. 이 때문에 연간 이용객 수도 2022년 151만 명, 2023년 167만 명, 2024년 159만 명으로 들쭉날쭉이다.
시외버스터미널 현대화 사업은 2022년 김관영 전북지사 민선 8기 공약 사업에도 포함됐지만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

전북고속 측은 시설 개선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두 개가 아니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 위치에서 터미널을 신축하려면 전북고속이 토지·건물을 모두 매입하는 방안과 토지주들을 개발 사업에 참여시켜 지분을 제공하는 방식 등 2가지가 거론된다. 터미널 내 전체 부지 2만3,718㎡ 중 1만8,800㎡(79%)는 전북고속이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4,918㎡(21%)는 소유권이 9명에게 분산돼 있다. 이렇다 보니 토지주들의 의견이 서로 달라 설득하는 과정부터 쉽지 않다는 게 전북고속 측 설명이다. 부지 매입 시 재정 부담이 큰 것도 고민거리다. 전북고속 측은 "운수업이 전반적으로 침체기라 투자 대비 수익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작 시외버스터미널 현대화를 공약 사업으로 추진 중인 지자체들은 뒷짐만 진 모양새다. 전북도와 전주시는 "사업 주체는 전북고속"이라며 "민간 사업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개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북 지역 공약에 터미널 현대화 사업을 넣은 이성윤(전주시 을)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은 "(국회의원) 임기 내 끝내긴 어려울 수 있지만, 터미널이 너무 오래되고 낡아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느냐"라며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아 구체적인 사업 추진 방향을 세워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시 안팎에선 사업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은 이가 적지 않다. 사업의 경제성과 비용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선거철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표심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공약으로 내세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진 전북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치권에서 선거 때만 반짝 관심을 갖고 당선 이후엔 정작 실행에 옮기지 않으니 도민의 실망감은 클 수밖에 없다"며 "해묵은 지역 현안인 만큼 민간 소유주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정치권과 단체장이 책임감을 가지고 공론의 장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지 기자 fo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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