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3 결말, 해피엔딩서 비극으로 바꿨죠
성기훈 쿠데타 성공할 만큼
세상 그렇게 만만치 않지만
미래세대 위한 양보 메시지
꼭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죠
'미국판 오겜' 제작 사실무근
핀처 감독이 만든다면 영광

"처음엔 막연하게 해피엔딩으로 끝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시 집필을 시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죠. 점점 더 먹고살기 힘들어지고, 전쟁의 위기나 불평등도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 지금의 세상은 더 이상 혁명 같은 걸로 바뀔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지난 27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완결편인 시즌3를 공개한 황동혁 감독은 주인공인 성기훈(이정재)의 죽음으로 끝나는 비극적 결말은 암울한 우리 사회를 드러내기 위함이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공개된 시즌2와 하나의 이야기로 쓰인 시즌3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왔지만 반란에 실패한 기훈과 그를 계속 시험하는 프론트맨(이병헌), 그리고 인간의 가장 추악한 본성을 드러내게 하는 잔인한 게임 속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렸다.
30일 서울 종로구 인근에서 진행된 라운드인터뷰에서 황 감독은 "해피엔딩이라면 우리가 힘을 합치면 세상을 뒤엎을 수 있다는 얘기가 돼버리는데,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가 돌아보니 그렇지 않더라. 기훈의 쿠데타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극 중에서 기훈은 또 한번 게임에서 살아남은 최후의 2인이 되지만, 다른 참가자인 어린 아기에게 우승을 양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기훈의 여정을 통해 그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희생과 양보다. 황 감독은 "지금처럼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만 나아가는, 한 치의 양보도 희생도 없는 이 세상은 그것이 기후위기가 됐든, 세계대전이 됐든 우리를 결국 파멸로 몰고 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다음 세대를 위해 기성세대와 더 강한 나라들이 가진 것을 조금 내려놓고 희생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메시지를 꼭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기훈의 선택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 황 감독은 "사람들이 기훈의 선한 행동들에 제 예상보다 훨씬 더 답답해하는 걸 보면서 사회가 되게 각박해졌구나 싶어 조금 놀랐다"며 "(기훈과는 달리) 더 살려고 발버둥 치는 대다수 캐릭터의 모습에 오히려 더 공감하는 반응들을 보면서 작품이 이런 현실을 더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시즌2·3에 쏟아진 혹평에 대해서도 그는 "이미 시즌1에서 형성된 기대감이 있었고, 그 기대감이 저마다 조금씩 달랐던 것 같다"며 "어떤 분은 굉장히 사회 비판적인 작품으로 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올 것이냐에 집중하고, 또 어떤 분은 게임물로 봐서 재미 요소에 집중하더라. 또 팬들은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서사에 관심이 많다 보니 결국 관점에 따라 굉장히 좋아할 수도 있지만, 굉장히 실망할 수도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3 공개로 '오징어 게임'의 긴 제작 여정에 마침표를 찍게 된 것에 황 감독은 "지난 6년을 '오징어 게임' 안에서 산 것처럼 시간을 보냈다. 하루도 이 작품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로 제 인생에 가장 크고 중요한 시간을 함께한 작품이라 막상 떠나보내려니 시원섭섭한 마음이 든다"며 "폭력적이고 잔인한 이야기라 사실 호불호가 있는 장르인데, 그에 비해 너무나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황 감독은 공식적으로 '오징어 게임' 후속작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했다. 그는 "성기훈의 퇴장과 함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다. 세월이 더 지나 세상의 또 다른 면을 보고 뭔가를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더 할 이야기가 없는 것 같다"며 "혹시 뭔가를 만든다면 '가면 쓴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같은 약간의 호기심과 팬심으로 스핀오프처럼 다른 측면의 가벼운 이야기를 다뤄보면 어떨까 생각해본 적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미국판 오징어 게임'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서도 황 감독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나온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올해 12월 촬영에 들어간다는 얘기까지 나온 것 같다. 넷플릭스에서 미국판 제작 계획이 있었다면 아마 저한테 얘기했겠지만 전달받은 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황 감독은 "핀처 감독을 워낙 좋아해서 진짜 그분이 미국판을 만든다면 재밌을 것 같다. 응원할 것 같고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도와드릴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에미상'을 휩쓴 시즌1에 이어 향후 시즌2나 시즌3의 에미상 수상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동안 '오징어 게임'을 제작해오면서 많은 경험을 해서 이제는 다 내려놓고 모든 걸 겸손하게, 겸허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며 "상을 주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다. (시즌1 수상으로) 한 번 경험을 했으니까 또 안 주셔도 다음 작품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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