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재생에너지만 좇는 정부 원전은 ‘보조 신세’ 되나

강승구 2025. 6. 3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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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기후위기 대응 의지
“위험한 에너지” 원전에는 신중
원자력 정산단가 kWh당 66.3원
신재생에너지 138원의 절반수준
대기오염 등으로 인한 사망자 수
태양광 0.02명과 근접한 0.07명
“기저부하 맡아 비싼 단가 상쇄를”


체코 원전 수주로 해외에서 ‘K-원전’의 경쟁력을 입증했지만, 정부의 재생에너지 중심 정책이 국내 원전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기후에너지부가 재생에너지 위주로 정책 기조를 짤 경우, 원전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인공지능(AI) 산업 등 고전력 기반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구상과 달리, 태양광·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는 간헐성과 변동성이 커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해 보다 균형 잡힌 에너지믹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건설 계획을 포함시켰다. 정부는 11차 전기본에 총 2.8기가와트(GW) 설비 용량의 원전 2기를 오는 2037∼2038년까지 도입하고, 2035∼2036년에는 0.7GW 규모의 SMR을 도입할 방침이다. 정부가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을 위해 원전 도입 계획을 11차 전기본에 담았지만, 이재명 정부가 재생에너지에 방점을 두고 있는 만큼 내년에 수립될 12차 계획에서도 같은 기조가 유지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원전, 보조 에너지원으로 전락?…흔들리는 원전의 입지=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원전을 늘리는 방향보다는 현상 유지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AI 산업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핵심인데, 재생에너지로는 그 수요를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에너지부는 규제적 성격과 기능적 역할이 혼재돼 있지만, 이를 통해 에너지를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정책을 연계한 기후·에너지 정책 컨트롤타워인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겠다고 후보 시절부터 밝힌 바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산하 에너지실을 환경부로 이관하고, 이를 토대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첫 출근길 인터뷰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전기 요금 상승 우려에 대해 “태양광은 이미 다른 연료에 비해 많이 저렴해졌다”며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전환하고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가 본격화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원전 확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는 원전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원전이 위험한 에너지라는 생각은 여전하다”며 “이미 지어진 원전을 계속 잘 쓰자는 생각”이라며 원전 추가 건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원전이 당장은 싼 게 맞지만, 폐기물 처리 비용이나 위험 비용을 계산하면 엄청나게 비싼 에너지일 수도 있다”며 “사고가 잘 안 나겠지만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원전 고리1호기 운명은 [연합뉴스]


◇전문가들 “원전, 경제성·안전성 모두 확보된 에너지원”= 그렇다면 재생에너지는 저렴하고, 원전은 위험 폐기물 처리 비용이나 위험 비용을 계산하면 비싼 에너지일까.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서 출판한 ‘원자력 바로 알기’에 따르면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자연을 동력으로 삼기 때문에 연료비 부담이 적다. 다만 에너지의 밀도와 경제성을 따질 때는 가격 외에도 부피와 질량 같은 물리적 특성이 중요하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밀도가 낮아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원전과 재생에너지 간에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전력거래소의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원자력의 정산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66.3원으로, 신재생에너지(138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원자력의 정산단가에는 발전소 해체,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사성폐기물 처분 등의 비용이 모두 포함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원자력은 24시간 안정적으로 가동되면서도 단가가 낮고, 에너지 안보와 온실가스 저감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는 평가다.

책의 저자로 참여한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디지털타임스와의와의 통화에서 “재생에너지는 건설, 운송에 들어간 만큼 에너지를 뽑아내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며 “태양광, 풍력 등에 재생에너지라는 말을 선정하면서 그 외에 모든 에너지는 고갈성 에너지로 바꿔버리는 용어의 선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는 좋은 것, 원자력은 나쁜 것으로 구분하는 것은 과학이 아닌, 이념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원전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안전성 면에서도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 옥스퍼드대 데이터 시각화 사이트 ‘데이터로 본 세상’에 따르면 전기 1테라와트시(TWh)를 생산할 때 대기오염 등으로 숨지는 사망자가 원전은 0.07명인 데 반해 액화천연가스(LNG)는 2.8명, 석탄은 24.6명이다. 이는 태양광(0.02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도 원전의 잠재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적 안전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원전 중대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 가능성은 타 산업군 전체의 0.1% 이하 수준으로 관리돼야 하며, 이에 따라 설계와 운영 전반에 걸친 강력한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윤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60~7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사용후해저장시설에서 사고가 난 적이 없었다”면서 “거기서 나오는 알파, 베타, 감마는 차폐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알파는 종이 한 장으로도 차폐가 가능하고, 베타는 공기 중에서도 20~30cm가면 다 흡수가 된다”며 “감마 같은 경우는 콘크리트가 엄청나게 차폐를 잘 하기 때문에 차폐를 하면 인체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한 ‘팀 코리아’가 26조원 규모의 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최종 계약에 성공했다. 한수원 제공.


◇AI 산업 성장, 안정적 전력 공급이 관건=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해서는 원자력을 활용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AI 데이터센터 한 곳이 사용하는 전력량은 원전 5기(원전 1기·1GW)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전력을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할 경우, 전기요금이 최소 6배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전력은 수요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공급이 일정하지 않아 수요가 줄어도 공급이 유지되는 등 탄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AI 산업 경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을 활용한 균형 잡힌 에너지믹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 교수는 “프랑스처럼 전체 전력의 60~70%를 원자력이 담당하고, 나머지 30%는 재생에너지로 채우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며 “원자력이 기저부하를 담당해 재생에너지의 높은 단가를 상쇄해주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지난 29일 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이후 민간에선 원전 사업을 총괄한 이력을 갖고 있다. 업계에선 에너지믹스 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와 함께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한 관망도 병존한다. 기후에너지부가 준비 단계에서 구체적인 에너지 운용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가운데, AI미래기획수석 신설 등 고전력 산업 육성 방침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재생에너지 확대 발언 등이 맞물리며 정책 방향에 혼선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교수는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 상황으로서는 재생에 대해선 대폭 확대하고, 원자력은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데, 12차 전기본에선 원자력을 추가적인 전력 수급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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