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told] 기성용 떠난 상암벌, ‘김기동 나가+버스막기’만 남았다

[포포투=정지훈(상암)]
“FC서울을 더 사랑해주세요.” 레전드 기성용은 이 말을 남기도 떠났다. 그러나 상암벌에는 “김기동 나가”라는 외침과 ‘버스막기’만 남았다.
FC서울은 29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1라운드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4-1로 완파했다. 이날 승리로 서울은 4경기 무패(2승 2무)의 흐름을 이어갔고, 홈 7경기 만에 승리를 거뒀다. 서울은 승점 30점으로 6위로 올라섰고, 포항은 승점 32점으로 4위에 머물렀다.
경기장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경기 전부터 기성용을 지키지 못한 구단, 김기동 감독을 향해 거센 비판을 이어갔고, 소규모 집회와 장례식이 진행되기도 했다. 여기에 서포터인 ‘수호신’은 현장 응원을 보이콧했고, 김기동 감독이 소개되자 거센 야유를 퍼부었다.
서울 선수들에게는 응원이 이어졌지만, 수호신이 주도하는 응원은 없었다. 계속해서 “김기동 나가”만 외쳤다. 경기 시작 후에는 기성용의 응원가가 나왔고, “정신 차려 서울”과 “김기동 나가”라는 외침만 있었다.

이에 대해 김기동 감독은 “팬들의 반응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경기 전에는 “FC서울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하고 싶었던 것은 수호신의 웃음을 되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수호신 분들이 너무 힘들어하고 있어서 감독 입장에서 마음이 무겁다.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응원을 해주신 팬들이기에 그 심정이 더 이해가 간다”며 기성용 이적에 대해 차분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김기동 감독은 “지금 상황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제 심정을 이해해달라는 마음도 아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있다. FC서울에 대한 저의 믿음과 진심은 굳건하다. 이 믿음이 선수단에게 전달되고 팬들의 웃음을 되찾는 것이 저의 일이다. 서울의 모든 구성원의 일이기도 하다. 다시 한 번 모든 팬들에게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말씀드린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 결과로 더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반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서울 팬들의 분노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경기 후 서울 팬들은 구단 버스가 나오는 길에 집결했고, 경기 전부터 예고했던 ‘버스 막기’가 진행됐다. 현장은 혼란스러웠다. 한 팬은 구단 버스 앞에서 홍염을 터뜨려 경호원과 구단 관계자의 제지를 받기도 했고,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결국 유성한 단장과 김기동 감독이 나섰다. 김 감독은 "우선 여기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없다. 구단과 얘기해서 여러분들과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겠다. 지금 우리가 여기서 얘기하면 오해를 살 것 같아 날을 잡아서 자리를 마련하겠다"라고 이야기했지만, 서울 팬들은 계속해서 “김기동 나가”를 외쳤고, 결국 경찰까지 출동했다. ‘버막’으로 인해 경기장을 나가지 못하던 다른 축구 팬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은 교통정리를 위해 구단 버스를 움직이려 하자, “경찰 나가”라는 비상식적인 외침이 나오기도 했다.
어느 정도 현장이 정리되자, 김기동 감독이 다시 버스 바깥으로 나왔다. 김 감독은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서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이틀 뒤에 간담회를 통해 다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라며 거듭 사과를 하고 나서야 구단 버스는 경기장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서울 팬들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서울에 남아 있는 선수들은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날 경기에서 투혼을 발휘하며 4-1 대승을 이끌었다. 특히 데뷔골을 기록한 쿨리말라는 제대로 축하도 받지 못했고, 1시간가량 버스 막기를 지켜봐야만 했다.
경기 후 기성용은 서울 팬들 앞에서 울먹이며 “지난 10년 동안 너무나도 행복했다. 특히 지난 5년 동안은 죄송한 마음이 컸다. 서울에 돌아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아 항상 미안했다”며 말문을 열었고, “이 상황은 누구의 탓도 아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량적인 부분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어쨌든 마주한 상황 속에서 저도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했다. 감독님도 마찬가지다. 마지막까지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며 팀을 떠나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이어 “언젠가는 해야 할 이별이 조금 더 빨리 왔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서울이라는 팀이 더 이상 저로 인해 더는 힘들지 않았으면 한다. 남은 선수들은 팀을 위해 열심히 뛸 거고, 팬들도 선수들을 위해 응원해 주신 덕분에 저도 편하게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여러분들이 FC서울을 더 사랑해주셔야 저도 마음 편히 이별 할 수 있다”는 기성용의 당부처럼, 남은 구성원과 팬들이 다시 한 번 서울이라는 클럽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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