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진실화해위, 국가폭력 피해자들에 또 다른 고통 안겨” 골령골 학살 위령제 [현장]
“서종수. 우리 아버지여. 당시 초등학교 교사였는데 어느날 나가시곤 집으로 못 돌아오셨어. 이렇게 위패에서 아버지를 만나게 되네….”
지난 27일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 백발의 노인이 된 딸은 대전 산내골령골 학살사건 합동위령제 분향소에 걸린 위패명단에서 아버지 이름을 가리켰다. 옆에 선 이의 부축을 받으며 한 송이 국화꽃을 헌화대에 놓은 그는 아버지 이름이라도 쓰다듬고 싶은 듯 손을 뻗었다. 또다른 유족도 피학살자 명단으로 돌아온 아버지 이름을 보고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이미경 전남 여수시의회 과거사진상규명특별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헌화하며 그 시간이 못내 아쉬운 듯 발걸음을 쉬이 돌리지 못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전국단위 위령 시설이자 평화역사공원 조성을 앞둔 지난해, 현장에서 열리는 마지막 위령제로 선포됐으나 평화공원 착공이 늦어지면서 올해도 유족들은 골령골에서 희생된 가족의 영혼을 위로했다.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은 이날 위령제에서 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진실규명을 의도적으로 지연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 회장은 “그러나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행태는 여전히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며 “벅차오르던 희망은 잔인한 실망과 분노로 변해 우리의 가슴을 또다시 찢어놓는다”고 비난했다.

헌작 축문에 나선 피학살자 유족 홍주연씨는 “유족들은 단 하루도 잊지 않고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 빼앗긴 명예를 되찾고자 이 긴 세월을 버텨왔다”며 “그러나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진실규명이라는 신성한 책무를 외면하고, 오히려 진실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 이는 죽은 자의 명예를 짓밟고 살아남은 유족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못을 박는 행위”라고 말했다.

박규용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상임대표는 “평화공원은 2020년 준공이 목표였지만 두 차례 연기되면서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며 “현재 사업부지 토지매입을 완료하고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재조사까지 마쳐 내년에는 평화공원 첫 삽을 뜰거란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유족이 한 명이라도 살아있을 때 온전한 평화공원이 완공될 수 있도록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며 “다시는 국가공권력에 의한 전쟁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골령골 평화공원을 인권과 평화교육의 상징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공원은 내년 상반기 착공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평화공원에 희생자 유해를 일괄 화장해 안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족의 반발을 사고 있다. 내년 합동위령제 장소는 동구청 대강당 등 실내공간이 검토되고 있다.

이날 추모공연은 대전민예총 김미숙씨의 해금연주와 임창숙씨의 해원상생춤과 극단 어썸씨어터 단원들의 뮤지컬 ‘골령’ 공연이 있었다.
골령골은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린다.

2015년 민간 차원의 유해 발굴 이후 5년 만인 2020년부터 국가 차원의 발굴이 진행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발굴된 민간인 희생자 유해 4000여는 세종 추모의집에 임시 안치돼 있다.
대전=글·사진 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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