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개미는 3개월, 기업 총수는 30년 미래를 본다

장우진 2025. 6. 3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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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진 산업부 재계팀장


새 정부가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조만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6단체와의 간담회에서 경제계 우려를 반영해 추가 보완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경제계가 우려하는 문제가 발견된다면 얼마든지 제도를 수정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계는 상법 개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부회장은 간담회에서 “공정한 자본시장 형성에 이견이 없지만, 당정 협의 등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신다면 국민주권 정부의 경제성장 정책이 더 효과적으로 작동하리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상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주가도 큰 폭 상승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말(5월30일)만 해도 2700선을 하회했지만, 현재는 3100선 안팎을 오가며 한 달도 채 안 돼 14%가량 뛰었다. 당장은 상법 개정에 따른 주주 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모양새다.

하지만 기업의 미래는 단 몇 개월에 결판나지 않는다. 오히려 끊임없이 미래를 준비하고 변화하는 트렌드에 발을 맞추고 선도해야 한다. 단기가 아닌 중장기 전략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상법 개정은 ‘주주가치 보호’ 대상에 개인투자자(개미)가 중심에 서면서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사실상 주식 판을 흔드는 것은 외국인과 기관들로, ‘단기’ 혹은 ‘초단기’ 투자자로 분류된다. 상법 개정에 목소리를 낸 금융투자업계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수년씩 같은 물량의 주식을 들고 있지 않는다. ‘전량 매도’를 하지 않더라도 소수 혹은 그 이상의 물량을 끊임없이 사고 판다. 단기간 동안 주식을 매입해 주가가 오르면 팔고 차익을 거둔다. 개미들 역시 일부 특정 종목(예를 들어 삼성전자)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 주 내지 수 개월 단위로 매매를 반복한다.

기업 오너들은 반대다. 이들은 주가와 관계없이 보유 주식을 쉽게 사고 팔 지도, 사고 팔 수도 없다. 이들이 주식을 매각할 때는 상속·증여세를 납부해야 하거나 지배구조 개편 등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때 정도다. 이마저도 회사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인 셈이다. 대표적인 주식 부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 보유 지분가치가 10조원을 훌쩍 넘지만, 대규모 상속세 납부를 위해 2021년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기도 했다.

대기업 총수들은 소위 ‘백년대계’를 목표로 기업을 경영한다. 세대가 바뀜을 가정하면 한 세대에서 30년 안팎의 경영 활동이 이뤄진다. 이들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지분을 토대로 회사를 경영하고, 회사를 안정적으로 성장시켜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하는 책임감이 있다. 차익을 위해 몇 개월 단위로 투자하고, 배당을 받기 위해 ‘반짝’ 주식을 사들이는 일반 투자자와 총수들은 기업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다를 수밖에 없다.

재계에서 걱정하는 점도 이런 부분이다. 재계에서는 현재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소송 남발, 행동주의펀드의 과도한 배당 요구나 경영 개입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익이 많이 나 이를 미래 사업의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려 해도, 일부에서 ‘고배당’ 등을 요구하면 이들을 설득시키는 데 사회적 시간과 비용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이들의 요구에 따라 모든 것을 수용한다면 기업 경영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수단은 주요국 대비 취약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등도 국내에는 도입되지 못했다. 대선 전 상법 개정 관련 취재에서 “회사를 성장시킨 지배주주와 단순 투자로 참여한 일반주주의 논리가 같을 수 없다. 황금주가 있는 이유”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우선은 상법 개정안 기대감에 주식 시장이 반응했다. 이제는 중장기 미래를 위해 상법 개정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수단을 같이 고민해 볼 때다.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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