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우의 스톡피시] 돈 풀면서 아파트값까지 잡는 법

노영우 전문기자(rhoyw@mk.co.kr) 2025. 6. 3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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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문현답.

그릇에 물을 부으면 수면이 올라가는 것처럼 시중에 돈이 늘면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돈을 풀면서 대출을 막는 것은 수도꼭지를 틀고 그릇의 수면을 손으로 누르는 것 같은 정책조합이다.

또 풀린 돈이 경제 내부에서 생산을 확장하는 곳으로 흘러갈 수 있는 물꼬를 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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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 재정으로 경기 띄우면
부동산에 돈 몰릴 가능성 커
경기 회복 위해 돈 풀면서도
대출 막아 집값 잡는건 모순
늘어난 돈 생산에 활용되도록
개인소비·기업투자 물꼬터야

우문현답. 그릇에 물을 부으면서 수면이 올라오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까.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같은 모순적인 문제다. 하지만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발상을 바꾸면 답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물을 부을 그릇을 풍선처럼 옆으로 퍼지도록 만들면 된다.

경제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그중 하나가 통화량과 물가다. 물가 중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집값이다. 그릇에 물을 부으면 수면이 올라가는 것처럼 시중에 돈이 늘면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과거 사례를 볼 때도 우리나라 경제지표 중 집값 상승률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통화량 증가율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서울 아파트값은 한 해 동안 23.5%나 올랐다. 이때 통화량(M2, 원계열 말잔 기준)은 12.5% 늘었다. 적정한 통화량 증가율은 명목GDP(국내총생산) 상승률과 엇비슷하다. 이때 명목GDP 상승률이 5%였던 것을 감안하면 통화량은 적정 수준보다 2배 이상 폭증했다.

집값 상승 기대 심리로 사람들이 대출을 마구 늘렸고 정부도 지출을 늘리면서 통화량 증가를 용인했다. 풀린 돈이 서울 아파트 시장으로 몰렸고 집값이 폭등했다. 화들짝 놀란 정부가 금리를 올리고 돈줄을 죄면서 집값 상승세는 주춤해졌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도 상황은 재연됐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위기에 빠지자 정부는 경제 안정을 위해 대규모로 돈을 풀었다. 2021년 통화량 증가율은 12.9%로 정점을 찍었다. 이때도 풀린 돈이 부동산 시장에 쏠리면서 집값이 폭등했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20번이 넘는 규제 대책을 내놨지만 효과는 없었다. 급기야 정부가 직접 은행 지점의 대출 총량까지 규제하면서 돈줄을 죄자 효과가 나타났다. 2022년 통화량 증가율은 4%로 떨어졌고 서울 아파트값은 그해 7.7% 하락했다. 2023년에도 통화량 증가율은 3%대를 기록했고 서울 아파트값은 2.2% 떨어졌다.

윤석열 정부 때인 2024년 상황은 반전됐다. 정부가 앞에서는 균형재정을 표방했지만 뒤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경기를 띄우기 위해 돈을 풀었고 이해 통화량 증가율은 6.6%로 다시 늘었다. 떨어지던 서울 아파트값은 다시 오름세로 반전했다. 올해 들어서 상승폭이 더 커졌다.

돈줄을 강하게 죄는 것이 집값 안정에 직접적이고 효과도 크다는 점을 과거 사례는 보여준다. 이재명 정부가 최근 주택담보대출 상한선을 설정하는 등 강도 높은 '돈줄 죄기' 정책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대책에 집값 상승세는 한풀 꺾였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재명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기조는 확장적인 재정·통화 정책이다.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고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 침체된 경기를 띄우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모두가 통화량 증가 요인이다.

돈을 풀면서 대출을 막는 것은 수도꼭지를 틀고 그릇의 수면을 손으로 누르는 것 같은 정책조합이다. 단기적으로 집값은 잡겠지만 결국 풀린 돈은 부동산 시장을 더 부추길 것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정책 기조로 인한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여전히 팽배하다.

해법은 뭐가 있을까. 먼저 정부의 재정 지출을 꼭 필요한 곳에 집중하고 필요한 재원은 세수를 늘리거나 정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충당함으로써 통화량 증대 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 또 풀린 돈이 경제 내부에서 생산을 확장하는 곳으로 흘러갈 수 있는 물꼬를 터야 한다.

정부에 의해 풀린 돈이 개인들의 소비와 기업 투자에 활용돼 경제규모가 커진다면 집값을 포함한 물가 부담은 줄어든다. 그릇에 물을 부으면서 그릇 크기를 동시에 늘려 수면이 올라오지 않도록 만드는 절묘한 해법이 경제에도 필요한 시점이다.

[노영우 부국장·매경아카데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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