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에도 ‘세금폭탄’, ‘때려잡기’라고 했다 [권태호 칼럼]

권태호 기자 2025. 6. 3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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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333333;">타워팰리스 327㎡(약 100평) 가격은 2005년 8월 40억~44억원이었는데 2025년 6월 95억원이다. 이 아파트의 종부세는 2005년 2550만원이었고 지금은 7160만원이다. 집값은 51억~55억원 올랐는데, 세금은 4610만원 올랐다.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바가 ‘능력껏 대출받고, 마음껏 집 사는 나라’는 아니지 않은가.</span>
정부가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초고강도 대출 규제를 시행하면서 서울 아파트의 74%가량이 대출액 감소가 불가피하게 됐다. 사진은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마포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신소영 기자

권태호 | 논설위원실장

2005년 8월에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를 출입했다. 당시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본격화되면서 인근 경기 분당·과천 등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그해 상반기 주택담보대출의 43%가 강남·분당 등 집값 급등 지역으로 몰렸다. 정부는 그해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8·31 대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당시 보수 언론과 경제지, 그리고 한나라당 등이 ‘세금폭탄’이라며 맹폭을 가했다. ‘징벌적 과세’라는 표현도 더해졌다. 당시 종부세 피해자로 거론되는 핵심 대상이 ‘강남에 집 한 채만 있는 노인’이었다. ‘그냥 한집에 오래 산 것뿐인데, 다 늙은 나를 어디로 내쫓느냐’는 항변이었다. ‘세금폭탄’ 사례로 타워팰리스 공급면적 327㎡(약 100평) 아파트의 보유세 폭등을 우려하고, 중산층 사례로 당시 시세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예로 들었다. 2005년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중 시세가 6억원을 넘는 비율이 5.6%(부동산114 자료)일 때였다. 기자는 냉정해야 하는데, 그때 아침에 재경부 기자실에서 조간신문을 훑어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오곤 했다. ‘대중’을 대변하지 않는 언론이 ‘대중’ 매체를 표방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많았다.

당시 정부는 2005년 0.12~0.15%이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2009년까지 1%로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20년 지난 지금, 서울 아파트 기준 보유세 실효세율은 여전히 0.15% 수준(경실련 조사)이다. 당시 사례로 많이 등장했던 타워팰리스 327㎡ 가격은 2005년 8월 40억~44억원이었는데, 지금은 95억원이다. 이 아파트의 종부세는 2005년 2550만원가량이었는데, 지금은 7160만원이다. 각종 공제와 상한제를 적용하면 실제론 이보다 더 적다. 집값은 51억~55억원 올랐는데, 세금은 4610만원 올랐다.

최근 강남을 진원지로 집값 급등세가 심상치 않자, 이재명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6억원 제한’이라는 고강도 ‘6·27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자 ‘고소득 3040 흙수저 강남 입성 막혔다’, ‘현금 부자만 (강남) 집 살 판’ 등의 제목을 단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충분히 예견됐고, 이미 여러 차례 보아온 일이다. 강남구 전체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올해 4월 기준 43억6371만원(서울 부동산 정보광장 자료)이다. 소형 평형이라도 10억~15억원가량이다. 현재 한도인 6억원까지 대출을 받으려 해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면 연 소득이 최소 1억원은 되어야 한다. 30년 만기 대출 시, 갚아야 할 원리금이 30년 동안 월 300만원 정도다. 근로소득자라면 세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만 연간 최소 2500만원이 넘는다. 여기에 매달 300만원을 대출금 상환에 쓰면, 남는 돈은 월 300만원 남짓이다. 이런 ‘영끌’은 집값 상승의 땔감이 돼 주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무한정 대출로 강남 집을 사게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 아니다. ‘영끌’ 하지 않아도 불안하게 만들지 않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2005년 그 무렵 ‘삼순이는 예쁘다’, ‘나도 종부세 내고 싶다’ 등의 칼럼을 쓴 바 있다. 어느 모로 봐도 너무나 예쁜 탤런트 김선아를 두고 ‘평범한 여자’라고 하는 당시 드라마에 빗대, 전국적으로 1.6%에 불과한 종부세 대상자들을 ‘평범한 중산층’이라고 하는 것을 비판했다. 그런데 20년 지난 지금, 거의 똑같은 글을 또 쓰고 있다. 박민규의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2003)을 보면, “무진장 노력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하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고 있습니다’, ‘더 열심히 해야죠’라고 말하는 이상한 세상이 온 것”이라 했는데, 이젠 이상하다 못해 기이한 세상이 됐다.

그런데 그때와 달리 이젠 주변에 종부세를 내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졌다. 현재 서울의 주택 보유자 중 종부세 대상자 비율은 10~15%로 추정된다. 2022년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패한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만 기준으로 하면,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된 것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는 여전히 지난해 기준 주택 소유자 중 종부세 대상 비율은 2.9%에 불과하다. 주택 소유 가구 비율이 약 60%여서 전체 가구 수 기준으로는 1.7~1.8%에 불과하다.

정부의 6·27 대책이 강남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집값은 잡더라도,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의 집값을 자극하는 ‘풍선 효과’가 우려되기도 하고, 소득 무관 금액 기준 대출한도 규제는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바가 ‘능력껏 대출받고, 마음껏 집 사는 나라’는 아니지 않은가.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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