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통제·관리 아닌 ‘교육’으로 돌아가자 [왜냐면]

한겨레 2025. 6. 3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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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문제는 매년 교육계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지만 해결 방식은 점점 복잡하고 비효율적으로 흐르고 있다.

관련 제도는 늘어가고 행정처리 절차도 정교해지고 있지만 현장에서 교사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현실은 정반대다.

이제는 학교폭력 문제를 통제의 프레임이 아닌 교육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봐야 한다.

교육의 핵심은 문제를 인식하고, 책임지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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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이혁 | 강원도 고교 교사

학교폭력 문제는 매년 교육계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지만 해결 방식은 점점 복잡하고 비효율적으로 흐르고 있다. 관련 제도는 늘어가고 행정처리 절차도 정교해지고 있지만 현장에서 교사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현실은 정반대다. “갈등은 더 늘었고 개입은 더 어려워졌다.”

첫째 문제는 과밀학급이다. 교육 당국은 오랫동안 학교폭력 예방을 강조해 왔지만 정작 학급당 학생 수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학생 수가 20명일 때 인간관계는 190개지만, 30명이 되면 435개로 증가한다. 단순히 1.5배 늘어난 인원이지만 관계망은 2배 이상 복잡해진다. 인원수가 많을수록 교사의 시야는 좁아지고 사소한 징후도 놓치기 쉬워진다. 예방은커녕 인지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둘째는 교사의 역할 축소다. 현재 구조에서는 담임교사가 갈등을 자율적으로 중재하거나 조정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사안은 관리자에게 보고하고, 일정 기준 이상이면 교육청이나 전문기관으로 넘어간다. 물론 명백한 폭력이나 일방적 피해의 경우 외부 개입이 타당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감정적 다툼, 쌍방 책임, 경미한 접촉이 얽힌 모호한 사안이 대부분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교육적 개입이다. 그러나 지금 구조는 교사의 판단을 배제하고 사안을 과잉처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셋째는 처리 이후 문제다. 가해 학생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수 있지만 그 제도가 실제 억제 효과를 가지는지는 의문이다. 많은 학생들은 수시 종합 전형에 지원하지 않을 학생에게는 소용이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또한 대입에 영향을 줄 만큼 사안이 커질 경우 학부모 간 소송, 행정심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모든 구조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확대 재생산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예방도, 조정도, 회복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학부모 역시 딜레마에 빠진다. 자녀가 피해를 보았을 때 감정은 앞서지만 원만한 관계 회복을 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사에겐 중재 권한이 없고 결국 “신고하시겠습니까”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 이는 또 다른 불신을 낳고 학교는 책임 회피의 구조로 인식된다.

이제는 학교폭력 문제를 통제의 프레임이 아닌 교육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봐야 한다. 지금처럼 어떤 갈등이든 곧바로 폭력으로 간주하는 분위기에서는 학생이 갈등을 조정하고 회복하는 경험 자체를 가질 수 없다. 인간 사회는 본래 갈등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그걸 단지 없애야 할 문제로만 본다면 아이들은 갈등을 다루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오히려 지금 시스템에서 학생이 배우는 것은 갈등을 조정하고 회복하는 방식이 아니라 외부기관을 통한 ‘행정적 처리 절차’다. 사소한 다툼을 즉시 보고하고, 관리하고, 기록하는 구조에서 아이들은 관계를 통해 문제를 풀어보려 하기보다 ‘신고와 조사’라는 공식 경로에 의존하는 법을 익히게 된다. 그 결과는 교육이라기보다 관리에 가깝다.

교육의 핵심은 문제를 인식하고, 책임지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에 있다. 지금처럼 갈등을 무조건 차단하는 시스템만 작동시킨다면 갈등은 억눌릴 뿐 사라지지 않는다.

학교폭력 대응은 다시 원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학생들이 갈등을 통해 성장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책임질 수 있는 권한, 조정할 수 있는 자율, 회복을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 출발선에는 감시와 보고가 아니라 학생 곁에 있는 교사의 교육적 개입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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