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소한 연대기
경북도민일보 2025. 6. 30. 17:01
- 이경임
셈이 어두운 나는 원시의 어느 시대
이를테면 구석기 어디쯤의 인간이 되어
아무런 걱정도 없이 햇살을 보고 싶네
바람의 말을 익힌 잎 넓은 귀 열어
사람이 쏟은 거짓은 나뭇잎처럼 흘리며
저녁이 이슥하도록 바람 속에 서 있으리
한 덩이 고기를 허물없이 나누며
밤이면 배가 든든한 아이들 머리 위에
착하게 피어오르는 은하수를 바라보겠네
달이 떠오르는 숲속 어둠 한편에서
잠들지 못한 사람이 불어 주는 휘파람에
단꿈이 깊었던 새들, 지평선 너머 날아가고
빗살 몇으로 셈을 해도 그저 빈손의 가게家計
이 맑은 가난이 춥지 않은 동굴의 밤,
먼 들판 뛰쳐오르는 말발굽 하나 새겨넣겠네

200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2011년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문학상
시조집 『프리지아 칸타타』
「청라」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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