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창의와 혁신] 〈63〉AI혁신, 고려청자에서 답을 찾자 (하)

2025. 6. 3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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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

고려청자의 성공을 보자. 불순물이 없는 고운 흙을 찾아 전라도 강진, 부안에 가마를 지었다. 자기 표면의 무늬도 중국처럼 현란한 채색을 하지 않고 은근한 비취색을 내는 기본에 충실했다. 자기의 무늬도 최소한의 색깔로 멋을 냈다. 중국처럼 다양한 재료와 유약이 없는 한계를 기술로 극복했다. 자기를 구울 때에도 산소 등 공기 노출을 철저히 제어해 12세기에 이르러선 중국을 넘어서는 청자를 만들어냈다. 처음엔 무늬가 없이 아름다운 비취색의 청자를 만드는데 집중했고, 기본을 이뤄낸 다음엔 정교한 예술적 무늬를 더해 가치를 높였다.

그림작가 이소연 作

중국 흙이나 유약을 쓰지 않고, 외국기술자를 쓰지도 않고, 한국적 가마에서 위업을 달성했다. 어떻게 했을까. 그 공식을 찾는다면 우리가 초일류 인공지능(AI)강국이 되는 것이 꿈만은 아닐 것이다. 고려청자는 수많은 연구와 실수를 거듭한 끝에 흙과 유약이 결합하면서 생기는 기포가 어우러져 비취색을 완성했다. 그 순간 고려 도공들은 얼마나 기뻤을까. 유약은 자기의 겉면을 유리질로 코팅해 액체, 기체가 스며들지 않게 하고 광택을 낸다. 유약이 흙에 엉겨 붙으면서 광택을 만들고 그 안에 수많은 기포가 들어차는데 빛이 산란되면서 푸르게 보인다. 자기는 흙과 유약의 수축률 차이로 균열이 생긴다. 균열이 규칙적이고 일정한 크기로 나도록 의도적으로 만들어 비취색을 만들었다. 자기의 겉면에 무늬를 새길 때에도 균열의 패턴을 이용하고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배치했다. 고려청자의 비취색 자랑은 그 흔한 '국뽕'이 아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집요한 연구에서 나온 결과다.

고려청자는 비취색에 더해 상감, 인화, 양각, 음각 등의 기법으로 무늬를 만들어 자기의 완성도를 높였다. 무늬를 새기는 일은 자기를 굽는 과정에서 무늬가 부풀어 오르거나 번지기 쉽다는 점에서 매우 어렵다. 고려 조정은 전문 화가들까지 동원해 열을 가함에 따른 흙의 부피, 유약의 번짐과 균열의 정도까지 감안해 자기에 멋진 무늬를 새기게 했다. 흙가마 속의 온도를 관리하고 산소 등 공기를 통제하면서 자기를 굽는 기술도 발전했다. 고려 조정은 그렇게 만들어진 청자의 품질과 유통을 관리했다. 과학기술, 문화역량, 예술가적 헌신에 국가의 노력까지 결합된 합작품이다. 중국을 넘어 티벳, 베트남, 필리핀에서도 고려청자가 발굴되었으니 중국청자와 겨루며 활발하게 수출이 이뤄졌다.

AI도 마찬가지다. 고려청자를 본받아야 한다. 우리의 AI정책은 미국, 중국을 따라 3대 강국이 되는데 목표를 두고 100조원의 돈을 쏟으려 한다. 연구개발, 인재양성, 창업지원 등 다른 산업분야 진흥정책에도 단골처럼 등장하는 공식을 대입한다. 그것만이 우리의 강점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찾아야하고 잃어서는 안 될 강점은 무엇일까. 이동통신 등 사각지대 없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결국 AI도 상용화와 활용이 중요하다. 20년 전 우리는 국민 PC보급운동을 일으켜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컴퓨터를 가지고 활용해 일상 업무를 넘어 정보검색, 게임, 동영상 등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것이 동방의 작은 나라를 IT강국으로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 여기서의 교훈으로 국민 AI 보급운동을 해야 할까. 물론 과거의 성공경험에 빠지는 경로의존성을 조심해야 한다. 생존자 편향의 오류를 낳는 또 다른 잘못이 될 수 있다.

국민 스스로 AI를 활용해 혁신을 주도할 수 있게 정책을 펴야 한다. 먼저 우리의 강점과 접목해야 한다. 영화, 드라마, 소셜미디어, 푸드, 방산, 조선 등 문화와 산업요인을 어떻게 AI와 접목할지 고민해야 한다. 기술을 몰라도 누구나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공공과 민간의 AI시스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수익을 낼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그런 사람이 늘어나면 인재양성이 된다. 그런 곳이 늘어나면 클러스트가 된다. 그런 곳에 금융기관의 투자가 몰린다. 단순 모방에선 혁신이 나올 수 없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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