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총리·장관 ‘44%’는 의원 겸직…‘국정 안정’은 기대, ‘정부 견제’는 물음표?

변문우 기자 2025. 6. 30. 16: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역대 정부 중 가장 높은 겸직 비율…文 31.5%, 朴 23.3%, MB 22.4%, 尹 13.5%
초대 내각 ‘경험 부족’ 측면 보완…검증 인사들인 만큼 ‘인청 리스크’도 최소화 기대
‘국정-입법’ 선택·집중 어려울 가능성 제기…국정감사 등에서 ‘견제 역할’ 못할 우려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6월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새 정부 첫 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이 대통령,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인선 작업을 대부분 마무리한 가운데, 초대 국무총리·장관 후보자 중 국회의원을 겸직하는 인원이 8명으로 국무위원 전체 정원(18명) 중 4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에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정부가 출범한 만큼 의원 겸직자들의 풍부한 정무 경험이 요긴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면 일각에선 겸직자들의 의정 활동에 지장이 있는 것은 물론, 이해충돌 소지로 국회가 행정부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까지 이 대통령이 지명한 국무위원 후보자들 중 국회의원 인사들은 총 8명이다. 최근 인사청문회까지 마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필두로 ▲강선우 여성가족부 ▲김성환 환경부 ▲안규백 국방부 ▲윤호중 행정안전부 ▲전재수 해양수산부 ▲정동영 통일부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이 해당된다. 여기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민주당 비례대표 순번이 20번인만큼 향후 비례 순번을 이어받을 경우 겸직 가능성이 있다.

역대 정부 국회의원·국무위원 겸직 비율 수치와 비교해도 이번 정부가 가장 높다. 노무현 정부는 13.2%(76명 중 10명), 이명박 정부는 22.4%(49명 중 11명), 박근혜 정부는 23.3%(43명 중 10명), 문재인 정부는 31.5%(54명 중 17명), 윤석열 정부는 13.5%(37명 중 5명)이었다. 물론 임기 중후반 국무위원이 교체될 수 있는 만큼 비율 수치가 낮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현 시점에선 겸직자가 거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불가피한 상황" vs "의원내각제냐"…정치권 의견 분분

여권에선 의원-장관 겸직이 지금 상황에서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인수위 없이 출범한 만큼 국정 운영에서 부족한 '경험' 측면을 보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빨리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대통령의 통치 철학을 잘 이해하고 그립감이 센 정치인 출신 현역 의원들을 초대 내각에 입각시키는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여당 의원들이 정부에 많이 포진할수록 당정 간 '원팀'으로 발맞추기도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국정 동력을 빠르게 확보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겸직 인사들이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한·미 관세 협상이라든지 여러 가지 막중한 현안 속에서 인사를 긴급하게 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며 "당과 대통령실이 하나가 돼서 지금까지 호흡해 왔던 분들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겸직자들의 경우 총선 과정에서 인사 검증을 최소 한 번 거친 만큼 '인사 논란' 리스크가 비교적 적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실제로 국무위원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국무위원에 지명된 현직 국회의원이 청문 과정에서 낙마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최근 인사청문 과정에서 김민석 후보자에게 제기된 '재산 증식' '아들 특혜' 논란 등도 낙마 사유가 될 만큼 치명적 사유로 정치권에서 거론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 전략 파트 관계자도 시사저널에 "조기대선으로 갑자기 정권이 바뀐 상황에서 초기 국정 개혁 동력을 잡아야 한다. 또 각종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인사 검증할 사람이나 시간도 부족한 만큼 검증된 사람들이 필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현역 의원들이 적격자들"이라며 "이미 검증된 의원들이 내각에 입각하면 인사청문회 논란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런 만큼 현역 의원의 내각 대거 참여는 득이 더 많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야권에선 겸직에 대해 비판하는 비토가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이 국무위원 직무까지 수행해야 할 경우 입법 활동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서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프랑스 등 대통령제 국가를 비롯해 네덜란드·룩셈부르크·벨기에 등 내각제 국가에서도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을 헌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 본인도 대선 후보 시절 경실련(경제정의실천연합)의 국회의원·국무위원 겸직 금지 주장에 찬성 의사를 표한 바 있다.

또 입법부가 대통령 중심의 행정부를 견제하는 기능을 해야 하는데, 의원 다수가 행정부에 본적을 걸치고 있을 경우 국정감사 등에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훈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보지 못했던 국회의원 줄 입각 사태"라며 "입법과 국정의 균형을 책임져야 할 현직 의원들을 줄줄이 내각에 집어넣는 건 대한민국을 의원내각제로 착각한 듯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선 현역 의원 몇 명이 빠진다고 국회의 정부 견제 역할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초 정부 견제 역할의 몫은 야당이 크고, 여당이 견제 역할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오히려 국정감사 등은 야당이 실력을 뽐내야 하는 꽃놀이패다. 그런 만큼 국무위원으로 여당 의원 8명이 빠진다고 해도 국회가 해야 할 견제 역할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