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한국, 두 나라 반도체노동자들은 정말 괜찮은 걸까
[장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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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3. '2025 대선을 앞두고 묻는다 - 반도체특별법과 반도체 산업 확장,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뉴스타파 함께센터 리영희홀에서 열렸다. 반도체 강국 대만의 노동 현실은 한국 정치권에서 운위되는 반도체특별법이 가져올 미래를 가늠케 한다. |
| ⓒ 반도체특별법저지공동행동 |
노동조합의 시작
대만 전자전기정보산업노동조합(이하 '대만 전자노조')의 전신은 2009년 TSMC[1] 해고자 자조모임으로, 이후 대만 신주[2]지역 산업단지노동인권협회로 이어졌다. 뒤이어 2011년 대만 휴대폰 제조사 HTC 엔지니어 과로사 사건을 계기로 대만 전자노조가 2011년 5월 1일 공식 출범하였다. 현재 조합원 수는 100여 명으로 대부분 타이베이와 신주 지역의 소프트웨어, 반도체 업체, 시스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긴 노동시간
2016년 대만은 법정근로시간을 2주 84시간에서 1주 40시간으로 줄였다. 그러나 대만은 여전히 아시아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국가이다[3]. 이에 대해 대만 정부는 '파트타임 노동자 비율이 3.9%로 낮아서 평균 노동시간이 긴 것일 뿐, 실제 정규직 노동시간은 한국보다 짧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만에서는 통상적으로 사업주가 파트타임 노동자의 보험을 들어주지 않고, 5인 미만 사업장은 보험 가입 의무가 없다. 또한 수많은 자영업자의 노동시간은 통계를 잡는 것도 쉽지 않아 정부의 이 같은 설명은 부족한 부분이 있다.
장시간 노동을 초래하는 구조적 문제점
대만은 대외 수출 의존도가 높고 특히 전자부품 수출 비중이 높은 편이다. 대만의 인당 GDP는 한국을 추월할 만큼 성장했으나 임금인상은 그에 못 미쳤다[4].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투잡을 뛰거나, 야근을 해 연장근로수당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대만 노동조합 조직률은 약 7%[5]로 저임금, 장시간 노동과 같은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다.
대만의 노동시간 제도 역시 매우 탄력적이다. 월 연장 노동시간은 46시간 상한이지만 노사협의회나 노동조합의 동의가 있으면 54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다. 대부분 사업장은 노동조합이 없거나 사측 주도의 노사협의회이기에 동의 절차는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정상 노동시간은 1주 40시간, 주 2일 휴일이 기본이지만 노사 동의에 따라 단위 기간을 4주 혹은 8주로 늘려서 최장 12일 연속 근무가 가능하며, 하루 10시간 일하더라도 연장 근로 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
또한, 대만의 노동기준법 제84조 1항(속칭 '책임제')은 특별허가업종에 대해 주 2일 휴일과 연장근로 상한 규정의 적용을 없앴다. 주로 관리·감독, 간헐적, 감시적 업무에 적용이 되는데, 각 지방정부에서 적용 대상 업종을 지정할 수 있으며, 노동조합이나 노사협의회의 동의 없이 개별 노동자의 동의만으로 가능하다.
기술산업 노동의 특징과 현실
기술산업은 3고(高) 업종으로, 여기서 3고는 높은 스트레스, 장시간 노동, 고연봉을 말한다. 기술산업의 특성상 프로젝트를 기한 내에 마쳐야 해서 업무 스트레스가 높고, 돌발상황에 대응해야 하기에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지기 쉽다. 낮은 기본급에 비해 성과급과 보너스 비중이 높아 임금의 불안정성도 크다[6]. 하지만 최근에는 산업이 확장되고 직원 수가 늘면서 초창기만큼 많은 보너스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정규 노동시간은 예전만큼 길지 않지만 대기 근무와 사전 준비 업무 등 '보이지 않는 노동'은 여전히 많다. 대부분의 기술산업 업무는 법적으로 책임제 적용대상이 아니지만, 현장의 노동자들은 관행적으로 책임제를 강요받는다. 대만 전자노조는 업계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 관행을 깨뜨리기 위해 정시 퇴근을 촉구하는 회식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노동운동과 환경문제
대만 전자노조는 2013년 ASE 폐수 방류사건으로 작업중지권을 발동한 상태에서 노동권 문제를 감시하였고, 최근에는 신주 반도체 IC 테스트 공장의 매연 배출 사건 조사에 참여하였다. 이 사건은 반도체 공장에서 인체에 해로운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포함된 매연을 배출하다가 환경부에 적발된 사건으로, 매연 배출 시 성분을 기록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조작해서 법적 허용 수치로 맞춘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3년간 감독기관 조사에서도 문제가 적발되지 않았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신주기술산업단지의 환경, 노동 문제 감독기관이 과학기술부라는 점이었다.
대만 정부의 반도체 산업 투자와 문제점
대만 정부는 2022년 산업혁신조례 개정안에 반도체 사업자를 위한 세제 혜택과 재정지원 조항을 추가하였다. 적용대상 기업은 '지난 3년 동안 환경보호, 노동 및 식품 안전위생 관련 법률을 심각하게 위반한 사실이 없는 기업'으로, '심각하게 위반한 사실'의 구체적 기준이 없기에 정부 재량에 따라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의 모든 자원을 단일 산업에 집중하는 투자 방식은 국제 정세의 변동성, 환경자원의 훼손 문제를 고려할 때 위험한 투자이지만, 대만에서 반도체 산업은 국가 중점 산업이기에 이에 대한 비판과 견제가 어렵다.
한국 반도체 특별법의 문제점
지난 2월 18일 반도체 연구 개발과 시설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안을 담은, 이른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상임위원회를 통과하였다. 반면 당초 발의된 반도체 특별법은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의 주 52시간 예외에 대한 여야의 의견 차이로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는 향후 20년간 600조 이상의 국가 예산을 투입하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대만 전자노조에서 지적한 정부의 관련 산업 투자 문제는 한국에서도 유효하며, 우리 역시 이 문제에 대한 폭넓은 고민과 대응이 필요하다.
각주
[1]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Limited. 1987년 대만에 설립한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기업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약 800여 명을 감원하였다.
[2] 대만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1980년대부터 신주 지역에 과학단지를 조성하였고, 각종 첨단과학기술연구원, TSMC 본사와 전자부품공장들이 있어 대만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3] 2023년 대만 연평균 노동시간은 2020시간이며, OECD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1872시간이다.
[4] 2026년 인당 GDP 한국 35,880달러, 대만 36,319달러 - 출처 : IMF 한국 1인 GDP 2026년 대만에 역전당할 것, 세계일보, 2025.04.29
2025년 대만 최저임금 28,590대만달러(한화 약119만원), 시급 190대만달러(한화 약7,900원) - 출처: 대만 노동자 약23% 최저임금…저임금 해결 어려워, 연합뉴스, 2024.10.06
[5] 대만 노동부 자료에는 노동조합 조직률이 30% 이상이지만, 이는 직업노조를 포함한 수치이다. 직업노조는 노동보험, 건강보험 처리업무가 주된 목적인 노조로, 단체교섭 및 협상력의 기능은 낮다.
[6] 대만 전자노조의 조사에서 TSMC 노동자의 연봉에서 성과급 비중이 70%로 나타났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 7월호에도 게재됩니다. 이 글의 필자인 장향미 님은 노동시간센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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