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 풍자 가극 나왔다…“집값 고공행진, 양육비 미친 거냐” 노래

임석규 기자 2025. 6. 3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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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지하 연습실에서 흘러나온 소프라노 이상은과 베이스 바리톤 한혜열의 이중창 가운데 한 토막.

피아노 리듬은 경쾌한데 가사는 노골적이다.

국립오페라단 '잔니 스키키'와 서울시오페라단 '세비야의 이발사'를 연출한 장서문은 "작품을 하면서 결혼과 출산, 육아를 바라보는 저 자신의 시각이 달라졌다"며 "결혼과 출산, 육아를 당연하게 여겼던 이전 세대와 달리 요즘 젊은이들은 선택지가 넓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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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준 작곡·봉준수 작사 ‘부부 이야기’
경쾌한 리듬, 해학적 연출
7월11~13일, 자유소극장
현실 속 부부의 사랑과 결혼, 출산과 육아를 연가곡 형식으로 담아낸 가극 ‘부부 이야기’ 출연한 소프라노 이상은과 베이스 바리톤 한혜열의 리허설 장면. 오푸스 제공

“아이가 태어나면 평생 노비 시작인가/물가는 하루가 달라 집 장만은 언제 하나/7세 고시 유치원 의대반 다른 세상 이야기야/불쌍한 우리 아이 태어나자마자 이류시민”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지하 연습실에서 흘러나온 소프라노 이상은과 베이스 바리톤 한혜열의 이중창 가운데 한 토막. “어느새 우리 만남/삼 년도 넘었는데/이 만남 계속될까/ 모든 게 혼란스러워/출산율 최저라고 떠들고 난리지만/집값은 고공행진 양육비 미친 거냐”

피아노 리듬은 경쾌한데 가사는 노골적이다. 몽글몽글 피어오른 사랑으로 만난 청춘남녀가 출산과 육아의 엄혹한 현실을 따져보며 결혼을 망설이는 장면이다. 연가곡 형식의 가극 ‘부부 이야기’는 저출산 시대를 살아가는 팍팍한 현실 속 부부의 이야기를 핍진하게 그린다. “만남은 초과근무 주말엔 더욱 싫어/돈 시간 에너지 낭비 주말엔 정말 싫어” 연애조차 꺼리는 요즘 현실을 포착한 가사도 있다.

“평수 조금 넓어지면 출퇴근 시간 길어지고/누구 회사에 가까운지 침 튀기며 날 세우네” 전셋집을 둘러싼 예비부부의 신경전이다. 무거운 주제지만 현실과 쏙 닮은 이야기가 배시시 웃음을 자아낸다. 유머러스한 음악과 해학적 연출 덕분에 술술 흘러간다. 봉준수 서울대 영문과 교수가 가사를 썼고, 작곡가 류재준의 곡에 오페라 연출가 장서문이 연극적 요소를 곁들였다.

가극 ‘부부 이야기’를 만든 류재준(왼쪽부터) 작곡가와 가사를 쓴 봉준수 서울대 교수, 장서문 연출가, 임효선 피아니스트, 이상은 소프라노, 한혜열 베이스 바리톤. 오푸스 제공

연가곡 하면 슈베르트, 슈만을 떠올리지만, 국내 청중이 독일어 가사를 음미하긴 쉽지 않다. “해외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뛰어난 성악가들이 ‘겨울나그네’와 ‘시인의 사랑’을 부르는데 청중은 꾸벅꾸벅 졸아요.” 류 작곡가는 “그걸 보면서 우리 삶 속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소리꾼과 고수가 주고받는 판소리에서 형식을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2021년 만든 ‘아파트’가 그의 첫 연가곡인데, 이번 작품 못지않게 직설적, 풍자적이다. 류재준은 “주택문제, 저출산을 다뤘으니 다음엔 차별 문제를 소재로 담아볼 생각”이라고 했다. 폴란드 작곡가 크쉬스토프 펜데레츠기의 제자인 류재준은 2013년 친일 행적을 이유로 홍난파 음악상을 거부해 화제에 올랐고, ‘장엄미사곡’ 등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서울국제음악제, 앙상블 오푸스 음악감독이다.

“애를 안 낳는데, 결혼도 안 하고, 아예 연애 자체를 안 한다는 거지요. 세 가지 주제가 다 어렵지만 도전할 만하다고 봤어요.” 봉 교수는 “통계를 뒤져보고 논문도 찾아봤는데 딱히 이거라고 할만한 게 없어서 현실을 그대로 던져봤다”고 했다. 결혼해서 애 낳아 키우는 대학원생 제자들 얘기를 많이 참고했다고 한다. 봉 교수는 2022 작곡가 최우정, 배우 배병우와 함께 음악극 ‘적사병의 가장무도회’에 참여한 바 있다. 영미시를 전공하고 공연예술학 협동과정에도 몸담은 봉 교수는 봉준호 영화감독의 형이다.

출연자는 성악가 2명과 피아니스트 임효선 등 3명. 오페라 무대 경험이 많은 두 성악가는 노래뿐 아니라 이리저리 무대를 돌아다니며 몸짓과 표정으로 다양한 연기를 펼쳐낸다. 사랑이 시작돼 서로를 유혹하는 장면, 옭아맨 굵은 밧줄로 결혼이 주는 속박을 표현하거나, 형사로 분장한 남편이 의구심을 품는 대목에선 한편의 축소된 오페라를 보는 듯하다. 국립오페라단 ‘잔니 스키키’와 서울시오페라단 ‘세비야의 이발사’를 연출한 장서문은 “작품을 하면서 결혼과 출산, 육아를 바라보는 저 자신의 시각이 달라졌다”며 “결혼과 출산, 육아를 당연하게 여겼던 이전 세대와 달리 요즘 젊은이들은 선택지가 넓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16곡의 성악곡과 함께 독자적인 색채를 지닌 7개의 피아노 솔로 곡이 각 장면을 이어주는 접속사 구실을 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공연은 다음 달 11~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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