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육아 편하자고 썼다간 큰 일"… 바운서, 질식사고 위험에도 국내 규제 미흡

이유주 기자 2025. 6. 3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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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받이 각도 80도까지 허용? ‘유아용 침대’로 통합관리… 뒤늦은 안전기준 손질 논란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안전기준은 피로 쓰여진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죠. 그 얘기는 곧 유아용품의 안전기준은 유아들의 생명이 쓰러지면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한 소아과 의사가 기울어진 요람 등 영유아에게 위험할 수 있는 수면 용품에 대해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을 시청한 시청자(아이디 j○○○)는 이같이 말했다. 

해당 영상은 등받이 각도가 영아의 질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을 강조하며 부모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내용이다.

이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수면용품에 대한) 규정을 두고 단속도 해줬으면 좋겠다", "외국에선 예전부터 가이드가 바뀌었는데, 지금이라도...", "나라에서 확실하게 메뉴얼을 정해줘야 한다" 등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아기들이 쉽게 누워 잠들기도 하는 흔들 요람인 바운서. 하지만 수면 시 질식사 위험이 제기돼 온 이 제품에 대해 국내에서는 그간 안전기준이 모호하게 적용돼 왔다. ⓒ베이비뉴스

◇ 미국에서 바운서 질식 사망사고 15년간 73건 보고

아기들이 쉽게 누워 잠들기도 하는 흔들 요람인 바운서. 하지만 수면 시 질식사 위험이 제기돼 온 이 제품에 대해 국내에서는 그간 안전기준이 모호하게 적용돼 왔다. 정부는 최근 '유아용 침대'의 일부로 관리되던 바운서를 비수면용 제품으로 명확히 구분하겠다고 밝혔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사고가 발생한 만큼,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장과 발달이 미숙한 1세 미만의 영아는 기도가 좁아 기도 압박, 막힘에 의한 질식사고의 발생 우려가 다른 연령에 비해 높다. 특히 평평한 바닥에 비해 경사진 요람(바운서 등)에서는 목을 가누지 못하는 영아가 쉽게 몸을 뒤집고, 고개를 돌리거나 아래로 떨굴 수 있어 산소 부족을 느끼고 기도가 막히는 등 질식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영유아 질식사로 인해 리콜이 진행된 피셔프라이스의 바운서 스누가 스윙(Snuga Swings). ⓒ미국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난 15년간(2005년 1월, 2019년 6월) 바운서와 관련된 영아 질식 사망사고가 73건이나 보고됐다. 또한 미국 내에서 200만 대 넘게 판매된 피셔프라이스의 '스누가 스윙'(Snuga Swings) 바운서는 지난해 10월 전량 리콜됐는데, 2012년부터 10년 간 해당 제품에서 잠자던 생후 13개월 아기 5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리콜 당시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이 제품을 절대 수면용으로 사용해선 안 되며 깨어 있는 시간이더라도 담요 등 다른 침구류를 추가해 사용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 한국, 기울어진 요람 '유아용 침대'로 관리… 안전규제 미흡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사고는 적잖게 일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275명의 영아가 이렇다할 이유 없이 수면 중에 발생하는 일명 '요람사', '영아돌연사증후군'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 캐나다 보건복지부 등에서는 영아의 안전한 수면을 위해서는 평평하고 딱딱한 곳에서 똑바로 눕혀 재울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경사진 요람'(유아용 그네, 유아용 바운서, 유아용 흔들의자)에 대해 별도의 규정을 둬 수면을 제한하는 한편, 등받이 각도의 경우 미국은 10도, 호주는 7도 이내인 '유아용 침대'에 대해서만 수면을 허용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기울어진 요람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유아용 침대'로 통합해 관리해 오고 있다. '유아 침대' 등 수면용으로 오인할 수 있는 명칭이나 광고에 대한 뚜렷한 규제도 없는 데다, 등받이 각도 역시 최대 80도까지 허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러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2020년 국내에서 유통·판매 중인 경사진 요람 9개 제품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영아 질식사고 예방을 위해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경고 문구(예: '유아를 혼자 두지 말 것')가 누락된 제품이 4개(44%)에 달했다. 더욱이 이 중 8개 제품(89%)은 수면 또는 수면을 연상시키는 광고 문구를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가 제품을 잘못 사용할 경우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사 대상인 9개 모든 제품의 등받이 각도는 최소 14도에서 최대 66도로, 미국과 유럽이 안전기준으로 삼는 '10도 이내' 기준을 충족한 제품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에 따라 소비자원은 영아의 질식사고 예방을 위해 의무표시사항(질식사고 예방 문구)을 누락한 4개 제품에 대해서 시정을 권고했고, 국가기술표준원에 경사진 요람에서 영아의 수면을 금지하도록 안전기준 강화를 건의했다. 또한 사업자(통신판매중개업자·TV홈쇼핑) 정례협의체를 통해 수면용 제품으로 표시·광고하는 경사진 요람에 대한 일괄적인 개선 조치를 요청한 바 있다.

◇ 네이버 쇼핑 점검해보니... 버젓이 잠자는 아기 모습 사진으로 판매 유도

하지만 소비자원의 이러한 권고는 실제로 현장에서 이행되고 있을까?

29일 기준 네이버 홈페이지에 '바운서'라고 검색한 결과, 라○베○, 콤○ 등 제품들은 '흔들침대'라는 표현을 버젓이 쓰고 있었다. 심지어 라○베○ 제품은 광고 이미지에 아기가 잠든 모습을 노출해,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수면용으로 오인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었다. 바운서가 수면용인지 비수면용인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원의 권고가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사항에 그쳐 실질적인 효력이 부족한 탓이다. 

라○베○ 제품은 광고 이미지에 아기가 잠든 모습을 노출해,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수면용으로 오인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었다. ⓒ네이버 쇼핑 화면 갈무리 

◇ '비수면용 기울어진 요람' 안전기준 제정 추진... 실제 적용은 내년에나

이처럼 안전기준이 미흡한 상황 속에서 정부는 이제서야 해당 기준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를 본격화했다.

지난 9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비수면용 기울어진 요람' 안전기준을 제정해, '유아용 침대'의 일부로 존재하던 '기울어진 요람'을 비수면용 제품으로 명확히 구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비수면용 기울어진 요람'에 '수면용으로 제작된 것이 아님'을, '유아용 침대'에 '푹신한 침구를 사용하지 말 것'을 명확히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현재는 법 시행 전으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의 절차가 진행 중이며, 실제 적용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해당 건은 이달 중순에 입법예고를 거쳐 10월에 고시하고, 실제로 현장에 적용은 되는 시점은 내년 1/4분기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0년 한국소비자원이 안전기준 강화를 건의한 것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도 안전규제가 2021, 2022년에 제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무렵 해외에서도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느 한 국가가 과도하게 기술적 장벽을 세울 경우, 무역에 있어 문제가 된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당시 상황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이어 "부모들께서 답답해하시는 부분들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간 저희도 평가를 통해 검토를 하고 해외사례도 살펴보며 어떤 방안을 만드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지 계속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시일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당시 바운서 안전 관련 조사를 담당했던 서정남 한국소비자원 스마트제품시험국 전기가전팀장은 "국가기술표준원에서도 해당 사안에 대해 많이 공감하고 있다. 최대한 빠르게 진행되면 좋겠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국가 기준을 개정하는 과정인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측면이 있다. 특히 국가기술표준원은 기준 개정과 관련해 언론에 공표를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 건은 이례적으로 널리 알렸다.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의지로 보인다. 소비자들께서는 답답하시겠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있는 만큼 이 점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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