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지금은 다르다?"…닷컴버블 생각나는 이유
S&P500지수가 지난 27일(현지시간) 6173.07로 마감하며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2월19일 6144.15로 종가 기준 최고치를 기록한지 약 4개월만이다.
이번 신고가 경신이 놀라운 이유는 이 기간 사이에 큰 골이 있었기 때문이다. S&P500지수는 지난 4월8일 4982.77로 급락하며 고점 대비 18.9% 떨어졌으나 이후 지난 27일까지 석 달도 안돼 23.9% 급반등하며 사상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이런 가파른 랠리로 S&P500지수의 향후 순이익 전망치 기준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 4월 초 18배에서 지금은 22배로 높아졌다. 이는 지난 5년 평균 19.9배와 10년 평균 18.4배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지만 이제 밸류에이션은 투자자들의 관심거리도 안 된다. 미국 증시가 2022년 10월 바닥을 치고 3년 가까이 뜨거운 강세장을 지속하는 동안 고평가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낙관론자들은 증시 밸류에이션을 과거 평균과 비교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증시에서 기술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만큼 PER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이다. 기술업종은 성장성과 이익률이 다른 업종에 비해 높아 더 높은 프리미엄을 받는다.
그럼에도 미국 증시의 PER이 2000년 3월 닷컴 버블 정점이었던 24.4배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데이터트렉의 공동 창업자인 닉 콜래스와 제시카 레이브는 최근 소셜 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미국 대형주가 여기에서 더 오를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은 1999년대와 같은 밸류에이션에 도달할 것이란 믿음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미국의 관세 인상에도 인플레이션이 크게 상승하지 않고 있어 조만간 금리 인하가 전망된다는 점과 유가가 닷컴 버블 때보다 낮다는 점, 증시에서 기술주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봤다. 하지만 현재의 밸류에이션은 100%에 가까운 낙관론을 반영한다며 우려했다.
문제는 지금이 경기 회복 초입이 아니라 둔화 국면이라는 점이다. 로젠버그 리서치에 따르면 PER이 최근처럼 단기간에 급등한 경우 경기 확장 초반에는 증시가 추가 상승했지만 경기가 둔화될 때는 하락 반전했다.
예를 들어 코로나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PER은 지금과 맞먹는 수준으로 급등했고 S&P500지수는 이후 1년간 30% 이상 상승세를 이어갔다. 당시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충격을 받은 상황에서 제로(0) 금리와 막대한 재정지출로 회복세를 타던 때였다.
반면 2001년 5월에는 PER이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빠르게 높아졌지만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이후 1년간 S&P500지수는 17% 하락했다. 배런스는 미국 경제가 조만간 침체되지는 않는다고 해도 성장률이 낮아지는 하강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양자컴퓨팅,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미래 유망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주가가 실적과 무관하게 폭등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하다. 양자컴퓨팅 회사인 아이온큐는 지난 4월 초 이후 두 배 가까이 올랐고 SMR 기업인 오클로는 같은 기간 2.5배 상승했다.
기업공개(IPO) 시장도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회사인 서클 인터넷 그룹은 지난 5일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 대비 한 때 10배 가까이 폭등했다. 우주기술 기업인 보이저 테크놀로지스도 지난 11일 상장 첫날 한 때 주가가 2배 가까이 뛰었다. 다만 현재 상승폭은 서클은 6배 수준으로, 보이저는 35% 수준으로 줄었다.
기술주 투자로 유명한 나일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설립자인 댄 나일스는 지난주 CNBC에 출연해 기업들의 올 2분기 실적도 양호했을 것으로 전망되고 지정학적 리스크는 완화됐다며 "지금은 밸류에이션을 잊고 상승세를 즐길 때"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의 재정적자를 크게 늘릴 것으로 우려되는 세금 및 지출 법안의 법제화 가능성, 오는 7월9일 상호관세 유예 기간 종결 후 관세 추이, 지난 5월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경제지표 약화 신호 등 불안 요인도 적지 않다.
현재 시장엔 AI(인공지능), 양자컴퓨팅, SMR, 스테이블코인 등 기존에 없던 기술혁명, 화폐혁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며 '지금은 다르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닷컴 버블 때도 '지금은 다르다'는 주장이 득세했다. 확실한 것은 한없이 오르는 자산은 없고 투자의 제1원칙은 잃지 않는 것이란 점이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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