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가을·겨울, 추운 봄에 양파 생산량이 급감했어요"

김종찬 2025. 6. 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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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기온 급락에 냉해 피해 심각
평당 25㎏에도 못미치는 수확량
소비가 상승…중식당 가격 ‘압박’
3일 방문한 무안군 해제면 한 양파밭에서 양파들이 자라고 있다.

"올 겨울 내내 덥다가 '입춘 한파' 등 2~3월에 쏟아진 눈으로 양파 농사는 반토막 나게 생겼네요."

3일 오전 전라남도 무안군 해제면 한 양파밭에서 만난 김구현(50)씨는 밭에 심어 놓은 양파들을 일일이 뽑아내고 있었다. 냉해성 병충해로 인해 제대로 자라지 못해서다. 날씨에 민감한 양파는 한파 등 이상기후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김씨는 고향인 무안 해제면 7천여평(2.31㏊)에서 수십년째 양파를 생산, 판매하고 있는 베테랑 농부다. 그런 그에게도 올해 양파 농사는 더욱 어렵게 느껴지고 있다.

최근 잦아진 기후변화 탓이다. 김씨는 "지난해 파종시기부터 날씨가 요란스럽더니 조생종은 냉해 피해가 심각하다"면서 "만생종도 바이러스에 감염돼 예년에 비해 3분의 1정도는 버려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양파는 수확 시기를 기준으로 9~10월에 파종해 4월에 수확하면 조생종, 6월에 수확하면 만생종 등으로 구분된다. 평 당 25㎏(㎏당 최상품 600원)는 수확이 돼야 농가에서 다음해 농사를 지을 때 설비 투자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해제면 전체를 따져봐도 평당 18㎏ 이상을 수확한 농가는 없었다.

이 같은 작황 부진으로 이상 기후가 꼽히고 있다. 김씨는 "무안 해제는 우리나라에서 양파 생산에 최적화된 지역"이라며 "이 곳에서도 이런 상황인데 다른 지역은 날씨로 인한 피해가 극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파는 한파 등 너무 춥거나 눈·비가 많이 내려도 안되기 때문이다. 광주지방기상청에서 제공한 지난해 가을철 기후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해 양파 파종 시기인 9월부터 평균기온 18.9도의 매우 높은 고온을 꾸준히 유지했고, 강수량도 평년(273㎜)보다 2배 더 많은 509㎜가 내렸다.
3일 방문한 무안군 해제면 한 양파밭에서 냉해 피해를 입은 양파를 뽑아내고 있다.

문제는 양파가 올해 이상기후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점이다. 이상고온으로 파종시기를 놓친 농가가 부지기수였으며, 추워야 할 1~2월에는 따뜻했다. 또한 봄 비가 내려야 할 3월에는 갑작스레 북극 한파가 찾아오면서 건조한 날씨까지 연일 지속됐다. 양파 대다수가 냉해성 병충해를 당한 이유다. 인근에서 양파농사를 짓는 김광진(51)씨도 "파종 시기에 맞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며 작황이 허수가 많아졌다"면서 "말 그대로 제대로 자라지 않는 양파가 많아졌고, 수확량이 감소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무안군에서 발빠른 대처로 고온·강우·일조량 부족 양파 피해비용으로 재난지원금을 농가에 나눠줘서 어느정도 수익보전은 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면서 "계절과 맞지 않은 날씨 때문에 매년 수확량이 큰 폭으로 감소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지난해 전남지역의 양파 재배면적은 6천862헥타르(ha)로, 전년 대비 12.9% 증가했다. 하지만 생산량은 37만3천914t으로 전년 대비 5.1% 감소했다. 늘어난 면적 대비, 생산량은 급감했다. 특히 생육 초기인 2월부터 3월 사이 잦은 강우와 일조시간 부족, 낮은 기온 등 기상 여건이 악화되면서 온갖 질병에 노출됐다. 지난해 1월부터 4월 사이 전남지역은 평년 대비 강수량이 76% 증가하고, 일조량은 53% 감소했다. 이로 인해 양파 재배면적 6천862ha 중 약 1천580ha(23%)에서 생육 지연과 잎마름 증상이 발생했다.

문제는 생산량 감소에 따른 예측 불확실성 때문에 양파 가격은 매년 큰 폭으로 요동쳤다는 점이다. 무안은 전국 양파 생산량의 2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양파 가격 상승·하락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거다. 이는 짜장면 등 외식 메뉴 가격 상승과도 무관치 않다. 양파는 짜장면 춘장을 볶을 때 단맛을 내기 위한 필수 채소지만 해마다 계절과 맞지 않은 날씨 때문에 수확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서비스를 보면 지난 2020년 껍질 있는 망포장(1.5kg 기준)이 4천266원이었는데 지난해는 5천61원, 올해는 5천433원까지 뛰었다.
짜장면 주재료 연도별 가격추이.

짜장면 주재료인 양배추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양배추가 양파와 비슷한 8~9월에 주로 파종하는 이상기후 취약 작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뜨거워진 가을과 겨울을 지나, 갑작스레 찾아온 봄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작황이 부진한 탓이다. 생산량 급감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2020년 3천997원이었던 양배추는 2021년 3천354원, 2022년 3천718원, 2023년 4천347원, 2024년 4천377원을 지나 올해는 5천48원을 기록하는 등 상승폭이 가팔랐다.

양파·양배추·감자·가지 등을 주재료로 하는 중국음식점의 가격 상승 압박이 더욱 커진 이유다. 중식당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짜장면의 경우 한 그릇 당 양파는 20% 내외, 양배추는 10% 내외의 원가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광주의 한 식당 업주는 "해마다 오르는 생산원가 때문에 짜장면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사먹는 입장에서 다른 업종의 점심장사를 하는 식당과의 가격 경쟁이 떨어지면 방문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한 중식당에서 만난 김모(42)씨는 "아파트 대출금이 매달 100만원 이상 꼬박꼬박 나가는 상황에서 생활비·외식비 등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비교적 부담이 덜했던 짜장면마저 1만원대에 육박하면서 이젠 외식이 무서워진다"고 말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무안=박민선기자 wlaud2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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