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까지 새로운 여론 전쟁의 시작 [이형석칼럼]

이형석 2025. 6. 30. 11:0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이었던 지난 5월 28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서울 강남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이소영 의원(왼쪽)과 함께 주식 시장 부양 정책을 설명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계엄과 탄핵, 대선 기간 내내 각종 유튜브 방송을 적극 활용했다. [연합]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약 30분만에 개인 계정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 승용차를 타고 국회에 도착한 후 담을 넘는 과정까지 생중계했다. 방송 첫 마디는 “(국회로)와 주십시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였다. 반나절만에 조회수는 200만이 넘었다.

계엄 직후 ‘이재명TV’가 라이브 방송 버튼을 켠 것과 거의 비슷한 시각, 한인섭 서울법과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선포 행위에 대한 헌법·법률적 문제를 7가지로 정리한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300자 가량의 짧은 글이었지만, 이후의 사태 전개는 한 교수의 게시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계엄과 탄핵, 내란죄에 대한 법적 쟁점이 모두 그 안에 포함됐다. 계엄의 위헌·위법성과 대통령 내란죄 및 탄핵 사유 성립 가능성을 지적한 것은 물론이고 가담·동조자에 대한 경고까지 담겨 있었다. 이 글은 순식간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로 확산됐다.

12·3 계엄 당시 계엄군이 난입한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이후 현장 상황은 알려진 그대로다. 눈발이 흩날리던 그날, 수많은 개인들이 맨몸으로 군인의 총칼과 차량을 막아섰다. 유튜브 미디어의 카메라 뿐 아니라 현장에 있었던 국민들의 개인 휴대폰과 소셜미디어로 급박한 순간들이 실시간 화면으로 전달되고 공유됐다. 그리고 6개월 후 ‘라이브 방송’을 켜놓고 국회 담을 넘었던 이 전 대표는 제 21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 사이 온·오프라인에선 윤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 수사와 재판을 두고 거대한 여론의 전쟁이 벌어졌다. 대선 경쟁 국면에선 이재명 후보의 이른바 ‘사법 리스크’와 민주당의 ‘독재화 가능성’을 놓고 찬반이 격돌했다.

계엄 선포에서 국회의 해제 의결까지 2시간 30분, 국무회의 후 공포까지 6시간의 기록은 단지 전 대통령의 파면과 조기대선을 통한 정권 교체의 서막만은 아니었다. 디지털 미디어의 정치적 파급력과 영향력을 새삼 보여준 사례 정도로만 평가할 성질의 것도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여론 형성의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됐으며, 전례없던 정치·사회적 의사결정 구조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 ‘변곡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핵심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미디어, 정당 등 ‘3자’가 이루는 정보 생산과 유통, 소비, 여론 형성의 새로운 구조와 방식이다. 이것이 집단지성에 ‘열린 생태계’를 지향하느냐, ‘확증편향’의 확대재생산으로 가짜뉴스와 정치 극단주의의 ‘폐쇄된 숙주’가 되느냐가 한국 민주주의의 시험대다.

‘온라인 커뮤니티-유튜브 미디어-정당 정치’의

새로운 여론 형성 구조

윤 전 대통령의 계엄 무산과 파면, 국민의힘의 대선 패배 이유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나, 정치적으로는 무엇보다 국민과 유권자에 대한 ‘설득 실패’를 가장 우선적으로 지적할 수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연쇄 탄핵’과 ‘예산 폭거’, ‘입법 독재’ 등을 계엄 선포의 이유로 꼽았고,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과 자유 헌정질서 수호’를 계엄 선포의 목적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국민들에 즉각적으로 반박당했다. 한인섭 서울대 교수의 ‘300자 짜리 게시글’은 계엄에 반대하고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의 논리적 근거가 됐다. 국민의힘은 계엄과 국회의 대통령 탄핵 의결 뒤 ‘윤석열과 이재명의 동반 퇴장’을 주장하기도 했고, 조기대선 국면에선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범죄자’와 ‘괴물 독재’ 프레임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여론조사에서조차 한번도 이재명 대통령을 앞서지 못했다.

윤 전 대통령의 실패와 국민의힘의 패배는 적어도 이 시기만큼은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여론전을 압도한 결과라고 분석할 수 있다. 민주당을 위시한 진보 진영의 여론 형성 구조와 방식이 우위에 있었다는 얘기다. 특히 계엄으로부터 대선에 이르는 6개월간의 기간 중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진보·친민주당 성향 유튜브 채널들의 강화된 영향력이다. 이들은 크게 ‘종합 시사 토크쇼’와 탐사·폭로 보도 전문 채널, 예능형 정치 비판·풍자물, 논평 중심의 1인 미디어로 나눌 수 있으며, 출연자 상호 교차나 협업도 활발히 이뤄진다.

이들 중 대표적인 종합 시사 토크쇼는 ‘팟빵 매불쇼’(매불쇼)와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겸공)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들은 매일 고정 시간대에 라이브로 방송하고 동시접속자수가 수십만, 누적 조회수가 수백만에 이른다. 이 두 채널은 진행자(앵커)와 고정 패널, 그리고 학자·변호사·국회의원 등 초청자들로 이뤄진다. 이 채널들은 매일 혹은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정치적 사건과 이벤트에 대해 전문가와 국회의원들의 즉각적인 분석과 논평을 제공한다. 기존 언론에서 다루지 않은 인터넷 매체의 폭로나 탐사 기사도 크게 키우고 확산시키는 역할도 한다.

이들은 계엄에서 대통령 탄핵까지, 헌법재판소의 파면결정에서 내란 수사 및 법원의 재판까지 일관되게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검찰·사법부 공격, 이 대통령 및 민주당에 대한 방어 태세를 유지했다. 매 사건과 계기에 대해 설명과 논리를 제시함으로써 민주당과 진보 성향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럼에도 가장 큰 변화는 당지 이들 ‘유튜버’들의 영향력 확대 그 자체보다는 이들과 온라인 커뮤니티가 관계 맺는 방식이라고 할 것이다. 진보·친민주 성향의 유튜브 채널의 콘텐츠는 ‘쇼츠’로 재생산돼 중도층까지 소비가 확장됐을 뿐 아니라, 범 민주·진보 성향의 성·세대별 커뮤니티에도 광범위하게 퍼졌다. 4050 남성이 주요 회원인 ‘보배드림’이나 같은 연령대의 여성이 주사용자층인 ‘82쿡’, 2030 여성들이 포진한 ‘더쿠’ 등의 커뮤니티는 진보·친민주 성향 유튜브 콘텐츠의 ‘확산’ 플랫폼일 뿐 아니라, 상호 작용의 경로가 됐다. 여기에 민주당이 2022년 대선 후 이 대통령의 대표 시절 ‘권리당원’ 자격 요건을 대폭 낮추고 권한은 강화시키는 내용으로 당 구조를 개편한 것도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나, 민주당 입성을 노리는 정치인·전문가들이 당원이나 지지층과의 ‘직접 소통’을 위해 유튜브 채널에 적극적으로 출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극단 지지층과 편향된 정보에 의존한 보수, 예견된 실패

정치적 이념이나 지향의 찬반이나 시비를 떠나 범 민주 진영이 ‘커뮤니티-유튜브-정당정치’의 새로운 여론 형성 및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게 된 것은 분명 진일보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반면, 보수 진영은 민심과 당심 모두에 대해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설득과 소통의 구조를 갖추는 데 실패했다. 당장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이 그 증거다.

윤 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임기 내내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에 심취해왔으며, 심지어 일부 유튜버들로부터 정치적 조언을 받거나 조력을 구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계엄에서 대통령 탄핵·파면에 이르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도 강성 종교 집단이나 과격 지지층에 동조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공식 권력이 민주주의 공론의 장으로부터 벗어난 ‘비공식적 세력’과 결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윤 전 정부의 지원 아래 이른바 댓글부대를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는 ‘리박스쿨’의 경우, 새로운 여론 형성의 생태계를 만들기보다는 불법적인 구습에 의존하려했던 시도라 볼 수 있다.

당원의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외연을 확장하고, 상향식의 민주적인 의사 수렴 구조를 만들어내는 데도 실패했다. 김문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두고 벌어졌던 한밤의 ‘교체 소동’은 이를 방증한다.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과정에서의 잡음이나 불화도 당원의 자격과 권한을 둘러싼 당내 민주적 제도의 미비로 볼 수 있다.

개혁신당 역시 여론 형성의 ‘혁신’에는 성공적이지 못했으며, 기존 보수 정당이 가진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선거 내내 2030세대 남성 회원들이 주축인 것으로 알려진 ‘펨코’(에펨코리아)의 정보와 지지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정보의 검증과 지지층의 확대 없는 폐쇄적인 의사소통의 결과가 마지막 대선 토론에서의 ‘성폭력성 발언’이었다.

친명 스피커와 강성 지지층, 통합과 실용주의의 시험대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국면에서 ‘매불쇼’ ‘겸공’ ‘이동형TV’ 등 친민주 성향 유튜브에 출연해 장시간 단독 인터뷰를 했지만, 국내 일간지와 지상파 TV 등 기존 언론들과는 하지 않았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각종 논란 중에 ‘매불쇼’에 출연해 청문회보다 먼저 의혹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박찬대 의원과 정청래 의원의 지지도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친민주 성향 유튜버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커뮤니티-유튜브-정당정치’로 이루어진 새로운 정치 여론 생태계를 적극 수용하고 이에 적응함으로써 대선에 승리한 민주당은 새로운 시험대에 들어섰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온라인에선 엄호와 비판의 여론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때는 일거수 일투족이 논쟁 거리가 됐고, 친민주당 성향 유튜브와 커뮤니티는 이 대통령에 유리한 논리와 사실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했다.

‘코스피 3000’으로 대표되는 주가 상승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불참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여론을 확산시켰다.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이 의혹을 제기하는 족족 맞대응했다. 김병기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 증 지상파 TV로부터 의혹 제기를 받은 것이 오히려 당원과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당선의 기폭제가 됐다고 평가받는다. 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 높은 지지층과 커뮤니티, 친민주 성향 유튜브는 자칫 중도확장과 실용주의, 국민 통합을 저해하고 정부와 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박찬대·정청래 의원의 당대표 경선이 과열될 경우, ‘커뮤니티-유튜브-정당정치’의 구조에 파열음이 날 수도 있다.

집단지성의 ‘열린 생태계’냐 확증편향의 확대재생산이냐

세계가 주목한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의 바탕엔 ‘디지털 기술’과 ‘집단 지성’의 결합이 있을 것이다. 유튜브와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보의 신속한 전파와 공유, 다중에 의한 사실의 검증과 이에 기반한 시민들의 행동이 민주주의의 붕괴를 막고 국가를 정상화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 정당정치로 이루어지는 여론 형성의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됐다. 그러나 이는 언제든 가짜뉴스와 오도된 사실로 확증편향을 확대재생산하고 정치적 적대와 양극화를 강화시키는 경로가 될 수도 있다.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시킬 수도, ‘포퓰리즘’을 조장할 수도 있다. 여론 형성에 참여하는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관용과 자제’가 중요하고, 정당으로선 다양한 당원들의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는 것이 관건이라 하겠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