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락축제에서 까데호와 ‘사우스바운드’ 무대 만드는 명창 정은혜
소리꾼 정은혜가 이번엔 인디밴드 까데호와 함께 무대를 만든다. 30여년 동안 자신의 소리가 지닌 가능성을 탐색하며 음악과 연극을 넘나든 무대 예술인과 재즈·블루스·소울 등의 흑인음악 장르를 기반으로 즉흥적인 연주를 선보이는 인기 3인조 밴드의 만남이다. 남다른 감각으로 정평 난 여우락 예술감독 이희문이 ‘남도민요의 가요화’라는 과제를 부여하며 맺어준 조합이다.

25일 국립극장에서 만난 정은혜는 이번 협업에 대해 “처음 본 날부터 정말 순조로웠다. 어떤 날은 30분마다 한 곡씩, 하루 2시간에 네 곡 정도 나올 정도였다.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만큼 서로 잘 맞았다”고 말했다. “까데호가 무수히 많은 공연을 하면서 만들어낸 응축된 호흡이 너무 좋고요. 처음에는 내가 거기에 껴들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셋이 너무 단단하더라고요. 근데 저도 어릴 때부터 오래 노래를 하면서 소리적인 본질이 뭘까 고민했고, 이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소리를 하고 있거든요. 각자의 길을 걷다 만나서 자연스럽게 잘 어우러졌어요.”
까데호 특유의 리듬에 남도민요를 얹었다는 설명인데 그 결과물은 근원을 따지는 게 불필요할 정도로 자연스러우면서도 강렬하다. 정은혜는 “공연은 골조가 단단하게 짜여 있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즉흥성이 짙은 듯하지만 사실 굉장히 탄탄한 구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도민요를 고른 이유에 대해선 “제가 남도 소리를 하는 사람이고, 합창 구조나 매기고 받는 소리로 돼 있어서, 까데호와의 작업에서 주고받는 흐름도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의 목표는 남도민요를 ‘가요화’하는 데 있어요. 사람들이 ‘이게 남도민요야?’라고 해도, 음악적으로 좋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마음이에요. 전통을 박제된 채로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에 살아 숨 쉬게 하는 거죠.”
또 가요로 부르기 쉬운 곡을 고르기보다 흥타령, 육자배기, 화초사거리, 보령 새타령 등 남도민요만의 한(恨)과 굵은 농음, 삶의 고뇌가 담긴 깊이 있는 곡 중심으로 준비했다. 결과물이 좋아서 음원, 음반,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화를 구상 중이며 여러 무대에도 함께 나설 계획이다.

7세 때 판소리를 시작한 후 남원국악예술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에서 국악을 전공한 정은혜는, 전통 판소리의 뿌리를 바탕으로 창극과 연극, 창작음악극까지 넘나들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왔다. 국악예고시절엔 새벽 다섯시부터 시작한 연습을 자정 넘어까지 이어갔다. 춘향전 중 ‘귀곡성’을 연습할 때는 기숙사 사감이 교내 방송으로 “정은혜! 남자기숙사 애들 잠 못 잔다. 네 귀신소리 때문에!”라고 연습을 중단시키곤 했다.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지 5개월 만에 창극 ‘메디아’ 주연을 맡아 주목을 받았는데 다시 2년만에 그만두고 ‘정은혜컴퍼니’를 설립해 독립 창작자로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통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성악, 아시아 창법, 실험 음악극 등 다양한 장르와의 접점을 모색해왔으며, 연극 ‘리차드 3세’, ‘오이디푸스’ 등에서 황정민과 호흡을 맞추며 연기 영역으로도 활동을 확장했다.

소리꾼으로서 정은혜는 지난해 명창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제32회 임방울국악제 명창부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 번 정통 판소리 본류의 중심에 선 것. 현장에서는 “정은혜 안 죽었다”, “정은혜가 해냈다”는 탄성이 나왔다. 정은혜는 “쉬었고, 결혼도 하고, 육아도 했지만 무대를 향한 시선을 놓은 적은 없다. 늘 바라보고 있었고, 무대에 서기 위한 태도는 이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정은혜의 소리 탐색은 이제 아름다움의 추구로 나아가고 있다. “30대 때는 나의 소리를 탐색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어요. 극한의 아름다움은 아주 처연한 곳에도, 아주 신나는 곳에도 존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그걸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거죠.”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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