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리 장비 반입 말라”… 삼성·SK 반도체 中공장 ‘비상’[ICT]
첨단 장비 반입 까다롭게 해
허가 절차 통해서 ‘공급 불허’
중국 내 공장 생산 차질 우려
대만도 ‘기술 규제망’에 가세
수출통제 대상 화웨이 등 추가
공급망 재편, 비용지출 불가피
각국 대중 교역 10~30% 줄듯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대만이 대중(對中) ‘반도체 포위망’을 강화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유탄을 맞고 있다. 두 기업은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미국산 장비 공급 제한 등 제재가 강화하면서 공장 운영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도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행하면서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대만 TSMC에 중국 내 공장에 대한 미국 장비 공급 예외 조치를 철회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공장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가 들어가는 것을 사실상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산 반도체 장비의 중국 반입을 전면 금지하지는 않더라도, 허가 절차를 통해 첨단 장비의 경우 반입을 불허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西安)·쑤저우(蘇州), SK하이닉스는 우시(無錫)·다롄(大連) 등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다. 장비 반입 절차가 까다로워지면 기계 고장 등에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워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022년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면서도 우리 기업들엔 예외를 허용한 바 있다. 두 회사가 지난해 반입한 장비 규모만 15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도 지난 15일 수출 통제 대상에 중국 화웨이와 SMIC, 그리고 그 자회사를 포함시켰다. 일본·러시아·독일 등에 있는 화웨이 소속 기관들도 통제 리스트에 포함됐다. 대만은 그동안 포토리소그래피(빛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 기계 등 핵심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했지만, 중국의 주요 기술 기업이나 반도체 제조사를 수출 통제 리스트에 넣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에 대한 각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제재가 심화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협력업체들과 중국 투자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고율의 관세 조치 등에 따른 TSMC의 해외시장 투자 확대 조치에 따라 ‘탈(脫)중국’ 운영 전략에 나선 것이다. 대만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중국 대신 대만과 미국, 싱가포르 등의 시장을 공략하는 운영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만 언론은 대만의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인해 속속 탈중국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에 다져놓은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게 될 경우 막대한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면 각국의 대중국 반도체 교역 규모는 작게는 10%, 크게는 30%까지도 감소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공급망 재구축에 필요한 비용은 최대 2700억 달러(약 36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의 일환으로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지만, 현지의 높은 인건비와 공장 운영비로 오히려 수익성은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완공된 TSMC 미국 애리조나 공장의 경우 미국 빅테크로부터 수주에 성공했음에도 142억800만 대만달러(약 63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주는 지난 2022년 “미국에서 반도체를 제조하려면 대만보다 비용이 50%가 더 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술 패권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 심화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제공키로 한 보조금까지 재협상에 돌입하면서 당분간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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