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율 최고였는데” 주민이 바꾼 ‘기적의 마을’ [콜렉티브 임팩트]
환경·교육·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가 등장했습니다. 정부나 기업, 시민 등 다양한 영역의 주체들이 힘을 모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의 과제를 설정하고 실천하는 활동입니다.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는 여러 기업과 협업해 글로벌 사회공헌을 진행합니다. 사회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내기 위한 이들의 노력을 소개합니다.
“파트너 국가는 자국의 개발 정책과 전략에 대해 효과적으로 주도권을 행사하고, 개발 행동을 조정한다.“는 OECD 파리선언(2005)의 원칙처럼, 진정한 변화는 외부의 일방적 지원이 아닌 지역 사회의 자율성과 주도성에서 시작된다.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는 지난 35년간 전 세계 빈곤과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이 철학을 현실에 옮겨왔다.
이는 빈곤 지역에 단순히 물품이나 재정 지원을 하기보다는, 지역 주민과 정부가 함께 문제 해결의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게 지원하는 것이다. 굿네이버스는 그들에게 필요한 ‘도움’이 아닌 지속가능한 ‘변화’를 전하고 있다.
2021년부터 중앙아시아 키르기즈공화국 남부에서 진행 중인 ‘키르기즈공화국 통합적 농촌개발사업은 KOICA 민관협력사업으로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조성을 목표로 한다.
협력을 통해 빈곤과 사회문제 전반을 개선하다
키르기즈공화국은 전체 인구의 37%만이 기초 생활 인프라에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인프라가 열악하다. 굿네이버스는 이 중 빈곤율이 가장 높은 바트켄(Batken)주가 속한 남부 지역을 지역 사업으로 선정했다.
이 지역에는 국가 전체 빈곤층의 약 29%가 거주하고 있으며, 단순한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교육, 보건, 주거 여건 등 전반에 걸친 복합적인 빈곤 문제가 존재했다. 실제로 다차원적 빈곤지수(Multi-dimensional Poverty Index)에서 이들 지역은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주민 및 지역 정부가 앞장서 기초생활 인프라 개선
30개 마을 주민들은 먼저 마을의 가장 시급한 문제를 스스로 진단했다. 이후 지방정부와 공동 계획을 수립해, 사업비의 60% 이상을 주민과 지역 정부가 자부담하며 사업을 실행했다.
마을개발위원회가 중심이 되다
마을마다 구성된 마을개발위원회는 기초 인프라 조성은 물론, 여성센터 운영, 키친가든, 소득증대사업까지 직접 기획하고 실행했다. 이들은 다양한 활동을 주도하며, 마을 사업의 실질적인 주체로 굿네이버스와 협력했다.
총 270명 위원의 48%가 여성으로서, 남녀가 함께 마을의 미래를 설계했다. 위원회는 마을 개발 비즈니스 모델 콘테스트에서 선정돼 자체 사업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 결과 조시(Zhoosh)와 총알라이(Chon-Alai) 마을은 키르기즈공화국의 ‘최우수 면’ 콘테스트에서 ‘우수 면’으로 선정되었다. 이 콘테스트는 키르기즈공화국 내각이 주관하는 국가 공식 행사로, 전국 235개 면을 ▲기초 인프라 확대 ▲교육 접근성과 질 향상 ▲공공행정의 투명성과 역량 ▲지역 자원의 활용도 ▲주민 참여도 등의 기준으로 평가해 우수 면을 선정한다. 선정된 두 마을은 주민 참여 기반의 거버넌스 체계를 성공적으로 구현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성평등 교육과 여성 리더십, 마을을 바꾸다
키르기즈공화국은 세계 성 격차 지수(GGI) 108위, 젠더불평등지수(GII) 91위로 여전히 성평등 실현이 요원하다. 키르기즈공화국 여성들은 가족농업 등에 종사하면서도 의사 결정 과정에서는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굿네이버스는 마을 강사 양성(Training of Trainers, ToT)을 시작했다. 이후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성평등, 여성 권리, 가정 내 폭력 예방 등을 교육했다.
교육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가족 내 관계와 여성의 의사 결정 참여에 대한 태도가 변화했고, 마을개발위원회 여성 비율 증가로 이어졌다.
또한 지난해 지방의회(Aiyl Kenesh) 선거에서는 굿네이버스 사업에 참여했던 여성 위원 출신 6명이 당선됐다. 전체 신규 의원 18명 중 11명이 여성, 그중 과반이 성평등 교육 수료자였다. 이는 여성 리더십이 현장에서 시작돼 정책 결정 주체로 성장한 사례다.
지난해 지방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마트루지예바 라피(Matruzieva Rafi)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동체를 위해 자발적으로 일했다”며, “남녀노소 함께 성평등 교육에 참여하고, 인식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느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굿네이버스와 KOICA 덕분에 우리 마을이 정말 달라졌다. 이 협력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지역 주민이 스스로 소득 증대 기반을 구축하다
농업 중심의 마을에서 소득을 늘리기 위해 굿네이버스와 KOICA는 농민들과 소득증대그룹을 조직했다. 영농 기술 교육은 물론, 저장·유통 센터, 비즈니스 교육, 마케팅까지 통합적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주민 평균 소득은 3년 만에 12% 상승했다.
또한 농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협동조합이 조직돼 공동 판매 체계를 구축했다. 협동조합은 기존의 중개상인에 개별적으로 헐값에 판매하던 방식을 벗어나, 마을 단위의 공동 판매 체계를 도입했다.
정책 변화까지 이끈 모델화 사례가 되다
굿네이버스의 지역개발사업은 국가의 정책 변화까지 끌어냈다
굿네이버스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KOICA, 키르기즈공화국 농업부와 한-키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키르기즈공화국 과수 클러스터 개발전략서’를 공동 개발했다.
주민이 바꾼 마을, 세계로 확산하는 변화
굿네이버스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유사한 취약지역에도 적용할 수 있는 모델로 확산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원일형 굿네이버스 프로젝트 매니저는 “이곳에서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변화는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주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으고 서로를 믿으며 함께 걸어온 시간 동안 마을은 점점 활기를 되찾았고, 곳곳에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 소중한 경험과 성과가 앞으로 키르기즈공화국 농촌 개발의 혁신적인 모델이 되어,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정부 간 긴밀한 협력이 만들어내는 밝고 지속 가능한 미래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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