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리박스쿨, 늘봄학교 진출 이전 작은도서관 사업도 노렸다

김수혁 기자 2025. 6. 30.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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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댓글공작팀을 운용하고 늘봄학교에 강사를 파견해 편향된 역사관을 가르쳤다는 의심을 받는 리박스쿨이 작은도서관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와 돌봄사업에 침투하려 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압수수색 이후 비어 있는 리박스쿨 사무실 문 앞 ⓒ시사IN 박미소

리박스쿨은 불법 댓글공작팀을 운영해 여론을 조작하고 초등학교에 침투해 아이들에게 편향된 역사관을 주입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뿐만 아니다. 〈시사IN〉은 리박스쿨이 늘봄학교에 앞서 작은도서관 설립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돌봄사업에 침투하려 시도했다는 정황을 발견했다.

리박스쿨은 6·3 대선 기간에 ‘자손군(자유손가락군대)’이라는 불법 댓글공작팀을 운영하면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옹호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아 여론조작을 시도했다. 이들은 여러 개의 포털사이트 아이디를 만들어 관리하면서 카톡방을 통해 기사 링크를 공유하는 식으로 댓글 공작을 벌였다. 댓글팀 조직원들에게 ‘창의체험지도사 자격증’이라는 민간 자격증을 발급해 늘봄학교 강사로 투입하기도 했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었다. 리박스쿨은 한국늘봄연합회라는 단체 명의를 앞세워 서울교대와 업무협약을 맺고 서울 관내 10개 이상 초등학교에 강사를 파견하기도 했다.

리박스쿨이 말하는 ‘올바른 역사’란 이승만·박정희를 우상화하고 이들의 독재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이들은 홈페이지에서 “이승만 건국 대통령의 근대화와 자유정신, 한강의 기적을 만든 박정희 부국 대통령의 산업화를 연구하는 아카데미 단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손효숙 대표의 인사말에는 “왜곡되고 폄하된 역사를 바로세우고자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공부하고 현장탐방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적혀있다. 리박스쿨이라는 이름도 이승만·박정희의 성에서 따왔다.

리박스쿨은 2017년 손 대표가 설립한 ‘프리덤칼리지장학회’라는 단체를 모체로 한다. ‘반공 보수 우파 청년 양성’이 이 단체의 주된 목적이었다. ‘리박스쿨’이라는 이름은 이 단체의 근현대사 교육 프로그램 제목이었다. 설립 초기 이 단체가 입주했던 건물인 서울 인사동 종로빌딩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우호적인 여론 조성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며 육성한 관변단체인 애국단체총협의회에서 파생된 보수 우파 시민단체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시사IN〉 제899호 ‘MB·박근혜가 키우고 윤석열의 돌격대 된 아스팔트 우파’ 기사 참조).

공무원 출신으로 마지막에 오산우체국장을 지내고 정년퇴임한 손 대표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보수 우파 시민단체 활동에 참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미래한국〉과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손 대표는 프리덤칼리지장학회 활동 초기, 집회 현장에서 만난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로부터 사무실을 빌리는 등 도움을 받았다. 이희범 대표는 ‘아스팔트 보수 우파의 대부’로 불리는 인물로 종로빌딩에 입주한 여러 시민단체들의 실질적인 운영자다.

그러나 이 대표는 자신과 손효숙 대표, 리박스쿨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리박스쿨 의혹에 대해 “(언론이) 이번 6월3일 대선을 놓고 가짜뉴스를 썼다. 종로빌딩은 댓글하고 아무 상관이 없다”라고 말했다. 리박스쿨과 손 대표의 댓글공작에 대해서는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면서도 “(프리덤칼리지장학회는) 이미 이사 간 지 4년 됐다. 이후로는 개별적인 상황에서, 또 어떤 일에 대해서 서로 연대하고 하는 거 하나도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프리덤칼리지장학회는 2022년 사무실을 이전했다. 프리덤칼리지장학회 측은 리박스쿨과 손효숙 대표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자 입장문을 발표해, 손 대표가 사무실을 옮기기 전보다도 이전인 2019년 이미 단체를 떠났고 주요 활동 분야와 방향이 달라 이후로는 함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19년까지 손 대표는 프리덤칼리지장학회 내에서 ‘리박스쿨’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후 ‘대한민국역사지킴이’라는 이름으로 별도 법인을 세워 종로빌딩 건너편에 있는 하나로빌딩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미일’ ‘주자구’ 프로젝트를 설명한 리박스쿨 문건.

사회 각계 침투 위한 ‘사업 다각화’

별도법인을 설립한 이후인 2020년 무렵부터 리박스쿨은 그간 해온 역사 강좌 개설에서 나아가 ‘사업 다각화’를 시도한다. 리박스쿨의 사업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이들은 자신들이 길러낸 교육생들을 사회 각계에 침투시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선거사무원 전문교육을 통해 직업정치인을 양성한다며 교육생을 모집했다. 당시 홍보물에서는 “정치시장은 일자리와 먹거리가 풍부한 블루오션”이라고 표현했다. 이른바 “자유대한 수호 언론인 집중 양성”을 목적으로 열린 ‘시민기자교실’도 있었다. 2020년 11월 시작한 1기 교육 당시 12명의 교육생이 이 수업을 들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2021년 3월 3기 수강생을 모집했고, 2023년 6월에도 기수가 명시되지 않은 교육이 열려 14명이 수료했다. 리박스쿨 측은 수료생에게 기자증을 발급하고 기자 활동 기회를 부여한다고 홍보했다.

아동 돌봄 역시 리박스쿨이 이때부터 주목한 영역이다. 리박스쿨은 2020년 6월20일 ‘그룹홈 운영 노하우 실전교육’을 진행한다며 홍보물을 배포했다. 그룹홈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가정과 같은 주거 환경에서 개별화된 보호 양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아동보호시설이다. 그룹홈 개설과 운영은 2004년 개정된 ‘아동복지법’에 근거한다. 국가 및 지자체, 또는 비영리법인이나 비영리단체가 운영할 수 있으며 시설장에게는 사회복지사 2급 이상의 자격과 사회복지업무 3년 이상 등의 요건이 필요하다. 리박스쿨의 그룹홈 운영 노하우 실전교육 홍보물에는 “자유 우파 생존 전략” “정부예산 활용한 ‘한미일 주자구100 프로젝트’”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한미일 주자구100 프로젝트’는 이 시기 리박스쿨이 만든 다른 여러 문건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용어다. “한국 수호 신앙 애국교육, 미래 유권자 아동 양육, 일자리 생태계 조성(앞 글자를 하나씩 따서 한·미·일)”과 “주민 밀착 자립형 구국활동가 100인(주·자·구 100)”을 말한다. 〈시사IN〉이 확인한 리박스쿨 홍보자료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체험학습 강사 양성 역사교실, 유튜브 교실 등과 함께 시민단체 스타트앤펀딩 및 ‘작은도서관’ 설립 상담 미팅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리박스쿨이 작은도서관 설립과 확장을 시도한 내용도 보인다. ‘새별작은도서관협회’라는 명의로 작성된 홍보물을 보면, 협회는 작은도서관을 통해 “다음 세대와 지역 소통의 거점으로서 한국 교회와 지역사회와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합법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라면서 작은도서관이 수행할 수 있는 기능 중 하나로 ‘주중 돌봄 거점’을 거론하고 있다. 이들은 작은도서관 운영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과 강사 지원을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에 이르는 돌봄 프로그램 시간표 예시를 첨부해놓기도 했다. 늘봄학교 강사 파견을 통해 학교 내 교육과 돌봄 사업으로 뻗어나가기 이전, 이미 지역사회에서 비슷한 목적의 활동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리박스쿨 산하 조직으로 추정되는 새별작은도서관협회의 홍보물.

새별작은도서관협회는 리박스쿨의 또 다른 산하 조직으로 추정된다. 2020년에 설립된 이 협회의 주소로 명시된 곳이 리박스쿨의 하나로빌딩 사무실이다. ‘작은도서관 세우기 세미나’ 행사계획 자료를 보면 새별작은도서관협회장인 손 아무개씨를 비롯해 손효숙 대표와 리박스쿨의 주요 관계자인 최 아무개 국장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손 아무개 협회장은 리박스쿨에 의해 1호 한미일주자구센터장 및 인천지역총괄본부장으로 위촉된 인물이다. 리박스쿨이 새별작은도서관협회를 앞세워 설립하려고 한 작은도서관의 실체가, 리박스쿨의 지역거점인 ‘주자구’ 센터였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2021년 인천에서 열린 리박스쿨의 ‘주니어 역사 강의’의 협력단체로 이름이 올라 있는 새별이작은도서관은 손 아무개 협회장이 운영하는 곳이면서 또 다른 자료에 새별작은도서관협회의 ‘1호점’으로 명시돼 있다. 같은 자료에는 수원, 고양, 성남에 각기 새별작은도서관협회 소속 도서관 2, 3, 4호점이 자리하고 있으며 추후 100개까지 확장해나갈 계획이라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작은도서관은 교육부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 관할 사업이다. 작은도서관진흥법에 따르면 면적 33㎡의 공간과 1000권 이상의 도서를 구비하면 지자체의 승인을 거쳐 누구나 작은도서관을 등록하고 운영할 수 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법인·단체 또는 개인이 설치·운영하고자 하거나 운영 중인 작은도서관에 대하여 예산의 범위에서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제5조 2항)”라는 조항도 있다. “자유 우파 생존 전략” “정부예산 활용한 ‘한미일 주자구100 프로젝트’”라는 리박스쿨의 구상이 늘봄학교, 그룹홈뿐 아니라 작은도서관 사업을 통해서도 실현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작은도서관은 지자체에 등록을 하게 되어 있지만 자체 행사의 내용에 관해 제한을 하지는 않는다. 실태조사를 하기는 하지만 시설, 인력, 자료, 프로그램 운영 여건 등에 대해 점검하는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작은도서관 예산 지원에 관해서는 “국가에서 돈(중앙부처 예산)으로 직접 지원하지는 않고, 지자체 여건에 따라서 관련 정책을 세울 수는 있는데 ‘꼭 뭘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하는 규정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댓글부대 운영하며 후원 모금

〈시사IN〉 취재 결과 현재 새별작은도서관협회 사업은 당초 구상과 거리가 있었다. 1호점인 새별이작은도서관의 주소로 등록된 인천 계양구의 한 사회복지재단 건물 1층은 6월 중순 현재 빈 상태로 상당 기간 방치된 모습이었다. 협회 소속으로 기재된 다른 작은도서관 세 곳 중 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경기도 고양시와 수원시의 작은도서관은 모두 교회 부속 시설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고양시 쪽은 여전히 운영 중이었지만 수원 쪽은 지난해 말 도서관을 정리한 상태였다. 협회 자료에 ‘지역본부장’으로 소개된 두 교회의 목사들은 새별작은도서관협회와 손아무개 협회장에 대해 묻자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처음 협회를 만든다고 하면서 몇 번 모임을 가졌지만 이후 소식을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시사IN〉은 리박스쿨의 작은도서관 사업에 관해 확인하기 위해 손 아무개 협회장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는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응답하지 않았다.

〈시사IN〉은 리박스쿨이 2021년 9월30일자로 작성한 ‘애국 시민단체 후원 요청서’라는 제목의 문건도 확인했다. 문건의 ‘운영현황’ 항목을 보면 당시 후원자 150명이 보낸 월 400만원 기부금과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수익 200만원으로 리박스쿨 월세와 상근자 급여 등 월 700만원의 비용을 충당하고 있었다. 또한 문건은 20대 대선 승리를 위해 2021년 8월 출범한 ‘자손군’ 운영에 자금 조달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새별작은도서관협회와 작은도서관 사업은 2021년 이후 드러난 흔적이 끊겼다. 그런데 2022년 뜻밖의 행사에서 단체의 이름이 다시 등장한다. 20대 대통령선거 기간 ‘자유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연대’가 발표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 지지 선언에서다. 6개 단체, 300명의 회원으로 이뤄졌다는 이 모임의 구성원은 대한민국역사지킴이, 대한역사문화협회, 리박스쿨, 리박스카우트, 국민의눈, 그리고 새별작은도서관협회였다.

교육부는 6월16일, 리박스쿨과 관련된 늘봄학교 강사를 찾아내기 위해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7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2021년부터 지난 5년간을 대상으로 서면조사를 실시해 전국 57개 초등학교에서 총 43명의 강사를 찾아냈다. 교육부는 이어 이들 57개 학교를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경찰은 손 대표를 출국금지 조치하고 6월4일 하나로빌딩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같은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등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발본색원’을 촉구했다. 국회는 6월11일 교육부를 상대로 긴급 현안질의를 실시했다. 손 대표는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리박스쿨과 관련된 활동은 영구히 중단하겠다”라고 밝혔다.

리박스쿨 관련자가 운영한 새별이작은도서관이 자리잡았던 공간의 현재 모습 ⓒ시사IN 김수혁

하지만 리박스쿨이 시민단체 지도자 교육에서 배포한 것으로 보이는 한 문건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들이 적혀 있다. “우리는 끝까지 살아남아야 합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심정으로 겸허하고 철저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그들이 심은 나무의 뿌리가 여전히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김수혁 기자 stardus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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