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하니 감독들이 "요즘 못자지?", "2군 내릴때 제일 힘들어"라더라

이재호 기자 2025. 6.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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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 두산 베어스 감독대행, ‘감독’에 대해 말하다
-롯데 자이언츠 ‘주장’ 출신에 두산 우승 ‘코치’해봤지만

[창원=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1999년 데뷔부터 2014년 은퇴까지 롯데 자이언츠에서만 활약한 조성환(48). 선수시절 '주장'으로써 '투지'의 상징이었던 조성환은 은퇴 후 두산 베어스, 한화 이글스 등에서 코치를 지내다 올시즌 처음으로 감독 역할까지 하고 있다.

지난 2일 이승엽 감독이 사임한 이후 3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감독대행으로 두산을 지휘하고 있는 조성환 감독대행.

ⓒ두산 베어스

26일 경기에서 두산 불펜의 핵심인 이영하를 3점차 지고 있는 7회 투입한 상황에 대해 '승부수였냐'고 묻자 조성환 감독은 솔직한 고백을 했다. "불펜에 나름 순번이 있었다. 이영하를 조금 더 중요한 상황에 쓰려고 아끼다보니 이미 중요한 상황이 지나가버린 후였다. 투수 코치와도 얘기하며 많이 후회했다. 그 경기 가장 큰 미스였다. '더 중요한 상황'을 기다리다가 눈앞의 중요한 상황을 놓치면 안된다는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한 조성환 감독대행.

"던질 일이 있으면 앞에서 일단 세게 막아보고 뒤를 도모해보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명백한 코칭스태프의 미스다. 이영하와 두산 선수단, 팬들에게 미안했다"는 조성환 감독대행에게 '순간적으로 수많은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감독이라는 자리를 해보니 어떤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조 감독대행은 "아우"라며 감탄사반, 한숨반을 내뱉으며 "제가 선수와 코치를 하면서 수많은 감독님들을 모셔봤지만 솔직히 이정도로 힘들게 결정하시는지 몰랐다. 그냥 코치를 해도 감독님이 결정을 하면 '아 누가 교체되는구나, 누가 준비하는구나'정도로 생각했지만 그 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깊이 생각해볼 겨를을 가지지 못했다"며 "아무래도 선수때는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었고, 코치때는 '내 파트를 정확히 해내자'고 생각만 했다. 그런데 지금은 선발 라인업 짜는 것부터 투수 교체 타이밍, 상대 전적과 데이터, 우리 투수들의 컨디션, 상대 투수들의 컨디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최고의 선택을 해야하고 그렇게 또 상대 감독 최고의 선택과 맞붙는다는걸 느낀다. 이 선택에서 밀리면 경기도 밀릴 수밖에 없다. 그게 제일 힘들다"고 털어놨다.

"왜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님이 감독까지 하신 양상문 감독님을 코치로 두고 옆에서 조언을 받으시는지 알겠다. 정말 이건 AI가 필요한 고도로 정밀한 작업"이라며 감독의 업무에 대해 언급한 조성환 감독대행은 "정말 결정해야할 것이 많다. 확 체감이 된다. 솔직히 이 감독의 무게가 이렇게 무거울줄 몰랐다. 제 결정으로 인해 선수들이 느끼는 감정이 확 다가오고 그건 곧 팬들의 감정이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결국 중요한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조 감독대행은 "경기가 끝나고 나면 그날 경기에 대해 복기하며 선택에 대해 코치진과 얘기한다. 항상 하는 얘기는 지나간 일이지만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최대한 실수를 줄여보자는거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되지 않나"라며 "경기 중 포수 양의지와 소통해 투수 상태를 체크해 운영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필요만 하다면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선수시절 조성환의 모습. ⓒ연합뉴스

"코치 때는 제 분야 데이터만 잘 체크해서 감독님께 넘겼지만 이제는 각 분야 전문 코치분들이 저에게 선택권을 제시하면 제가 선택을 해야한다. 이건 완전히 다르다.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선수들이 느끼는 감정이 정말 빛의 속도로 저에게도 온다. 정말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최소한 제 선택으로 인해 선수들이 상처 받는 일이 없게 해야한다. 상처는 곧 팬들의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조성환 감독대행.

감독대행을 맡은 후 만난 상대팀 감독들마다 한마디씩 한다고. 한화 김경문 감독은 조 감독대행을 보자마자 "요즘 못자지?"라고 첫 마디를 꺼냈다고. 조 감독대행은 "그 대단한 김경문 감독님도 처음엔 그러셨구나 싶더라. 그런데 김경문 감독님이 '난 요즘에도 못자'라고 하시는데 상위권인데도 못주무시나 싶더라"라며 웃었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조 감독대행에게 "선수 내릴 때가 제일 힘들어"라고 말했다고. 선수를 2군으로 내려야하는 결정을 해보니 조 감독대행도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느꼈다고.

각종 스포츠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해본 이들은 공통적으로 "선수보다 감독으로 우승을 하는게 백배는 기쁘다"고 한다. 조 감독대행에게 이런 부분을 언급하자 "제가 선수시절에 우승을 못해봤지만 코치시절 두산에서 우승을 해봤다. 그런데 만약 감독으로 우승을 한다면 정말 며칠은 울지도 모른다. 그만큼 선수때와 감독때의 '1승'의 무게가 다르다"며 "정말 한 경기를 이기는게 너무나 소중하다. 솔직히 선수때야 내가 못해도 이길 수 있고 잘해도 질 수도 있다. 팀동료 이대호가 홈런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게 다였고 '나도 잘하자' 이정도였다. 하지만 감독은 '거기서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이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런 상황을 이겨내고 따내는 승리는 정말 소중하다"고 말했다.

"제가 감독대행으로 1승했을 때 인터뷰하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했는데 정말 그렇더라. '1승'이라는게 그냥 이뤄지는게 결코 아니라는걸 대행을 하면 뼈저리게 느낀다. 정말 1승했을 때 그 순간순간의 결정들, 선수들이 저에게 한말 등 모두 떠오른다. 선수도 오래했고 코치도 오래해봤지만 감독대행으로 한달도 안되서 얻는 경험치는 또 완전 다르다. 인생 공부를 하고 있다."

조성환 감독대행은 말미에 "제가 너무 약한 소리를 했나요"라며 웃으면서도 눈앞에 걸린 '1승'을 위해 감독실을 담담하게 나섰다.

ⓒ연합뉴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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