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중국發 반도체 치킨게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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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전 세계 D램 메모리 업체는 20곳이 넘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중국이 범용 DDR4 D램을 빠르게 건너뛰고 고부가 DDR5 전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DDR5는 중국이 추격자가 아닌 경쟁자로 D램 3강과 맞붙는 첫 시험대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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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역사 변곡점마다 있었던
극단적 출혈경쟁 가능성 커져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론 한계
근본적 기술 경쟁력 강화 시급
[이데일리 김정남 산업부 차장] 지난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전 세계 D램 메모리 업체는 20곳이 넘었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강 체제’와는 판이했다. 그래서 잊을 만하면 공급 과잉에 따른 D램값 하락이 만연했고, 기업들은 고객사의 선택을 받고자 가격 인하 경쟁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D램 역사의 세 차례 변곡점마다 ‘치킨게임’이 있었던 이유다. 2007년 대만 D램 업체들을 필두로 극단적인 출혈 경쟁이 나타나 2009년 독일 키몬다가 파산했을 때, 2010년 D램 증산 경쟁이 발발한 끝에 2013년 일본 엘피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때, 모두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전쟁이 일었다.
3강 과점의 장점은 명확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3강의 점유율은 94.0%다. 이 정도면 물량과 가격을 얼마든지 유리하게 조절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런데 요즘 D램 시장이 심상치 않다. 업력 9년에 불과한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물량뿐 아니라 기술까지 치고 올라오고 있어서다. 삼성 출신인 이종환 상명대 교수는 “한·중 D램 기술력 격차는 불과 2년”이라고 했다. 2020년대 초만 해도 10년은 차이 난다는 의견이 다수였는데, 확 좁혀졌다. 업계 한 고위인사는 “연말 CXMT의 D램 점유율은 10%를 훌쩍 넘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년부터는 4강 체제로 바뀐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중국이 범용 DDR4 D램을 빠르게 건너뛰고 고부가 DDR5 전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DDR5는 D램 3강이 주력하고 있는 제품이다. 이는 곧 DDR5는 중국이 추격자가 아닌 경쟁자로 D램 3강과 맞붙는 첫 시험대라는 의미다. CXMT의 DDR5 점유율이 올해 1분기 1%에서 4분기 7%로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카운터포인트리서치)까지 나왔다. 한 테크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인사는 “중국의 테크 전략은 그저 뒤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몇 세대를 건너 뛰어버린다는 게 핵심”이라며 “한국을 제친 대부분 제품군에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공기업’ CXMT가 정부 보조금을 업고 DDR5 D램 생산을 확 늘릴 수 있다는 점은 더 아찔하다. D램 3강에 더해 CXMT까지 물량을 쏟아내면 어떻게 될까. D램값이 떨어짐에도 어느 한 곳 물러설 수 없는 치킨게임이 현실화할 수 있다. 당장 내년부터 가능한 시나리오다. 국내 한 반도체 석학은 “중국은 어마어마한 내수를 가진 나라”라며 “한국 기업들이 중국과의 치킨게임을 과거처럼 했다가는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한국 D램 신화의 요체인 소품종 대량생산, 규모의 경제 하에서 몸에 배인 일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이제는 ‘우리가 만든 물건 사러 오세요’가 아니라 ‘어떤 물건을 만들어 드릴까요’로 변해야 한다. 제2, 제3의 HBM이 계속 나와야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견딜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훨씬 더 근본적인 기술 경쟁력이 필요하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 D램은 반드시 지킨다는 각오로 총력 지원에 나서도 모자랄 판이다. 국부(國富)와 직결된 반도체가 심각한 위기라는 점을 새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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