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또 도전…홍콩에서 세계로 뻗는 K금융 '슈퍼 커넥터'

홍콩=이병권 기자 2025. 6. 30. 0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5 금융강국 코리아]④-<1>NH농협은행 홍콩지점
[편집자주] K금융이 글로벌 금융허브 도시를 움직인다. 전 세계를 휩쓴 한국의 산업과 문화처럼 K금융도 디지털 혁신과 브랜드 가치를 앞세워 글로벌 금융 심장부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머니투데이가 글로벌 선진금융 도시에 깃발을 꽂고 K금융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고 있는 현장을 찾아가봤다.

[금융강국코리아] 메인 시각물/그래픽=최헌정

여러 언어가 섞여들리는 홍콩 구룡반도의 마천루 거리. NH농협은행 홍콩지점은 일대에서 가장 높은 ICC(국제상업센터) 최고층부 96층에서 홍콩 전체를 조망한다. 이곳에 모인 21명의 '드림팀'이 홍콩 금융의 심장부에서 농협은행과 세계 시장을 연결하는 '슈퍼 커넥터(Super Connector)'라는 꿈을 향해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2021년 11월 문을 연 농협은행 홍콩지점은 지난해 130만달러(약 18억원)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이면서 2년 연속 흑자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홍콩 금융시장에 후발주자로 참여했으나 빠르게 적응하면서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미 25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반년 만에 지난해 성과를 훌쩍 넘었다.

농협은행 홍콩지점에서 만난 전상욱 지점장은 "흑자 전환을 발판 삼아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사업 확대와 수익성 강화에 집중한 전략이 통하고 있다"라며 "끊임없는 도전으로 국제금융여신·무역금융·자금조달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냈고 이제는 글로벌 금융기관이 먼저 협업을 제안하는 곳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우량한 IB 이어 '과감한 도전'…자체 조달 70% 목표
농협은행 홍콩지점은 짧은 업력을 보완하기 위해 우량한 IB(기업금융) 여신에 집중했다. 항공기 금융 신디케이트론 등 확실한 담보와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사업에 참여해서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성을 올리는 전략이다. 올 초 IB데스크를 따로 설치하면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올해는 녹색금융과 같은 신사업 발굴에 여념이 없다. 대표적으로 한 미국 기업의 배터리 에너지 저장시설(BESS) 프로젝트에 건설자금을 리파이낸싱하는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했다. 다수의 금융사가 '우량한 거래'로 보고 뛰어들었고 농협은행 홍콩지점도 약 2500만달러를 배정받아 글로벌 금융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고은 농협은행 홍콩지점 IB데스크장은 "유럽이나 동남아시아처럼 홍콩도 녹색금융을 강조하고 있다"라며 "해당 분야는 국내 쪽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농협은행 홍콩지점의 도전적인 딜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번 딜은 향후 홍콩지점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까지 여신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항구·항만에 빈틈없이 빼곡히 들어선 콘테이너와 크레인들. 농협은행의 국내 수출입기업들을 위한 무역금융 사업도 순항 중이다. /사진=이병권 기자


국내 수출입기업들을 위해 역점을 두고 있는 무역금융 관련 사업도 순항 중이다. 농협은행 홍콩지점은 외국계 인수 은행을 거치지 않고 본사에서 개설된 신용장을 직접 인수하는 역할을 통해 수출입 고객의 자금 유동성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출시한 무역금융 신상품 '송금방식 유산스(Usance)'의 취급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기존 신용장(L/C) 방식은 서류 절차가 복잡하고 개설 수수료가 발생해 기업들이 부담을 느껴왔다. 그중에서도 중소·중견 수입기업 입장은 자금 조달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농협은행이라는 브랜드와 홍콩지점의 신용을 통해 신용장 개설 없이도 수입기업이 결제를 유예하고 수출업체에는 즉시 대금을 지급해주는 구조를 만들었다. 무역대금 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신용이 부족하거나 담보력이 약한 국내 기업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협은행 홍콩지점이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자체 조달' 역량에 집중한 결과기도 하다. 현지에서 저비용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야 대출 스프레드를 입체화하고 마진을 낼 수 있다. 농협은행 홍콩지점은 CD(양도성예금증서), 인터뱅크론 등 단기 조달뿐만 아니라 올해 2년짜리 중장기 조달을 농협은행 글로벌사업 부문에서 처음 성공했다.

홍콩 3대 발권은행인 HSBC·스탠다드차타드·중국은행 홍콩지점(BOCHK)과도 거래를 시작했다. 발권 권한을 가진 주요 은행들과의 연계는 국제 신뢰도를 올리고 외화 조달 비용을 낮추는 핵심 요소다. 전 지점장은 "올해 자체 조달의 비중을 4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70%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다.
품격있는 금융…세계시장으로 가는 '교두보'
농협은행 홍콩지점의 직원들이 주먹을 쥐고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주재원뿐만 아니라 홍콩 금융당국의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잘 알고 있는 인재를 현지에서 채용해 내부통제 체계 구축에 힘썼다. / 사진=이병권 기자

농협은행 홍콩지점은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자처했다. 농협은행 브랜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 신뢰도를 높이고 새로운 금융 시장을 개척하는 전초기지를 꿈꾼다. 아시아를 넘어 최근 미국·유럽까지 여신의 공급 범위가 넓어지면서 농협은행 홍콩지점은 '슈퍼 커넥터'로 위상을 끌어올리고 있다.

조직 구성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홍콩 금융당국의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잘 알고 있는 인재를 현지에서 채용해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했다. 세율이 낮고 자금의 유출입이 자유로운 홍콩 시장의 특성상 홍콩 금융당국은 기업 여신에서 자금세탁방지(AML)·실소유자 확인·리스크 모니터링 등을 제3자 검증을 통해 엄격하게 관리한다.

실제 농협은행 홍콩지점은 '스트레스 테스트'와 'RRP(회생정리계획)' 등 리스크 관리 체계를 본점 수준으로 갖췄다. 전 지점장은 "강태영 은행장님도 '금융사고는 절대 없어야 하고 과거 관행에 머물지 말라'는 메시지를 줬다"라며 "원리원칙에 입각한 도전정신으로 '품격있는 금융'을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릿지 허브'로서 홍콩의 가치가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점도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홍콩의 국제 금융 시장에서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늘면서 농협은행 홍콩지점의 올해 상반기 여신은 약 7100만달러 증가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성장치(5800만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올해 당기순이익 목표인 50억원도 무난하게 달성할 전망이다.

나아가 농협은행 홍콩지점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채권발행과 같이 자본시장을 활용한 자금조달에도 나설 계획이다. 조달 비용 절감 효과뿐만 아니라 장기 채권을 통해 여신 등 자산 성장의 여력을 더 키우려는 전략이다. 수익성 제고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효과적인 선택으로 평가된다.

수많은 역대급 실적과 청사진 속에서도 전 지점장의 목표만큼은 '숫자'가 아닌 '인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전 지점장은 "지금까지의 성과는 직원들이 정말 한 몸으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한 덕분에 이룬 성과"라며 "홍콩지점이 누구나 한 번쯤은 근무해보고 싶은 지점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홍콩=이병권 기자 bk223@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