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왕굿과 물과 여성 [인문산책]

2025. 6. 30.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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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신발 끈을 묶는 아침.

전국 곳곳에 산재한 굿당은 1970년대 미신 타파 운동 때문에 생기기 시작했고, 1980년대 이후 아파트 중심의 주거 환경 변화에 따라 급격하게 늘었다.

함진아비 들어오는 소리조차 시끄럽다고 항의하는 세상에, 징 두드리는 굿판이 가당키나 한가.

이제 굿은 산이나 바닷가 외딴곳에 만들어진 굿당을 빌려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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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편집자주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린 서울 한남동 관저 정경. 관저 밖에 정자와 얕은 깊이의 수영장이 보인다. 박 의원 페이스북 캡처

민속 조사를 다니면서 따로 눈여겨본 것이 굿당이었다. 굿당은 굿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전국 곳곳에 산재한 굿당은 1970년대 미신 타파 운동 때문에 생기기 시작했고, 1980년대 이후 아파트 중심의 주거 환경 변화에 따라 급격하게 늘었다. 집에서 굿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함진아비 들어오는 소리조차 시끄럽다고 항의하는 세상에, 징 두드리는 굿판이 가당키나 한가. 이제 굿은 산이나 바닷가 외딴곳에 만들어진 굿당을 빌려 진행한다.

가장 인상에 남기로는 계룡산과 경주 대왕암 앞 바닷가의 굿당이다. 계룡산은 예로부터 두말할 나위 없는 무속신앙의 본거지이고, 바닷가 굿을 하기로는 경주의 대왕암 앞이 최적이다. 바닷가 굿의 백미는 용왕굿이다. 그런데, 신라 문무왕의 수중왕릉인 대왕암이 있는 이곳은 용왕굿을 하자면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용왕굿은 해변 모래밭으로 무대를 옮겨야 하므로 더욱 그렇다.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빌고, 바다에서 일어날 액을 막는 의례로, 마을굿 전체 차례 중 후반부에 삽입돼 절정을 이룬다. 이후 용왕굿은 마을 놀이로 확장된다.

그런데 계룡산 깊은 산중의 굿에서도 용왕굿은 중요하다. 산신과 해신이 함께 모이는 그곳 굿당에는 천존단, 허공산신단, 용궁단 등의 제단이 마련된다. 산봉우리와 바위가 천존단이 되고, 허공을 지나 마당 한편에 용궁단을 둔다. 산속이니 봉우리는 문제없지만, 문제는 용궁이다. 석간수(石間水)가 흘러 만들어진 옹달샘이 바로 산속 용궁이다. 용왕 굿당으로서 1급지이다. 2급지는 그것을 인공으로 조성한 곳이다. 그마저 안 되면 물동이를 갖다 놓으면 3급지다. 급에 따라 굿당을 빌리는 값이 달라진다.

이렇듯 가상 용궁을 마련할 만큼 비중이 큰 용왕굿이다. 신들려 절정에 이르렀을 때 무당은 물이 가득 담긴 동이에 과일을 넣은 다음 신을 벗고 가장자리에 올라선다. 물동이는 용궁을 상징한다. 이를 ‘동이 탄다’고 하는데, 이때 무당은 공수를 내린다. 용왕굿을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이 여기 있다. 용궁에는 여성의 생산력, 곧 자식을 얻는 효험 같은 생명의 샘물이 담겼다. 그러므로 물은 마르지 않고 언제나 맑게 흘러야 한다.

얼마 전 대통령 관저의 과도한 수돗물 사용이 입방아에 올랐다. 그 양이 상식적 수준을 뛰어넘었다. 대통령이 바뀐 다음, 공개된 정원 사진에 작은 풀장이 나왔다. 관저 뒤편 봉우리가 천존단이라면 이에 맞춰 만든 용궁단처럼 보였다.

고운기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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