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로 채워진 춘천… ‘시네마 천국’ 한 걸음 더 가까이

최우은 2025. 6. 3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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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영화제 나흘간 여정 마무리
한국단편경쟁 80% 이상 점유율
심사위원 대상에 ‘월드 프리미어’
▲ 2025 춘천영화제와 강원도광역치매센터가 주관한 치매영화공모전 ‘다행희야’ 시상식

한국영화의 저력과 춘천의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제였다. 지역 영화제가 점차 축소되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존재하는 저마다의 이유를 드러냈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인류애를 충전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올해 12회를 맞은 2025 춘천영화제(이사장 박기복)가 29일 나흘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무려 198%의 프리오더 예매율을 기록하며 관심을 모은 이번 영화제는, 야외 상영관이 전면 축소됐음에도 3000여명의 관객 수를 기록하고 특히 한국단편경쟁 부문에서 80% 이상의 회당 점유율을 기록해 지역 영화제에 대한 기대감을 입증했다.

14편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한국단편경쟁 출품작 가운데, 김선빈 감독의 ‘월드 프리미어’가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 상금 5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심사위원상에는 김영준 감독의 ‘괴담제조부 OT 영상’과 이가은 감독의 ‘K에게’가 선정돼 상금 각 200만원을 받았다.

대상 수상자인 김선빈 감독은 “영화와 저는 쌍방이라는 믿음을 갖고 영화를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춘천영화제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춘천에 왔다. ‘월드 프리미어’는 영화와 헤어질 결심을 하고 2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쓴 시나리오로 만든 영화인데, 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영화와 재결합했다”고 말했다.

▲ 춘천영화제 영화 상영이 진행된 메가박스 남춘천점 모습

영화제 기간 대부분의 상영작에 감독·배우가 함께하는 ‘GV(관객과의 대화)’가 마련돼 관객과 창작자 간의 거리를 좁혔다. 특히 이번 영화제는 ‘독립영화의 힘’을 주제로 삼아 장르적 실험성과 서정성을 아우르는 작품들을 대거 초청했다.

한국단편경쟁작들은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았다. ‘월드 프리미어’는 6년 만에 완성한 영화를 두고, 낮은 자존감으로 영화를 공개하지 못하는 감독의 모습을 통해 유쾌한 위로를 전했다. 자신이 나온 장면을 지워달라 부탁하는 장면에 이어 서로 다른 삶의 선택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사와 리액션이 관객들의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냈다.

‘괴담제조부 OT영상’은 괴담을 만드는 것이 인간의 내면을 따스하게 조명하자는 메세지를 담았다. 레트로한 영상미와 매끄러운 장면 전환이 인상적이었다. 이가은 감독이 본인 가족의 이야기를 영상 에세이로 다룬 ‘K에게’는 상실 뒤의 감정을 다시 꺼내보게 만들었다.

김영준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가끔은 인형뽑기처럼 느껴진다. 언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 무섭기도 하고 잘 잡히지 않는다. 늘 두려움의 연속이었는데 영화제 내내 기분이 좋았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이가은 감독은 “부모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영화를 찍는 동안 아빠를 많이 힘들게 했는데, 이렇게 같이 와서 상을 받게 됐다. 더 열심히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격투게임 ‘철권’을 소재로 한 이건희 감독의 ‘초풍’은 ‘재능’에 대한 고찰을 불러 일으켰으며, 이세형 감독의 ‘스포일리아’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마주 하면서도 비유를 통한 사회학적 상상력과 관념의 균형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원의 지역성과 공동체의 삶을 깊이 있게 담아낸 작품들도 빼놓을 수 없었다. 다큐포커스에서는 1980년 정선 사북항쟁을 다룬 ‘1980 사북’과 인제 신월리의 한 폐교에서 동물해방물결 활동가들이 소 생추어리를 만드는 내용을 다룬 ‘꽃풀소’가 상영됐다. 역사와 환경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통해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제12회 춘천영화제 폐막식이 29일 춘천예술촌에서 열렸다.

비주류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인디 시네마를 비롯해 정겨운 풍경의 애니초이스, 시네마틱 춘천, 리플레이 프로그램에 선정된 작품도 독창성과 탐구 정신을 보여줬다.

한편 지난 27일 춘천예술촌에서는 ‘2025 영화도시 춘천 발전 포럼’이 열렸다. ‘영화 도시 춘천’의 비전을 주제로 VFX 기업과 지역영화인, 춘천영화제의 연대감을 쌓았다. 청년예술가들의 봄봄라이브도 영화제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대범 춘천영화제 조직위원장은 “넉넉지 않은 예산을 탓하기 보다는 허투루 예산을 쓰지 않았다고 위안을 해본다. 뿌리깊은 나무처럼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영화제로 성장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박기복 춘천영화제 이사장은 “춘천영화제가 자연스럽게 세대교체와 등용문으로 자리잡는 것 같다. 열악한 곳에서 여전히 독립영화예술을 하는 이들에게 관심 부탁드린다. 앞으로 독립영화상영관을 만드는 일에 매진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우은·이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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