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홍정수]2030 호감도 상승 속 남녀 차… 한일 관계 개선 ‘착시’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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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대들은 일본을 좋아한다"는 말,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올해 동아일보가 아사히신문과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한국인 20대 중 3분의 2가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예컨대 '북한, 중국, 러시아가 밀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 간 안보 협력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서 한국 20대 남성은 5명 중 4명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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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것만 가지고 한일 관계의 미래가 밝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문화 분야를 제외하면 정치·안보·역사 인식에서 젊은 남녀 간 인식 차이가 상당한 탓이다.
예컨대 ‘북한, 중국, 러시아가 밀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 간 안보 협력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서 한국 20대 남성은 5명 중 4명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20대 여성은 불과 5명 중 2명만이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격차가 약 40%포인트에 달했다.
과거사에 대한 남녀 시각차도 컸다. ‘과거사 의제에 대한 일본의 사과가 충분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한국의 20대 남성 29%가 “충분했다”고 답했다. 20대 여성 중에서는 불과 9%만이 “충분했다”고 답했다.
한일 관계 전문가인 아산정책연구원 최은미 연구위원은 문화적 친밀감을 “회복하는 힘”이라고 부른다. 일본 문화 개방 이후에 태어난 젊은 세대는 일본과의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이런 친근감을 바탕으로 극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창민 한국외국어대 일본학과 교수 또한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가장 강력한 추동력은 ‘문화’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문화적 호감이 ‘만능열쇠’란 기대는 2030 내부의 뚜렷한 균열 앞에서 무력해진다. 두 전문가가 주목하는 지점은 한일 관계의 정치화다. 문재인 정부 당시 이뤄진 ‘위안부 합의 재검토’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양국 관계가 급랭하면서, 한일 관계는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가늠자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소구력이 큰 인권과 여성 의제가 부각되면서 성, 정치 성향, 한일 관계 인식이 연동되어 움직이는 모습도 생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젊은 층의 정치 양극화가 굳어질수록 향후 양국 관계의 전망도 불확실해지는 셈이다.
결국 ‘한일 관계의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사항으로는 ‘호감도’를 높이는 노력 못지않게 성별, 세대 간 이견을 조율하는 작업이 꼽힌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숫자로 드러난 젊은 층 내의 균열 요인을 세심히 살피고, 머잖아 양국 관계의 핵심이 될 가교 세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한일 모두에서 2030의 인식은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달라요. 친일 대 반일이라는 ‘올드한 프레임’을 넘기 위해 우선 세대 간, 같은 세대 안에서도 남녀 간 소통을 지속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최 연구위원)
“이미 어느 정도 친밀한 양국 10, 20대뿐 아니라 3040세대에서도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직군별 교류가 이어지면 실질적인 고민을 나누는 계기가 될 겁니다.”(이 교수)
결국 한국과 일본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질 ‘다음 세대’가 양국 관계 개선의 ‘진짜 열쇠’이며 이와 관련된 다각적인 고민이 필요하단 제안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홍정수 국제부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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