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모으면 ‘수자원’… 미래 ‘물 걱정’ 던다

박상일 2025. 6. 2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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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따른 생활용수 공급 대안


양평군 동쪽 끝자락에 자리한 양동면 삼산리. 약 2천600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이곳은 지난 10년간 두 차례나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일대에 마땅한 대규모 취수원이 없어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뭄과 취수원 수질 불안으로 기존 공급마저 여의치 않아지면서 심각한 생활용수 부족에 직면한 것이다. 이대로면 앞으로 더 심화될 기후변화로 물 부족이 더욱 잦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오는 8월부터는 이런 ‘물 걱정’에서 벗어난다. 정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지하수저류댐’이 완공돼 생활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극한 가뭄·홍수 안정적 확보 한계 수질 불안도
정부·한수원, 2020년부터 지하수저류댐 조성
물부족 도서·산간지역에 유용 전국 82곳 확대

■ ‘지하수저류댐’ 사업 확대
인천 옹진군 덕적도에 지하수저류댐 설치 모식도.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지하수저류댐은 지하수가 흘러가는 방향에 물막이벽을 설치해 지하수를 저장, 이용하는 시설이다. 물이 부족한 도서지역과 산간 내륙지역에 유용한 지역 맞춤형 용수공급 시설로, 정부가 2020년부터 시범사업을 통해 효과를 확인한 후 전국 82곳으로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 지하수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수자원 확보 기술로 꼽힌다. 지하수저류댐 조성사업은 환경부와 함께 물 관리 전문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가 핵심 역할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인천 옹진군 대이작도를 시작으로, 2021년 전남 영광군 안마도, 2023년 전남 완도군 보길도 등 섬 지역 3곳에 설치 시범사업을 추진해 좋은 성과를 거둬냈다.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시범사업을 통해 지하수저류댐의 물 공급 효과를 확인한 후 지난해에는 지하수저류댐 설치사업 대상지를 10곳으로 늘렸다. 양평군 양동면은 이들 10곳 중 한 곳으로, 지난해 상반기 전남 통영군 욕지면과 인천 옹진군 덕적도와 함께 가장 먼저 착공에 들어가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총사업비 71억여원(국비 70%, 지방비 30%)을 투입해 311m 규모의 지하차수벽을 비롯해 집수매거, 취수정, 관측시설 등을 조성해 삼산면 일대 주민들에게 하루 1천㎥(t)의 생활용수를 공급한다.

분수·소방·청소 등 유출지하수 활용 다양화
잠재력 높은 취수원 꼽혀… 체계적 관리 필요

■ ‘유출지하수’ 적극 활용
유출지하수 다용도 복합 활용 모델.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용인시 처인구 마평동에 위치한 용인실내체육관은 여름철 지붕에서 시원하게 물이 뿌려진다. 달궈진 건물을 식혀 냉방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주변지역의 열섬현상까지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매일 뿌려지는 대량의 물은 ‘유출지하수’를 활용해 공급된다. 용인실내체육관 지하에서 발생하는 하루 100t의 유출지하수를 버리지 않고 활용하는 것인데, 지붕 살수뿐 아니라 살수차량에 물을 채우거나 도로 청소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용인시는 2020년 환경부의 유출 지하수 활용 아이디어 공모에 선정돼 사업비 8억원을 확보, 환경부·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이 같은 유출 지하수 활용사업을 진행했다. 환경부는 당시 1차와 2차 시범사업을 통해 용인시와 함께 시흥시(신천역), 대전시(서대전역), 부산시(문현역) 등을 선정, 유출지하수를 지하철 선로 청소 및 지붕살수 등에 활용하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제3차 유출지하수 활용 모델 구축 시범사업’을 통해 유출지하수 활용 범위를 크게 넓혔다. 3차 사업에는 서울 영등포구 샛강역(자매근린공원)과 부산 한국남부발전(감천나누리파크)이 선정됐는데, 유출지하수를 모아 공원 내 분수 및 인공수로, 온도저감안개(쿨링포그), 물막(워터커튼) 등을 운영하고, 소방 및 청소에도 활용한다. ‘제4차 유출지하수 활용 모델 구축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시흥사거리역은 신안산선 복선전철 사업에서 발생하는 유출지하수를 금천폭포공원 인공폭포 및 조경용수로 활용하고, 수량이 거의 없는 시흥계곡에 흘려보내 계곡을 살리는데도 사용하는 사업이 추진중이다.

용인시 관계자들이 마평동 용인실내체육관 지붕에 설치된 유출지하수 활용 살수장치를 점검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 기후변화 대응해 지하수 관리 강화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이처럼 지하수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최근의 기후변화와 연관돼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강수량이 평년값을 크게 벗어나는 ‘극한 가뭄’과 ‘극한 홍수’, 상수원을 위협하는 대량의 녹조 발생 등이 점점 빈번해지고 있어 지표면의 물을 자원으로 활용하고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표수의 경우 지리적 한계와 환경에 대한 영향으로 댐 건설 등이 어려워지면서 안정적인 물 자원 확보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기후변화에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신규 ‘물그릇’ 확보를 위해 취수원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는데, 지하수는 가장 잠재력이 높은 대체수자원으로 손꼽힌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지하수 개발가능량은 약 135억㎥에 달하며, 지표면 아래 위치해 증발산량이 적고 온도나 수량이 안정적이라는 장점도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무분별한 개발과 산업화의 영향으로 지하수가 고갈되는 문제가 국내외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같은 지하수 고갈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선제적인 지하수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판단, 국가가 나서서 지하수 자원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지하수의 적절한 개발·이용과 효율적인 보전·관리를 법을 통해를 도모하고 있다(지하수법 제1조).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지하수 수량, 수질, 이용실태, 실시간 지하수 측정자료 등 모든 지하수 정보가 통합적으로 수집·관리되고 있으며, 정책수립과 각종 연구 및 지하수 개발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전국적이고 장기적으로 지하수 변동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국가관리측정망’을 대대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국가관리측정망은 오는 2045년까지 1천482개소를 단계적으로 설치·운영할 예정으로, 현재 한강유역에서는 총 200개의 관측소가 운영되고 있다.

이선익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본부장은 “지하수는 한번 오염되거나 고갈되면 다시 복구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지하수법에 따른 지하수의 공적관리체계 강화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면서 “실시간 지하수 감시와 장기간 수위·수질 변동추세를 통해 문제 우려 지역을 파악하고, 원인 분석과 대책 수립 등을 빠르게 진행함으로써 지하수 자원을 보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영등포구 샛강역 일대의 유출지하수를 활용해 자매근린공원에 설치된 온도저감안개(쿨링포그) 아래에서 시민들이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한편 한국수자원공사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2004년부터 국가지하수정보센터(www.gims.go.kr)를 운영하며 전국 180만개 지하수 이용시설과 732개소 측정망, 지역별 기초조사 등의 정보를 통합 분석해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올해는 1995년부터 실시한 전국 시·군 단위 지하수기초조사가 완료되는 해로, 30년간 진행된 조사의 성과를 기반으로 지하수 관리의 획기적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안양/박상일·이석철 기자 metr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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