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밀집 번식장 구조 2년… 입양은 ‘아직’
슬개골 탈구·유전 질환에 시달려
첫 공판, 수의사 무면허 행위 쟁점

화성시의 한 번식장에서 밀집 사육되던 강아지 1천400여마리가 구조된 지 2년 가까이 됐지만, 일부는 여전히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해당 번식장 운영자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수의사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방문한 여주시의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 ‘반려마루’ 3층 보호실. 견방 안에 있던 흰색 포메라니안 ‘들깨’(9)는 뒷다리에 아예 힘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사람이 반가워 앞다리만으로 몸을 지탱해 견방 앞 문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다가도, 이내 힘에 부친 듯 주저앉았다.
슬개골 탈구 4기(가장 높은 등급)인 들깨는 지난 2023년 9월 화성시의 한 번식장에서 구조됐다. 당시 “동물학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내부고발이 이뤄진 후 동물단체와 경기도 등이 힘을 모아 강아지 1천426마리를 구조했다. 이 가운데 583마리가 이곳 반려마루로 왔는데, 여전히 50여마리는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만난 구조견들은 모두 성인 팔뚝 길이가 채 되지 않는 소형견이었다.
구조 당시부터 구조견들을 돌본 하지선 보호관리팀 선임은 “들깨처럼 심하지 않더라도 슬개골 탈구는 구조견방 모든 아이들이 갖고 있다”면서 “소형견 자체가 슬개골 탈구가 많은데 좁은 번식장에서 산책도 하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번식에 내몰리니 근육이 약해져 더 취약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처음 봤을 때는 넓은 공간에 풀어줘도 걷는 법을 몰라 어색해 했지만, 직원과 봉사자들의 손을 타면서 점차 밝아졌다”고 설명했다.

근친 교합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유전적 문제를 가진 구조견들도 일부 있었다. 검은색 푸들 ‘콩’(12)은 치주염이 심해 턱뼈가 아예 없었다. 아랫니마저도 두 개밖에 없어 직원들은 음식물을 잘 씹을 수 있도록 사료 등을 불려서 제공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심장이 큰 ‘심비대’나 심장에서 소리가 들리는 ‘심잡음’ 등 심장병을 앓는 경우도 있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수원지법에서 동물보호법 위반, 수의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번식장 대표 등 운영진 5명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이들은 살아있는 어미 개의 복부를 절개해 새끼 강아지를 꺼내고, 수의사 면허 없이 의약품을 주사한 혐의를 받는다. 또 허가받은 마릿수보다 많은 강아지를 기르기 위해 건물을 무단 증축하는 등 건축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공판에서 피고인(운영진)측 변호인이 수의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일부 부인하면서, 앞으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변호인은 “항생제를 투여한 건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게 맞다”면서도 “전염병 예방을 목적으로 놓은 주사들은 가축주도 가능하고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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