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해진 동물 학대… 경찰 중심 수사에 한계
전문성 부족… 지자체 협력 필요

동물을 잔혹하게 학대하는 사건들이 늘고 있지만 관련 수사 제도의 한계로 동물보호 사각지대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학대 사건들이 증가되는 반면 수사기관들은 인력과 전문성 부족 등을 이유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29일 한국과학수사학회에 따르면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 사건의 주된 책임자는 지자체다. 하지만 관련 사건의 74% 이상 신고접수, 초동조치가 경찰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13일 여주시의 한 전원주택에서 키우던 진돗개를 학대한 용의자가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당시 진돗개는 머리에 누군가 둔기로 내려친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보이며 피를 흘리고 있었고, 견주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동물학대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CCTV 등을 탐문해 용의자를 추적했지만 잡지 못했다.
지난 12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동물보호법위반 혐의로 A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3년 안성의 주거지에서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하던 중 자신의 손을 물었다는 이유로 반려견의 목덜미를 붙잡은 후 수차례 때렸다. 이를 지켜본 시청자가 경찰에 고발한 후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이 방송일자와 폭행 영상 등을 확보하고 나서야 수사가 진척됐고, 사건 발생 2년 만에 A씨에게 1심에서 벌금형이 내려졌다.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는 경찰과 지자체가 협력해 사건을 처리하도록 규정한다. 지자체는 다친 동물을 보호센터에 신고하거나 사체를 방역기관에 의뢰해 학대 여부 등을 판단하는 기능을 맡는다.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자체마다 동물학대 대응 부서나 담당자 여부가 제각기 달라 초동 대응을 담당하는 경찰이 연계, 협력을 요청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2023년 특별사법경찰단 내에 동물학대방지 전담팀이 신설됐지만 조직개편 과정에서 사라졌다.
한국과학수사학회 관계자는 “현행 법령상 동물학대 여부 판단과 관련된 주된 책임은 지자체에 있지만, 대다수의 동물 학대 사건은 경찰서에 신고되고, 책임과 사건 처리도 경찰이 떠맡게 된다”며 “경찰과 지자체의 업무 처리 혼선을 야기해 수사 진행시 절차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수사의 효율성 등을 위해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고건 기자 gogosi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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