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해양수산부 관리·감독 패싱 … 그들만의 UPA
내부 인사비리·회계 부실 등 깜깜
관리감독 사각지대…문제 악순환
기타공공기관 분류 되며 규제 느슨
자율성 강화 ‘줄 세우기’ 문화 만연
투명한 운영 위한 제도적 장치 절실

울산항만공사가 국가가 세운 공공기관임에도 제대로 된 관리와 감독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감사원이 울산항만공사를 감사해야 할 대상임에도 지난 9년 동안 한 번도 감사를 하지 않았고, 상급기관인 해양수산부도 '자율성'을 이유로 사장 임명 외에는 사실상 관여하지 않고 있는 구조적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근 울산항만공사 임원들의 비위 의혹이 잇따르고도 직무 유지가 가능한 배경 역시 이 같은 제도적 허점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울산항만공사 내부에서는 권력 남용과 책임 회피가 반복되는 상황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수부 "자율성" 강조, 감사원 감사 미비...사실상 관리감독 사각지대
29일 감사원에 따르면 울산항만공사는 공공기관임에도 2016년 이후 한 번도 감사원으로부터 감사를 받지 않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대상 기관이 너무 많다 보니 순서가 돌아오지 않은 것"이라면서도 "문제가 제기되면 수시 감사는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사이 울산항만공사 내부에서는 인사비리, 업무상 비리, 회계 부실 같은 문제가 계속 제기되었는데도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감사 대상이라는 명패만 걸어두고 실제로는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것은 방치나 다름없다"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해양수산부도 울산항만공사의 운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울산항만공사는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자체 경영 자율성이 중요하다"면서 "개별 인사나 운영에 해수부가 관여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임원진의 인사비위 혐의가 드러났음에도 아무런 제재 없이 직무를 계속 수행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사장에게 인사 권한이 집중돼 있어,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임명할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징계 역시 누구냐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이중잣대가 작동한다는 비판도 있다.
#기타공공기관 전환 후 우려됐던 문제들 결국 현실로
울산항만공사에서 최근 불거진 일련의 사태는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될 때 우려됐던 문제들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울산항만공사는 2022년께 전국 항만공사와 함께 기타공공기관으로 재분류됐다. 이로 인해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과 달리 경영평가나 외부 감사, 운영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느슨해졌다.
문제가 감사보고서에 적발돼도 대부분 주의나 권고에 그치고,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심지어 감사 권고마저 '인사위원회 결정'이라는 방패막이로 무력화돼 징계가 감경되는 사례도 있었다
울산항만공사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데도 민간 기업보다 더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 내부에서는 "감사를 받지 않으니 문제가 반복돼도 덮어지고 만다"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공사 관계자는 "인사비위 의혹이나 운영 전횡 같은 문제가 계속되는데도 외부에서 제재가 거의 없다"며 "'그들만의 세상'처럼 운영되다 보니 줄 세우기 문화도 심각하다. 자율성이 강화됐다면 그만큼 잘못했을 때 책임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지금 구조는 잘못을 저질러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분위기다. 적당히 덮으면 아무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자율성은 면죄부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울산항만공사가 기타공공기관이라는 허술한 틀 뒤에 숨어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감사원도, 해수부도 감시 역할을 제대로 못 하자 울산항만공사가 무소불위가 됐다"라며 "방치할수록 울산항만공사는 공기업보다 더 불투명하게 운영될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항만업계 관계자도 "자율성은 조직의 효율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 부패의 방패가 돼서는 안 된다"라며 "모호한 지위 뒤에 숨은 기관들이 책임을 회피하면서 권한 남용과 사적 이익 추구로 이어지고 있다. 기타공공기관이라는 허술한 틀을 손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