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원전 해체산업 시장 선점·글로벌 거점 도약 기회
2030년까지 건식저장시설 건설
사용후핵연료 육상 이전 저장 등
1조713억원 투입 2037년 완료
성공적 해체로 기술·인프라 축적땐
2110년까지 최대 550조원 규모
글로벌 시장 진출 교두보 기대

고리 1호기의 국내 첫 원전 해체 결정으로 인해 울산이 원전 해체의 산업 글로벌 거점으로 도약할 기회가 마련됐다. 해체에 성공한다면 울산에 기술이 축적되고 인프라가 마련돼 550조원에 달하는 세계 원전 해체 시장을 선점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29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1호기 해체 승인 안건'이 상정·의결됐다.
국내에서 상업용 원전이 해체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대형 상업 원전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국내 첫 상업 원전인 고리 1호기는 가업경수로 방식의 587메가와트(MWe) 급으로 지난 1978년 4월 가동을 시작해 40년간 부·울경을 비롯해 대한민국 전체에 전력을 공급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지난 2017년 6월 영구 정지된 후 8년 만에 본격 해체에 들어간다.
고리 1호기는 해체 작업 8,088억원, 폐기물 처분 2,625억원 총 1조713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방사선 오염 수위가 낮은 곳부터 해체해 오염 수위가 높은 원자로 계통은 나중에 처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고리 1호기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내 습식저장조(물)에 보관 중이며, 전체 저장 용량 485다발이 100% 찬 상태다. 정부와 한수원은 이를 꺼낸 뒤 고리원전 부지(육지) 내에 구축될 건식저장시설로 옮겨 보관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2028년까지 고리 1호기 부지 내 건식 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주민 합의를 완료하고 2030년까지 준공을 계획하고 있다.
이후 2031년 사용후핵연료 냉각 및 반출, 2035년 시설물 철거, 2037년 부지 복원 등의 단계로 12년간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해체 승인 배경에는 고리 1호기 해체 경험을 통해 희소한 기술력을 입증, 전세계 원전 해체 시장으로 나갈 교두보를 삼겠다는 기대가 담겼다.
이를 위해서는 고리1호기·월성1호기의 영구 정지를 계기로 울주군 서생면과 부산 기장군 장안읍 일대에 건립돼 지난해 말 개원한 국내 유일 원자력발전소 해체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이하 원복연)의 역할과 지역 원전 해체 산업 생태계 구축이 매우 중요해졌다.
비영리 공익법인인 원복연은 원전 해체 산업 육성, 중소기업 지원 거점 역할 수행 및 실증, 기술 고도화 및 자립화 역할을 담당하는데, 울산시와 울주군이 지난 2020년부터 내년까지 각각 6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울산시는 또 지난 2021년부터 원전 해체 인력 양성 과정 3개 사업에 5년간 30억원, 한국원자력 혁신센터에 3년간 3억원, 지역 내 40여개 원전 관련 기업에 대한 지원 활성화 사업으로 올해 1억5,000만원을 투입하며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해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울산이 원전 해체 산업의 글로벌 거점이 될 수 있다. 원복연은 전세계 가동 원전 417기와 건설 중인 61기의 운영 종료 시점인 2110년까지 원전 해체 시장이 549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고, 미국 컨설팅업체 베이츠화이트 분석으로 추산된 시장 규모도 최대 550조에 달한다.
다만 해체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있다. 가장 큰 난관은 방사성폐기물 반출과 처리 시설 건설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과 환경·탈핵단체의 반발도 예상된다. 사용후핵연료 영구저장시설 부지를 선정하는 작업은 국가적 난제로 현실화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고리원전 부지 내에 건식저장시설이 생기면 사실상 핵폐기장이 될 것을 우려해 정부와 시민단체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울산시 관계자는 "지역에 원전이 있어 원복연과 연관기업 지원을 통해 해체 산업을 통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자 다방면으로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면서 "지역 업체들과 간담회를 통해 필요한 사안들을 확인하고 중앙부처에 건의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김상아 기자 secrets2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