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순봉의 음악이야기] AI와 호모 무지쿠스

하순봉 작곡가 2025. 6. 2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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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지난 얘기이지만 2021년 기후변화 위협을 일깨우기 위해 글로벌 디지털 디자인 혁신기업 AKQA가 작곡가 휴 크로스웨이트,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 및 모나시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 연구 허브와 협업한 프로젝트 '사계 2050'이 발표된 적이 있다.

음악의 모든 매개변수를 작곡가가 치열하게 통제하던 것을 AI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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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순봉 작곡가

좀 지난 얘기이지만 2021년 기후변화 위협을 일깨우기 위해 글로벌 디지털 디자인 혁신기업 AKQA가 작곡가 휴 크로스웨이트,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 및 모나시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 연구 허브와 협업한 프로젝트 ‘사계 2050’이 발표된 적이 있다. 비발디의 ‘사계’를 기후변화에 의해 변화된 2050년의 지구의 사계를 예상해 AI가 비발디의 원본을 참고하여 거의 작곡에 가까운 편곡을 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음울했지만 상당히 현대음악적인 느낌이 강하고 원곡에 없는 금관과 타악기도 나오면서 아주 신선한 새로운 ‘사계’였다. 환경경고보다는 한마디로 AI가 이미 이런 작곡도 가능하다는 것이 더 화제가 되었던 프로젝트였다.

AI가 편곡한 비발디의 사계.


최근 아는 지휘자와 함께 이 AI 작곡에 대해서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그는 특히 교향곡같은 큰 규모의 곡을 AI에게 맡겼더니 생각보다는 깊이가 없고 구성력이 떨어지더라는 얘기를 하였다. 그 얘기를 듣고 내심 “역시 아직은 안되지”라는 안도감이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작곡을 업으로 하는 나로선 프로그램이 음악을 뚝딱 만들어 낸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기도 싫고 또 애써 외면을 해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경연등에선 AI가 작곡한 곡이 일등으로 뽑힌 사례도 있고 AI 작곡은 이미 상업적인 용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음악의 모든 매개변수를 작곡가가 치열하게 통제하던 것을 AI가 하는 것이다. 바둑같이 승부를 보는 것도 아니고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저작권이나 표절등 새로운 문제가 생길 것이다. 물론 아직도 전 인류에게 감동을 주는 베토벤의 교향곡같은 작품은 나오지 않아도 자! 이제는 음악에 작곡가가 필요한 것인지?란 질문이 나올 때가 되었다. 작곡뿐만이 아니다. 로봇이 연주하는 로봇 오케스트라도 가능할 것이다. 사람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힘들게 악기를 연습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미래엔 인간은 듣기만 할 뿐 어쩌면 작곡도 악기도 노래도 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인간의 퇴화이다. 가장 두려운 예상이다.


음악은 작곡가, 연주가, 청중의 세 그룹으로 되어 있다. 물론 대부분의 음악 소비자는 청중이다. 그러나 음악회장의 청중은 소수이고 대부분은 오디오나 기계로 재생된 음악만을 듣는다. 연주홀을 처음 가본 사람들은 그 공간과 음향에 매우 낯설어한다. 스피커나 이어폰으로 듣던 음악과 다른 것이다. 많은 사람은 인스턴트 소리에 길들여져 있다. 음악교육의 선진국인 독일에서도 이미 오래 전에 초등학교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노래를 잘 가르치지 못하는 사실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젊은 교사들이 노래를 듣기만 하지 잘 부르지 않으니까 본인들 역시 잘 가르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엔 따로 음악을 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것은 수많은 실험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인간은 호모 무지쿠스 즉 음악을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이 타인과 교감하는 사회적 활동 중에 음악은 가장 순수한 최상의 수단이다. 인간은 결국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앙상블을 통하여 서로 교감할 때 심신의 조화와 위로를 받는다. AI 음악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음악을 해야 할 것인가? 결국 다른 장르처럼 AI의 장점을 취하면서 공존할 것이란 긍정적인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우리의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음악의 인스턴트 시대를 경계하고 퇴화를 경계해야 한다. 음악회도 자주 가고 무엇보다 듣는 수동적인 음악에서 벗어나 보다 함께 노래하고 연주하는 그런 능동적인 음악을 할 때에 AI의 음악과 슬기롭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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